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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연구자에게 열린 도서관 서비스를 바라며

지난주에 자료 조사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해외 한국학 연구자에게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훌륭한 도서관이다. 소장 자료가 풍부하고 출입 제한이 없다. 신분증만 맡기면 바로 열람이 가능하다. 늘 이용하던 서울대 도서관이지만 이번에 방문했을 때는 좀 욕심을 내어 일반회원 가입을 시도했다. 책을 대여할 수 있고 열람실도 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입 절차를 문의하니 “회원 가입은 인터넷으로만 가능하다”고 했다. 한국에서 일 년 가까이 생활해 본 경험이 있는 필자는 ‘혹시나’ 하는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에서 일반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아이핀’이라는 서비스를 통한 공인인증이 필요했다. 예상대로 필자의 맥북에서는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윈도우가 설치된 다른 컴퓨터로 다시 시도해봤다. 뭔가 진행은 되는 듯했으나 단기 방문한 외국인은 공인인증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아이핀 인증은 주민등록번호 소지자, 재외국민, 그리고 외국인 등록번호를 받은 외국인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회원 가입을 포기했다.

며칠 동안 출입구에 여권을 맡겨가며 도서관을 이용하던 중 서울대 학위논문을 읽어야 할 일이 생겼다. 소장자료 검색 결과에 바로 ‘원문읽기’ 버튼이 보여 클릭해봤다. 그랬더니 ‘ezPDF 뷰어’가 설치돼있지 않으니 문서를 열람할 수 없다는 안내가 떴다. 그 ezPDF의 제작사 공식 사이트에 들어가 설치 파일을 다운 받으려 했으나, 맥용은 물론이고 윈도우용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다시 윈도우 컴퓨터로 시도해봤다. 크롬이나 파이어폭스 브라우저에서는 논문은 보이지 않고 빈 창만 나왔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시도해 보니 ‘ezPDF ActiveX 플러그인을 설치하겠느냐’는 창이 뜬다. 설치를 허용하니 비로소 원문을 읽을 수 있었다. 꼭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가? 이제는 널리 알려졌다시피 ActiveX는 이미 낡은 기술이다. 대학에서 항상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기술의 속도를 빈틈없이 따라잡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웹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기시된 지 오래인 기술을 꼭 고집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ezPDF를 통해서만 논문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저작권 보호라는 취지에 걸맞은지도 의문이다. 도서관의 ezPDF를 통해서는 학위논문 파일을 별도 저장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프린트는 가능하다. 그렇다면 논문을 출력한 후 스캔하면 어차피 저장과 복제가 가능한 PDF 파일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종이가 낭비되고 사용자가 약간 불편할 뿐이지, 저작권의 보호가 딱히 보장되지도 않는 것이다.

표준 웹 규약을 준수하면서 모든 운영체제와 브라우저에서 구동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개편한다면, 국내 및 해외에서 활동하는 모든 한국 학자들이 복잡한 절차를 밟거나 ‘한국 연구용’ 윈도우 컴퓨터를 따로 장만해야 하는 일이 없이 어디서든 언제나 그리고 손쉽게 연구 활동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란다.

 

하비에르 차

홍콩대학교 박사 후 펠로우

대학신문  snupres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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