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에서 지구의 과거를, 수성에서 미래를 보다

지난 7월 카시니호의 토성 궤도 안착, 오퍼튜니티호의 화성 탐사에 이어 지난달에는 수성 탐사선 메신저호가 발사됐다. 또 천문학자들이 외계행성을 잇달아 발견하는 등 인류가 35년 전 달에 착륙한 이래 행성탐사 분야는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행성 탐사의 진전을 통해 인류는 태양계 탄생 배경의 비밀을 밝히고, 외계 생명체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탐사 의 수행 자체가 과학 발전의 큰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올해 7월 1일, 최초의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가 7년 여의 긴 여정 끝에 토성에 근접했다. 최기혁 박사(한국항공우주연구소 책임연구원)는 “토성은 지구보다 태양으로부터 훨씬 멀리 떨어져 있어 태양열을 적게 받아 행성의 진화가 느리기 때문에, 토성을 탐사하면 원시 태양계의 상태를 유추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카시니호에는 호이겐스호라는 보조 탐사선이 달려있는데, 올해 12월에 토성의 위성 타이탄으로 발사될 예정이다. 호이겐스호는 높이에 따른 타이탄 대기의 조성을 파악하게 된다. 최 박사는 “타이탄의 대기는 40억년 전 원시 지구의 대기와 유사해, 지구의 과거를 추측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화성 착륙 로봇들 ‘물 찾아 삼만리’

 

카시니-호이겐스호가 토성을 통해 지구와 태양계의 과거를 볼 수 있다면, 지난 8월 2일 발사된 수성 탐사선 메신저호는 수성을 통해 지구의 미래를 보게 된다. 태양과 가장 가까운 수성의 상황은 수십억년 후 지구가 처할 상황과 유사하다. 메신저호는 2011년에 수성 궤도로 진입할 예정이다. 지구와 토성 간 거리의 1/10도 안되는 거리(8000만 km)에 있는 수성에 가는데 7년씩이나 걸리는 이유를 최 박사는 “수성과 태양이 너무 가까워 수성으로 곧장 가면 태양으로 빨려 들어가 버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메신저호는 지구를 한 차례, 금성을 두 차례, 수성을 세 차례 지나면서 무려 80억 km를 빙글빙글 돌아 수성에 접근한다. 수성 탐사의 의의에 대해 이상각 교수(지구환경과학부)는 “행성이 자기장을 가지기 위해서는 핵이 액체상태여야 하는데, 지금까지 분석된 바로는 자기장이 관측되는 수성의 밀도가 고체상태에 가까웠다”며 “메신저호가 이 비밀을 밝힐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한다.

한편, 화성으로 간 스피릿호와 오퍼튜니티호는 이 시간에도 화성 표면을 탐사 중이다. 이 쌍둥이 탐사선들은 목표물까지 가는데 장애물이 발견되면 스스로 피할 수 있는 첨단 인공 지능을 갖췄다. ‘물의 흔적’을 찾기 위해 이들은 화성의 토양 성분을 조사하고, 대협곡이나 물결무늬 퇴적암 등 물이 있어야 발견되는 지형 구조를 찾는 중이다. 최 박사는 “물은 생명체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강력히 제시할 뿐만 아니라, 물을 전기분해해 얻는 산소와 수소는 우주 장거리 비행의 연료로 쓸 수 있어 중요하다”고 말한다.

 

행성의 물은 생명의 흔적이자 우주 여행의 잠재적 원료

 

한편 태양계 밖 외계 행성계를 찾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구형 행성을 발견할 경우 거기에는 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을 찾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태양과 같이 행성을 가지고 있는 항성은 행성이 당기는 인력으로 인해 스스로 내는 빛에 일정한 패턴으로 흔들림이 생기는데, 이를 통해 행성의 존재 여부와 크기까지 알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지난 1일 이같은 원리로 행성을 탐지하는 고분산 에셀 분광기를 개발해 목성의 1/3 크기 행성까지 탐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또 망원경으로 직접 관찰하는 방법이 있다. 이를 위해서 작은 망원경을 일정한 모양으로 배열해 해상도를 높인다. 최근 발견한 지구의 십 수배의 크기의 행성들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103개 가량의 행성계가 발견된 상태다. 이 교수는 “지구 크기의 행성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더 정밀한 기술이 필요하지만 최근 발전 속도로 비춰볼 때 조만간 발견될 것”이라고 말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