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목)부터 강남구 논현동 ‘스페이스 사디’에서 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미술의 의미 중 ‘기호’에 대해 생각해보는 자리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서양화과 강사 강태성씨는 “우리가 이름 석자로 자신을 표현하듯 미술도 기호로 표현될 수 있고 미술 속에서 기호를 읽어낼 수 있다”며 “미술의 기호성뿐만 아니라 고원 교수(독어독문학과)의 작품에서 엿볼 수 있듯이, 언어의 미술성도 염두에 두고 감상하라”고 제안한다.

 

 

전에서는 기호에 관한 작품을 사진, 설치, 비디오, 회화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접할 수 있다.

 

건축계의 거장 오스카 니마이어의 건물 사진은 현대 건축물이 사각화되고 장식이 사라지며 단순화되는 특징을 잘 드러낸다. 강태성씨는 “이는 언어의 단순화, 추상화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지적한다.

 

프랑스 파리 제1대학 교수인 겔튼(Bernard Guelton)은 서울과 파리에, 동양가옥 모양의 찻집을 반쪽씩 설치하고 나머지 반쪽 공간에는 상대측 설치 이미지를 전송 받아 투사한다. 이를 통해 실제 가옥을 가상 이미지와 결합함으로써 가상과 실제의 대치를 보여준다.

 

이외에도 작가 김창수는 ‘아버지’라는 단어가 음절, 자음과 모음 등으로 분절되는 것처럼 집안에 사람이 있는 사진을 통해 언어의 층위 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임상빈의 사진 작품 ‘Unmute’에서는 인체·성적 이미지의 변형을 통해 드러난 개인의 욕망과 갈등이 기호의 감성적 측면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5편의 ‘구체시’ 작품을 출품한 고원 교수는 동음이의어와 임의로 붙인 단어들을 통해 언어가 문학적, 미술적으로도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강태성씨는 “독일, 프랑스에서 시작된 구체시는 유행이 지나간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개념의 형상화란 측면에서 ‘개념 미술’에 해당한다”며 “고원 교수는 구체시로 ‘말놀이’를 통한 새로운 언어의 가능성을 보여 준다”며 초대 이유를 밝혔다.

 

“인문학과 조형예술의 관계를 발전시켜 인문학의 생산력을 사회에 펼치는 것이 목표”라고 참가 이유를 밝힌 고원 교수는 구체시 작업 이외에도 ‘ㅇ과 ㄹ’이라는 1인 출판사를 세워 무크지 『제3의 텍스트』를 발간하고 있다. 그는 생산적 글읽기와 창조적 글쓰기에 초점을 맞춘 『제3의 텍스트』를 통해 “기존의 문단이나 전통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기호란 주제로 다양한 조형성을 살핀 이번 전시회는 14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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