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새로 등장하는 웹툰 전문 사이트와 웹툰 시장의 변화

▲ 삽화: 정세원 기자 pet112@snu.kr

지하철 안, 화장실, 길거리 등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웹툰은 책장 넘기는 손맛을 빠르고 경쾌한 스크롤의 움직임으로 변화시켰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서 운영되는 웹툰 서비스는 연일 독자의 입에 오르내리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최근 거대 포털 웹툰의 한계가 지적되며 이를 극복하려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 출판만화에서 웹툰으로 주도권이 넘어간 2000년대 초반부터 새로운 플랫폼에 변화가 움트고 있는 현재까지 한국 웹툰 시장이 걸어온 길을 살펴본다. 나아가 현재 웹툰 시장의 현황과 문제점까지도 짚어봤다.

웹툰, 너 어디서 왔니?

1990년대 말 출판만화산업은 일본만화물이 대거 유입돼 위기에 처했다. 이에 만화업계는 인터넷의 성장에 힘입어 온라인 연재만화라는 웹툰 형태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다. 기존 출판만화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접근성을 높이고 다양한 독자층을 수용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웹툰이 등장했다. 윤기헌 교수(부산대 디자인학과)는 “웹툰은 외환위기 이후 붕괴된 만화산업이 정보화혁명에 힘입은 웹의 출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웹툰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막을 연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정식 연재된 작품이 2,000여종에 이를 정도로 많은 수의 작품이 대중에게 소개됐다.

일찍이 포털사이트는 웹툰의 상업적 가치를 알아차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다음은 강풀, 강도하와 같은 기존 출판만화의 인기 작가를 웹툰 시장에 들여옴으로써 웹툰의 질적 향상을 꾀했고 이는 거대 포털의 수익 향상으로 이어졌다. 후발주자로 참여한 네이버도 초기에 조석, 김규삼과 같은 히트작가를 양성하며 웹툰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하지만 포털사이트는 웹툰의 내재적 가치에 주목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트래픽 수를 올려 광고수입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써 웹툰을 활용한 것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포털은 웹툰만의 독자적인 수익구조와 장르적 다양성을 확보한 시장을 만들지 못했다. 우선 포털에서는 작가에게 원고료를 지불하지 않은 채로 작품을 대중에게 공개한다. 그리고 그 뒤에 독자의 반응에 따라 돈을 차등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웹툰 작가는 수익을 보장받을 수 없다. 김헌식 평론가는 “기존 출판사에서는 책이 잘 나가든 안 나가든 돈을 지급했는데 포털에서는 후에 반응을 보고 돈을 지급해 웹툰 작가 지망생들이 작품값을 제대로 못 받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포털의 웹툰은 전체 연령을 대상으로 제공된 것이기 때문에 장르적인 측면에서도 대중적인 장르만을 다뤄야 했다는 한계점이 존재했다. 결국 포털이 최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특정 장르만이 살아 남게 됐다.

웹툰만을 위한 공간이 탄생하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2013년에 이르러 거대포털로부터 독립된 웹툰 전문 사이트들이 생겨났다. ‘레진코믹스’를 필두로 한 사이트들은 웹툰은 무료라는 인식을 깨뜨리며 부분적으로 유료화 서비스를 도입했다. 레진코믹스는 무료와 유료를 혼용하는 새로운 수익구조를 통해 유료화에 반대 목소리를 내던 독자들의 거부감을 줄였다. 레진코믹스에서는 웹툰 작품이 처음 공개될 때 유료로 제공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무료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무료로 전환되기 전에 먼저 작품을 보고 싶은 독자는 돈을 내고 구매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독자는 무료 전환 시기까지 기다렸다 작품을 감상하면 된다. 부분 유료화 서비스의 성공적인 도입으로 레진코믹스는 서비스 첫 달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윤기헌 교수는 “시장에서 포털의 독과점이 너무 심해 플랫폼의 다변화가 만화계의 오랜 숙원이었다”며 “레진의 성공에 힘입어 다양한 유료 플랫폼이 생겨나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라고 레진코믹스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 평가했다. 웹툰 「데미지 오버 타임」의 선우훈 작가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루트가 생긴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웹툰 작가들에게 수익이 직접 돌아가는 수익구조가 생겼다”고 전했다.

