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를 말하다: 청년의 목소리가 반영된 일자리 대책을 위해’ 좌담회 전문

일시: 5월 21일 목요일 6시 30분~8시 30분

장소: 아시아연구소(101동) 영원홀

사회자: 권순희 사회부장(자유전공학부・09)

참석자: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문유진 운영위원장, 정치발전소 조성주 공동대표,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 김대일 교수(경제학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상동 부원장

※ 좌담회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 및 사실관계와는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권순희: ‘청년 일자리를 말하다: 청년의 목소리가 반영된 일자리 대책을 위해’란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좌담회는 지난 3월에 실었던 청년 연재기획의 연장선상에서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가장 먼저 청년 패널 분들을 소개하겠다.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문유진 운영위원장, 정치발전소 조성주 공동대표 분이 참석하셨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 중이신 의원 두 분,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님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님께서도 자리해주셨다. 노동 분야에서 연구하고 계신 서울대 경제학부 김대일 교수님과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상동 부원장님께서도 자리해주셨다. 참관인으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일자리부 민길수 부장님께서도 자리해주셨다.

저희는 청년들의 어려운 현실을 직면하고 이것이 왜 해결되지 못 하는지 원인을 짚어본 다음에 이를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춰 지난 3월 3번의 연재기획을 실었다. 연재기획을 전후해서 청년 일자리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이에 대해 정부, 노동계, 노동전문연구자, 학계, 청년패널, 국회에서 실제 정책 담당 하시는 분들과 논의해보자는 취지에서 좌담회를 진행하게 되었다.

청년들이 마주한 노동 현실, 그 원인을 짚어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려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다. 어렵게 일자리를 구한다하더라도 취업자 5명 중 1명꼴로 계약직이다. 청년들이 마주한 노동 현실은 일자리의 양이나 질 모두 충분치 않다. 이러한 현상들을 해석하기 위해서 몇 가지 시각들이 제시되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한국경제의 저성장추세와 노동시장의 구조적 차원부터 이야기를 진행해보자. 이상동 부원장님은 이러한 거시적인 관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이상동: 물론 지적한 원인들이 청년실업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시장, 노동구조라는 거대 시스템 아래 하위 시스템이 얼마나 자율성을 가지고 있는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노동시장의 여건들이 더 큰 구조적 문제에서 제압 받고 있는 점이 크다. 이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지금 노동시장 안에서는 노동의 야만화가 심각한 문제다. 노동시장의 문제가 일자리 문제, 임금 문제 같이 숫자로만 해석이 되지만 어떠한 조직이나 일자리든 사람이 관계 되는 것이기 때문에 선의나 타협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경제 전체가 노동시장 문제를 숫자에 관련된 문제로만 치부한다. 이 문제는 나중에 다시 한 번 설명하겠다.

권순희: 노동 현실의 양과 질 모두 열악한 원인으로 대기업, 중소기업과 정규직, 비정규직과 같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가 있다. 이러한 지적이 현실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지?

김대일: 이중구조는 상당히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다. 실제로 청년층 숫자는 줄고 있는데 실업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 이중구조에 따른 일자리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기업 정규직을 위주로 한 노동조합이 기득권이 돼 여기에 끼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불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 일자리 창출은 불이익이 일어나는 쪽에서만 일어나고 있다. 기업은 임금 부담이 크다보니 자동화방식으로 노동시장을 개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 수는 부족하지 않다. 다만 질이 나빠지고 있을 뿐이다. 일반적으로는 제로섬게임을 많이 얘기 한다. 섬이 제로기 때문에 누가 많이 가져가면 못 가져가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의 질 문제는 제로섬 게임이 아닌 이중구조 때문이라 생각한다.

권순희: 정년연장, 통상임금 수준 확대와 같이 정규직 노동 수준이 높아져서 청년실업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지적이 있다. 정규직 과보호론에 의한 청년실업 심화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다고 보시는지 궁금하다.

김용남: 우리나라의 경우에 300인 이상 사업장은 내년부터 정년연장이 되고, 300인 미만 사업장은 2017년 1월부터 정년연장이 된다. 정년이 60세까지 연장 됐기 때문에 기업은 신규 채용여력과 필요가 없어진다. 정년연장을 하기로 결정할 때는 반드시 연계될 개념이 임금 피크제다. 그러나 정년 연장은 법 개정을 통해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반해 임금 피크제를 선택한 사업장의 비율은 15% 내외로 높지 않다. 그렇다면 정년이 연장될수록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기업의 임금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청년의 신규취업을 압박하게 되는 것이다.

권순희: 심상정 의원께서는 정규직 고용보호 수준과 청년실업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시각을 어떻게 보시는지?

