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부 안동현 교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변화는 ‘뉴 노멀’(New Normal)로 명명되었다. 핌코의 무하마드 엘-에리언이 2010년 강연에서 사용한 용어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와 그 이후의 글로벌 경기 침체를 뼛속까지 베어버린 상처에 비유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전으로 단시간 내에 복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예측했다. 저성장, 저소비, 저물가, 고실업률 등 과거에는 보기 힘들었던 경제현상이 일상화되면서 실제로 이러한 예측은 대부분 적중했다.

이에 뒤질세라 2013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뉴 어브노멀’(New Abnormal) 시대를 예고했다. 그는 지속되는 저성장과 긴축 과정에서 파생된 경제의 피로도로 인해 성장은 더욱 위축되고 고실업률이 지속되면서 변동성이 급증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특히 과거 글로벌 경제 성장을 주도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부진을 경고했다. 명칭과는 달리 뉴 노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 정도다.

이들의 비관적인 예측은 금융위기에 따른 일련의 후유증에 대한 분석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경제구조의 변화가 따라 잡기에는 기술 진보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십여년간 기술 진보의 특색은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허브 기술(hub technology)의 과점화가 진행되고 있다. 과거에는 각 기술 섹터가 고유의 영역을 확보하고 각기 발전해왔다. 이와는 달리 최근에는 허브 기술을 중심으로 많은 응용 기술이 매달려 있는 형국의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윈도우나 구글, 하드웨어 쪽의 모바일 기술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많은 네비게이터나 MP3와 같은 독보적 기술이 한낱 모바일 폰의 응용 앱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기업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면에서 이러한 허브 기술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한데 특히 소프트웨어 쪽이 그렇다. 윈도우를 사용해 보면 여러 불만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한 때 리눅스(Linux)가 대안으로 제시되었지만 학습비용(learning cost) 문제로 결국 윈도우의 벽을 넘지 못했다. 반면 허브가 아닌 주변(spoke) 기술은 언제든지 한 순간에 대체될 수 있는 위험한 경쟁 구도에 갇혀 있다.

둘째, 대체 기술의 발전으로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경쟁자가 기존 산업의 시장을 앗아갈 수 있다. 과거 Buggles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란 팝송 내용 그대로다. 과거 시장과 산업을 분리하던 장벽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원유 산업은 셰일가스로 인해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또한 카세트는 CD로, CD는 MP3로 독자적으로 대체되다 결국 모바일의 부속 기술로 전락했다. 앞으로 현대자동차의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는 GM이나 도요타가 아니라 삼성전자가 될 것이라는 경고도 이런 맥락이다.

무엇보다 기술의 진보는 노동대체율을 높여 고용, 특히 비숙련 노동을 잠식하고 있다. 조금은 과장된 예측이지만 Business Insider는 향후 30년간 지구상에서 약 20억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빌 게이츠 역시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달로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없어질지 사람들이 지각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알리바바의 성공 예에서 보듯 인터넷의 발달로 내수시장의 규모가 중요해졌고 인도나 브라질과 같은 후발 신흥국의 자본 축적으로 중화학 공업과 같은 자본집약적 산업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총체적으로 교역량의 감소가 진행되고 있다.

영화 터미네이터는 스카이넷이란 슈퍼컴퓨터를 재앙의 근원으로 꼽았다. 이런 극단적인 종말론은 아니더라도 최근 기술의 진보를 소화하기에는 교육과 노동시장, 소득 재분배 기능 등 기존의 사회경제적 시스템의 함량이 부족하다. 과거 산업혁명의 여파로 인한 정치, 경제, 사회의 변혁처럼 우리 역시 이런 변혁의 기로에 서있다.

안동현 교수
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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