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출간된 『칼의 노래』(생각의 나무)가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고, 『불멸의 이순신』(황금가지)과 『맨주먹의 CEO 이순신에게 배워라』(밀리언하우스) 등 이순신 관련 서적들이 잇달아 출판됐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따르면 이순신 관련 서적 코너에는 15종의 책이 전시돼 있고 하루 평균 70여권이 꾸준히 팔리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이순신’이 출판계에서 주목받고,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원작인 『불멸』의 작가 김탁환씨는 “이순신은 ‘명분’과 ‘실리’ 모두 확보한 지도자라는 점이 새로운 리더십을 원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끌었다고 본다”고 말한다. 출판계에 ‘이순신 붐’을 일으키는 데 크게 일조한 KBS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제작진은 “최근의 ‘이순신 붐’은 경제 불황이 임진왜란과 같은 국난으로 여겨지면서, 이순신을 통해 희망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 © 강동환 기자

한편 문학평론가 공임순씨는 “이순신이 가지고 있는 모습들, 예컨대 문무를 겸비한 고독한 영웅, 결사항전의 정신을 가진 충신 이미지는 대중에게 호소하기 쉬운 면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순신에 대한 관심은 조금씩 다른 배경을 가지지만 역사적으로 꾸준히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우선 조선시대 정조는 조정 대신들의 권한을 누르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충신 이순신’에 주목했다. 그 후 일제시대 국권을 잃은 상황에서 『이순신전』을 쓴 신채호 등의 민족주의자들에 의해 민족적 자존심을 고취하고 국민을 계몽하기 위해 재조명되기도 했다. 이후 1970년대 박정희 정권 때 이순신은 다시 주목받는다. 박정희는 이순신의 군인 정신을 강조해 자신의 신분적 컴플렉스를 만회하고, 그와의 동일화를 통해 고독한 영웅 이미지를 구축하려 했다. 거기에는 기존 제도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이순신의 충성심을 국민들에게서 유도해내려는 국가주의적 사관도 작용했는데, 최인욱의 『성웅 이순신』과 이원수의 『이순신 장군』 등이 그 시대의 대표적인 저작물이다.

 

 

이 같은 역사적 맥락 때문에 최근의 이순신 관련 서적 출판과 이순신 열풍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임순씨는 “이순신에 대한 관심은 자칫 고독함을 무기로 한 그의 엘리트주의에 빠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고, 강영주 교수(상명대ㆍ국어교육과)는 “이순신 열풍이 박정희 향수를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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