심상정: 최근에 노동시장의 양극화에 대해 정규직 책임론이 제기 됐다. 그러나 청년실업의 진정한 원인은 대기업 중심의 고용 없는 성장, 노동 소득분배 악화라고 생각한다. IMF 이후에 노동소득분배율이 급격히 악화돼 왔다. 1996년 노동소득분배율이 73.4%였으나 2010년대는 64%로 조사됐다. 실질임금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기업에 부의 쏠림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정규직을 포함해 노동자 임금은 전체적으로 낮아졌지만 청년실업률은 떨어지지 않았다. 기업 사내보유금은 90년도부터 12년까지 20여 년 동안 29배 확대됐다. 이 기간 동안 노동자들 실질임금 상승률은 제로에 가까웠고 임시직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를 통해 기업이 돈이 있어도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청년 실업의 원인은 엄청난 잉여금을 사내에 쌓아두고도 고용을 늘리지 않기 때문이다. ‘분수효과가 사라진지 오래됐다’, ‘소득주도 경제가 돼야 한다’, ‘대기업 중심의 성장론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주장들도 이제는 일반화 된 주장이다.

또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결코 경직적이지 않다. 근속비율로 따져보면 1년 미만의 근속 노동자 비율이 32.8%로 OECD 최고 수준인데 비해 10년 이상 장기근속 노동자 비율은 19.7%로 OECE 최저다. 노동시장 경직돼서 청년 실업 늘어난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물론 일부 노동조합의 힘이 센 대기업에서 고용이 유지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가 언론에서 두드러지게 부각되면서 상당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경직성이나 고임금 때문에 청년들의 취업이 어렵다하는 것은 잘못된 진단이라고 본다.

권순희: 이 논점에 대한 의견은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 노동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연구해 오신 분들에게 의견을 여쭙고 싶다.

이상동: 자꾸 일자리 문제를 노동시장 내에서 비정규직, 정규직의 구도를 생각하는데 과연 입법이 될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정규직 과보호를 하면 주주나 임원진에 대해서는 과보호가 안 되고 있나요? 기업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나눈다고 생각할 때 노동자 임금에서만 그렇게 될까요? 그렇게 좁혀서 접근하는 것이 우리사회 전체에 좋은 접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대일: 청년실업이 높다고 하지만 최근에 취업률은 올라가고 있다. 실업률이 가장 심각한 연령이 25~26살이다. 그 이후부터는 일자리의 질이 낮더라도 취업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질 낮은 일자리만 생기는가? 이는 대기업이 더 이상 고용을 확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 정규직 임금은 굉장히 빨리 올라가고 있는데 반해 중소기업 비정규직 임금이 떨어져 평균적인 실질임금이 떨어지고 있다. 대기업은 점점 더 국내에서 근로자 채용을 하지 않고 자동화 시스템으로 바꾸거나 해외로 공장을 이전한다. 이는 국내 임금이 비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수출에 의존적인 경제구조로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비를 절감해야하기 때문이다.

권순희: 지금까지 얘기를 지켜본 청년패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조성주: 대기업을 중심으로 노조가 많이 조직돼 있고, 노조가 있다는 것 자체가 다양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규직들이 어느 정도 보호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이 청년 실업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본다. 기업의 채용관행에도 문제가 있다. 외주, 사내 하청, 계약직으로 1~2년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이러한 기업의 채용관행에 대한 고려 없이 정규직 과보호론으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사실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11%로 OECD 평균(14%)보다 낮다. 그러나 공식적 청년 실업자들은 35만 명에서 40만 명 사이인데 반해 청년실업률에 포함되지 않는 취업준비생 숫자가 40만 명이 넘는다. 이처럼 취업준비생 수가 계속해서 쌓이는 이유는 역시나 좋은 일자리가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지 기존 좋은 일자리를 유연화하는 것이 얼마나 효용성이 있겠는가? 사실 대기업 고용규모가 그렇게 큰 편도 아니다.

문유진: 동의한다. 대기업 정규직 자리들이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 미만이다. 이를 유연화 한다고 해서 청년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김용남: 지금 말하는 ‘질 좋은 일자리’는 대기업 정규직을 상정한다. 대기업 정규직이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가 됐든 10%가 됐든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 때문에 신규 진입이 어려운 것이므로 정규직 과보호가 청년 실업의 원인이 되는 것 아닌가?

이상동: 과연 정규직 과보호 조치를 철회했을 때 기업의 선의를 믿을 수 있는가? 정규직 조건을 조금만 유연화 하면 그 자리에 청년 일자리가 두 개 생긴다는 말이 있는데, 기업이 과연 그렇게 할까? 차라리 정규직 하나를 유지한 채 하나를 외부화 시키는 것이 더 이익이다.