레진코믹스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웹툰 전문 사이트를 만드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독자를 유인하는 수익성 있는 작가를 발굴하지 못해 사장됐다. 하지만 레진코믹스는 포털의 웹툰과 다른 장르를 발표함으로써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독자를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김헌식 평론가는 “레진코믹스는 자극적인 내용으로 인기를 끄는 ‘킬러콘텐츠’를 포함시키는 전략을 사용했다”며 “외설 논란이 있긴 했지만 성적인 콘텐츠를 다루는 등 장르적인 측면에서 포털의 웹툰과 차별화를 한 것”이라고 레진코믹스의 성공 이유를 분석했다.

레진코믹스 외에도 ‘탑툰’ ‘티테일’ ‘케이코믹스’ 등 새로운 웹툰 전문 사이트가 생겨나 독자들에게 다양한 웹툰을 제공하고 있다. 웹툰 시장은 스스로를 다양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여성을 타겟으로 한 웹툰이 많은 레진코믹스와 달리 탑툰은 「마피아 게임」 「보통남자」와 같은 남성 독자들을 위한 웹툰을 선보이며 인기를 얻었다. 1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탑툰은 등장한 지 1년 만에 누적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티테일은 성인용 웹툰을 중심으로 선보였던 레진코믹스나 탑툰과 달리 「연애혁명」 「두번째의 왕자님」과 같은 젊은 연령층의 감성에 호소하는 웹툰을 선보이고 있다. 탑툰과 함께 티테일도 레진코믹스와 동일한 유료화 전략을 취함으로써 포털과는 다른 유료화 서비스에 동참하고 있다.

레진코믹스가 등장하기 4년 전에 등장한 ‘케이코믹스’는 웹툰 작가들의 에이전시 역할을 하며 웹툰 매니지먼트 회사로 성장했다. 현재 케이코믹스는 카카오톡의 ‘오늘의 웹툰’ 서비스에 이말년, 워니 등 케이코믹스 소속 작가들의 웹툰을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웹툰 캐릭터를 이모티콘으로 만들어 작가가 다양한 경로로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는 웹툰의 미래를 만들어가려면

하지만 몇몇 플랫폼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웹툰 시장은 포털에 편중돼 있다. 윤기헌 교수 연구팀이 발간한 「통계로 보는 한국 웹툰: 한국만화의 새로운 길, 그 13년의 기록」에 따르면 웹툰이 등장한 2001년부터 2013년까지 13년 동안 다음과 네이버 두 포털이 전체 웹툰 시장 점유율에서 46%를 차지했다. 여러 군소매체의 노력은 포털의 장악에 이렇다 할 힘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성 측면에서 개인홈페이지, 전문 사이트, 포털이 서로 견제하며 각 매체의 독특한 웹툰을 생산하는 시장이 필요하지만 이의 실현은 요원해 보인다. 이에 김헌식 평론가는 “모든 매체에서 성공적인 웹툰을 언급할 때는 포털에 연재됐던 작품을 이야기 한다”며 “웹툰 시장에 등장하는 작품들을 분석하면서 의미있는 웹툰이 나왔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웹툰 전문 사이트들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다양한 소재를 다룬 웹툰이 만들어지는 것은 장려할 만한 일이지만 수익성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획일적인 웹툰 문화가 정착될 수도 있다. 윤기헌 교수는 “레진의 성공에 힘입어 늘어나고 있는 다양한 유료 플랫폼은 반갑다”며 “하지만 저질 성인만화의 급증이나 일본만화 스캔본 게재는 결국 제살 깎아먹기와 미래 시장의 위기요소”라고 웹툰 전문 사이트들의 상업성이 낳을 부작용에 대해 지적했다. 이에 선우훈 작가는 “웹툰 전문 사이트들이 생겼다고 웹툰이 다양해지는 것은 아니다”며 “원래 있던 작가를 데려오기 때문에 기존에 소비되던 콘텐츠의 시장이 한 개 더 생겼을 뿐”이라고 웹툰 시장이 다양해졌는지에 대해 유보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한국 만화계를 구하면서 등장한 웹툰은 포털에서 자리잡는 듯 했으나 포털에만 편중된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성을 확보하는 길은 웹툰시장의 색깔을 다채롭게 만드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레진코믹스를 비롯한 웹툰 전문 사이트는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낼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들의 노력이 기존 포털형 웹툰의 모습을 답습한다면 그들의 노력은 제자리걸음이 될 뿐이다. 끊임없는 실험정신으로 우리의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켜줄 웹툰 시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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