‘당신’들의 청산까지 과제로 남기지 말라

최근 주요 언론들은 '청년 우파'라는 세력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바 있다. '침묵을 지키던 보수·우파 성향의 젊은이들이 단체를 결성하고 나섰다'라며 이들을 조명한 것이다. 탈북자인권보장, 이라크전 파병지지, 대북송금 수사촉구, 서해교전 추모 등의 주장을 내걸은 「청년우파연대」, 한총련을 명시적으로 겨냥한 안티단체 「한총련반대 카페」등이 대표적인 단체들이다.


  그러나 이들을 보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도대체 왜 결성을 했을까? 이들이 주장하는 바대로 되지 않은 일이 있는가? 이라크전 파병동의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전교조는 전사회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에 동조한다고 밝혔고 송금 수사도 이뤄지지 않았는가. 서해교전 추모만이 별 호응없이 끝나 아쉽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운동'을 시작한 것은 소외감 때문이었다. 촛불시위나 노풍의 현장에서 우파(사실은 한국사회의 기형적 극우이지만)들이 설 자리는 없었다. 그리고 이것은 역설적으로 아직도 우리 사회가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광장'이 아닌 '끓는 냄비' 속에 있음을 보여준다. 하나의 세력이 사회를 장악하면 다른 세력들은 이에 동조하거나 침묵하는 수밖에 없는 획일주의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달라진 점은 좌파를 억압하던 획일주의가 우파를 위협하기도 한다는 것뿐이다.

 
  획일주의를 청산하는 방법은 '광장'을 설치하는 일이다. 이 공간에서 우파, 좌파와 그 밖의 다양한 정치 세력들이 존재할 수 있게끔 말이다. 그러나 미안하게도 이곳에도 '청년 우파'들의 공간은 없을 것이다. 이 광장은 그동안 그 성립을 막아왔던 극우 세력들과의 투쟁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년우파에게 말한다. 맹목적인 반공주의, 친미반북노선,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맹신, 편협한 민족주의로 똘똘 뭉친 당신들은 사라져라. 그리고 더 이상 '침묵하는 다수'를 운운하지 말라. 시대의 변화를 모르고 늙은 우파를 따라하는 당신들이 바로 정치적 무관심의 원인이다. 다양한 정치적 견해의 수렴과 이를 통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꿈꾸기에도 바쁜 한국 사회에, '당신들의 청산'까지 과제로 남기지 말라.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