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들어서자 한쪽 벽에 책이 가득하다. 만화방에 들어온 것인지 착각할 정도다. 방 한쪽에는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수 있는 텔레비전과 함께 DVD, 프라모델, 포스터 등이 곳곳에 보인다. 이곳은 다름 아닌 ‘노이타미나’의 동아리방이다. 지난 21일(목) 애니메이션에 큰 관심을 갖고 열중하는 ‘오타쿠’들의 공간을 방문했다.

노이타미나는 올해로 19주년을 맞은 중앙 애니메이션 동아리다. 노이타미나 박건우 회장(자유전공학부·14)은 “노이타미나라는 동아리 이름은 영어 ‘Animation’을 거꾸로 읽은 데서 유래했다”며 “주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지만 체코나 프랑스 등 다른 나라 애니메이션을 다루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후배 간의 위계질서가 없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 동아리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 노이타미나 동아리방에서 동아리원들이 에니메이션을 감상한 후 이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사진: 유승의 기자 july2207@snu.kr

노이타미나는 5개의 소모임을 만들고 회원 각자의 취미에 맞는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노이타미나에는 익스프레스, 라이트노벨*, 스케치, 프라모델, 밴드의 총 5개 소모임이 있다. 이중 ‘익스프레스’는 ‘심야에 애니메이션을 몰아보는 급행열차’라는 뜻을 갖고 있다. 박건우 회장은 “매주 수요일에는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나 장면을 그리는 스케치 소모임이 있고, 목요일에는 애니메이션을 감상하고 스토리와 연출, 감독 등에 대한 평가를 나누는 익스프레스 소모임이 있다”며 “지난주 익스프레스 소모임에서는 일본의 유명한 근대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재구성한 ‘푸른문학 시리즈’를 감상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라이트노벨, 프라모델, 밴드 소모임은 비정기적으로 만나 활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아리 정기 행사로는 매주 금요일 개최하는 세미나와 총회, 그리고 매학기 시행하는 부스 사업과 상영회 등이 있다. 박건우 회장은 “동아리원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내용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며 “지난 금요일에는 하나의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만화, 캐릭터 상품, 음반 등 다양한 컨텐츠를 만드는 ‘미디어믹스’에 관한 세미나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동아리 소개제나 축제 때 부스 사업을 진행하고 학기 초에는 학생회관 라운지에서 상영회를 연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이토록 적극적으로 동아리 활동을 하게끔 만드는 애니메이션의 매력은 무엇일까. 동아리원 김치형 씨(전기정보공학부·11)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내용이나 사상보다는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가 가지는 특징을 좋아한다”며 “영화나 드라마에서 쉽게 쓰기 힘든 표현이나 역동성과 색감을 그림을 통해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최근 동아리 규모가 커지면서 동아리원 사이에서 노이타미나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 또한 활발하다. 김치형 씨는 “동아리 회원 수가 많아지면서 애니메이션 이외에도 라이트노벨, 프라모델 등 다양한 일본 서브컬처를 다루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같은 동아리 내에서도 사람마다 좋아하는 분야가 매우 다르다”며 “동아리 정기 활동을 강화해 이를 극복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박건우 회장은 “어디까지나 애니메이션이 동아리 활동의 중심축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사람들을 ‘오타쿠’라고 표현하는 대중적 인식에 대한 동아리원들의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박건우 회장은 “과거에 일본 문화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매국노, 변태로 여겨지던 것에 비하면 최근 인식은 개선된 편”이라며 “애니메이션에 깊은 관심이 있다는 의미에서 우리들은 오타쿠가 맞고 그렇게 불리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또 김치형 씨는 “서로 전혀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에 대해 거리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누구나 한번쯤은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자란 추억이 있을 것이다.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 ‘투니버스’와 ‘애니맥스’ 등이 엄청난 인기를 누리던 시절이 있었고,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애니메이션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는 노이타미나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취미를 공유하는 것이 어떨까. 혼자서는 볼 수 없던 것들이 보일 지도 모르니 말이다.

*라이트노벨: 일본의 서브컬처에서 파생된 일본의 독자적인 소설 장르.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