심상정: 60년대 이후 한국경제는 고성장을 해 왔다. IMF가 터지면서 성장률이 둔화되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됐다. 당시에 IMF를 극복하는 비용을 조달하는 방법으로 정부는 신자유주의적인 노동정책을 전격적으로 도입했고 기업도 일자리를 대폭 줄이고 핵심 일자리를 제외하고는 외주화 하거나 비정규직화했다. 그리고 이 관행이 이후에도 지속돼 노동자들의 고통 분담률은 계속 강화돼 왔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 내외인데, OECD 33개국 중에서 장시간 노동, 중대 재해, 비정규직 비중, 저임금 노동자 비율 등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는 노동관련, 복지관련 지표가 OECD 최저수준으로 성장의 열매가 골고루 분배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중시장 극복 문제라든지 양질의 일자리 창출문제를 위해 전제돼야할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고 임금이나 최저임금이 적어도 어느 정도 몇 배 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든지 등, 공동체로서 사회적 책임의 측면에서 지금의 노동시장 구조를 봐야한다.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으로는 첫째, 고용형태가 매우 복잡하다는 것이다. 둘째, 임금이 수당백화점이라고 불릴 정도로 비율이 아주 낮은 기본금에 많은 수당금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기형적인 구조는 오랫동안 노동착취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문제 건드리지 않고 격차의 수량적 비교에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물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격차 좁혀야 하고 노동계 내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먼저 기업이 노동시장 구조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정부는 저임금 해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은 헌법정신이다. 경제 주체간의 분배를 조화롭게 하는 헌법 정신. 그런 토대 위에 노동 내부에서도 사회적 합의 틀을 가지고 논의할 수 있다.

권순희: 정부가 최근에 추진하고 있는 청년일자리 정책의 효과를 짚어보자.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서 여러 가지 고용촉진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학습병행제, 청년 인턴제를 통해서 노동시장에 존재하는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를 해소를 하고, 국내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해외에서 취업과 창업하는 것에 지원해주기 위해 K-move사업도 진행 중이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대책의 취지와 방향에 대해서 총론적인 평가를 검토해 보자.

문유진: 청년 고용대책 실효성이 있기 위해서는 청년들에게 잘 알려져야 한다. 전국 대학생들 865명 대학생들 설문 조사를 했더니 비교적 잘 알려진 시간제일자리, 청년고용할당제 같은 경우도 15%만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 외 모든 정부 정책을 포함한 11가지 항목에 있어서는 평균 2.5%만 알고 있다고 답했다. 평균으로 5%도 넘지 않는 수준인데 이는 실효성 있다고 보기 어렵다. 청년실업 대책 방안들을 알리고 홍보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창업의 경우에는 5년 안에 5곳 중 4곳이 망한다고 한다. 그러나 파산 이후 경제적 어려움을 오로지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즉 우리나라는 사회안전망이 부재해 청년 창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좋은 정책이 나와도 효과적 운용이 어려운 것이다. 다른 나라 같은 경우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유능한 인재들을 자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K-move와 같이 청년 인재들을 외국에서 취업시키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국가의 지속가능성에 있어서 바람직한가?

조성주: 고용률을 기준으로 정책기조를 정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일·학습병행제는 과도하게 높은 대학진학률과 산업 현장과 동떨어진 대학교육을 고려한 상당히 의미 있는 제도다. 그러나 해외취업은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 아닌지 우려가 크다. K-move는 실상 어학연수와 비슷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선진 기술 일자리가 아니라 단순한 파트타임 수준의 경험에 머무르고 있다.

김용남: 일·학습병행제, 청년 인턴제, K-move와 관련해서 아직까지 긍정적인 결과물이 나온 것은 아니다. 일·학습병행제는 최대 4년까지의 기간이 있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 봐야할 거 같고 인턴제를 통해 정규직화 되는 지표는 그다지 좋지 않다. K-move는 한 사람을 취업 시키는데 1500만원 넘게 소요되지만 해당 일자리 연봉이 2000만원이 안 되는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언어장벽도 높고 일자리 질 또한 좋지 않다. 아직까지 낙관적인 지표가 나오지 않고 있다.

심상정: 여러 일자리 창출 제도들의 구성은 제대로 돼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치성 싸움에 머무르거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량을 채우는데 급급하지 내용은 부실한 편이다. 중소기업 청년 인턴제 같은 경우에는 60%가 150만 원 이하의 일을 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K-move같은 경우 참여기업의 84%가 현지 우리나라 법인들이다. 굳이 해외 취업을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 근본적인 경제 전략이나 기업 구조개선, 노동시장의 혁신이 총체적으로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단기적이고 질 나쁜 일자리만 양산될 것이다.

