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서울대 미술관 ‘김종영의 조각, 무한의 가능성’ 전

자연의 원리를 조각으로 표현해낼 수 있을까. 일생동안 이를 고민한 우성 김종영(1915-1982)은 자연의 원리를 추상조각으로 표현해냈다. 서울대 미술관에서는 그가 태어난 지 100주년 되는 해를 기념해 7월 26일까지 그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 김종영, '욕후', 20×1920×50.5cm, 1950년대 초사진제공: 서울대 미술관

1부 전시에서는 김종영과 같은 시기에 활동한 조각가들의 작품들을 함께 보여주면서 다른 조각가들과 확연히 달랐던 김종영의 예술 세계를 소개한다. 김종영이 조각을 시작한 당시에는 사실 그대로 표현하는 기법이 유행해 그가 다녔던 일본 동경미술학교도 이를 주로 가르쳤다. 하지만 김종영은 서구적 추상조각에 매료됐다. 가령 윤승욱의 ‘피리부는 소녀’의 경우 소녀의 오른쪽 다리에 실린 힘이 그대로 전달되지만, 김종영의 ‘욕후’는 여자의 다리 선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아 앉아있는지 서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욕후’의 인체 묘사는 완전히 추상적이라고 할 수 없으나 실제를 모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특한 지점을 확보한다.

김종영은 구체적인 대상을 기하학적으로 표현하는 추상조각가였다. 자연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나뭇잎, 얼룩말의 얼룩 등 자연물 중 어느 하나 대칭적인 것이 없음을 깨닫고 자연의 불규칙성을 작품 창작의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 그의 작품에는 자연물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으나 대칭을 이루지 않고 앞뒤를 알 수 없는 형태를 통해 자연의 불규칙적인 모습이 형상화된다. 이를테면 ‘작품 75-9’는 하나의 커다란 직육면체 형태로 각 면에 작은 사각형들이 2개씩 돌출되어 있다. 이 사각형들은 각 면마다 차지하는 위치와 크기가 모두 달라 김종영이 생각했던 자연의 속성을 담아내고 있다.

▲ 김종영, '작품 65-4', 나무, 39×19×40cm, 1965사진제공: 서울대 미술관

돌과 청동에 자연의 원리를 새겼던 김종영은 자신이 ‘조각하지 않는다’(不刻)고 생각했다. 조각이란 보통 재료를 새기거나 깎아서 만드는 것을 의미하지만 김종영은 자연의 원리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한 덩어리의 재료를 깎아내는 방식과 다르게 여러 조각을 유기적으로 구조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연물이 완전한 하나의 형태가 아니라 작은 존재들이 모여 이뤄진 구조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작품 65-4’는 나무를 재료로 한 다른 크기의 직육면체 6개가 블록이 끼워 맞춰지듯 종횡으로 조립돼있어 나무를 깎는 일반적인 조각 방식과 다른 그만의 독창적인 표현법을 보여준다.

“표현은 단순하게, 내용은 풍부하게”라는 그의 말처럼 작품들은 표현이 절제돼있으나 자연의 본질을 담아내고 있다. 다양한 각도에서 그의 작품을 둘러보면 정적인 조각 속에 불규칙적이면서도 체계를 이루는 자연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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