권순희: 청년 일자리 정책들은 정부가 견지하고 있는 전반적인 고용정책기조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앞서 말했듯, 정부는 노동시장 개혁해야 청년일자리 해소된다는 취지에서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구조개혁안을 추진하고 이와 연장선상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을 통과시키는 등 규제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정책 기조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노동 조건 개선을 바라는 청년들의 요구에 얼마나 부응하는가?

김대일: 노동시장 개혁해야 청년 일자리가 나온다. 다만 지금 정부가 충분한 개혁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정규직 과보호론에 대해 자꾸 언급하지만 실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노동조합의 문제다.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11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노사정 위원회에 근로자 대표로 들어가 있는 노조가 전체 근로자를 대변할 수 있는가? 비정규직을 보호해야 한다는 얘기가 자꾸 나오지만 실상 대기업 정규직 노조 중에 비정규직을 포용하는 노조는 하나도 없다. 노조가 근로자를 대표하고 대변할 수 있어야 하지만 대기업 위주의 10% 정도의 정규직 이익만 대변하다보니 나머지 90%의 이익은 침해되고 있다. 이게 이중구조다. 아까 하청 얘기가 나왔는데 노조 임금이 올라갈수록 하청 임금은 깎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가 얼마나 개혁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비관적이다.

김용남: 고용 없는 성장, 내지는 노동의 종말 얘기가 나온 게 20년이 넘었다. 실제 사업장에서 자동화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람의 손이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고안된 법안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이다. 그러나 이것이 국회에 계속 묶여 있다.

그리고 OECD 34개 국가와 비교해서 우리나라의 노동 생산성은 28위로 하위권이다. 당장 현대차 생산라인 울산지부와 미국 알라바마 지부만 비교해 봐도 생산성 차이가 난다. 근로 관습 내지는 행태가 문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대차에서 노조의 승낙 없이 라인 변환 배치가 불가능한 상황을 들 수 있다. 노동 생산성의 문제가 청년 취업의 문제와 연관돼서 사태가 악화되는 거 아닌가.

권순희: 청년패널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조성주: 노동시장개혁 관련해서 청년 취업률을 연계하는 것이 불만스럽다. 노사정에서 얘기한 것이 저성과자 노동자 해고, 취업규칙 변경 등인데 취업조차 못하는 청년들과는 크게 관련 없는 문제다. 전혀 관련 없는 부분을 다루면서 마치 청년들 문제를 다루는 것처럼 오도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국민연금 개혁에 있어서도 비슷하다.

김대일 교수님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노동조합이야말로 근로자를 대표하는 기구 아닌가?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우리나라보다 조직률이 낮지만 노사정 대화에 참여한다. 노조조직률이 얼마이든 노조를 대표조직으로 인정하는 것은 선진자본주의의 기본적인 자세라고 생각한다. 노조가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표하지 못 하는 것은 아쉽다. 그러나 오히려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포함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정부에서는 그런 모습이 부족한 것 같다.

문유진: 대기업 노조가 비정규직까지도 포함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규제완화가 세계적 흐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사회안전망 확충은 여전히 부족한 형편이다. 유연안정성을 구축한 덴마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상동: 좁은 의미에서 제도는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거시적 구조를 건드는 것에는 굉장히 소극적이다. 예를 들어 김대일 교수님이 말씀하셨던 문제 중에 정규직 일자리 나누기 ,노동시간 줄이는 것 등이 정규직 실질 소득률을 감소시킬 위험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노조 조직률이 낮아 스스로가 불안한 상태에서 이러한 방안은 타협을 어렵게 만든다. 노동조합한테는 힘을 주면서 정규직 일자리 나누기와 노동시간 줄이기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류의 큰 구조 개혁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

또 하나는 지난 정부에서 이야기 됐던 고용영향평가제가 잘 안 되고 있다. 고용영향평가제는 수치로서가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이 평가하는 것이다.

청년실업문제의 원인으로 생산 자동화를 꼽는다. 그러나 이미 제조업 분야에 있어서 자동화 양상은 충분히 진행 중이다. 이미 세계 경제는 지식 노동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식 노동에 관한 청년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지식 노동의 특징은 생산량이 어느 날은 0이나 100, 혹은 10000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청년노동자들이 지식노동과 창의력을 발현할 수 있게 할 것인가? 생산력이 0인 순간을 견딜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고용보험정책으로는 이러한 복지정책이 나올 수 없다. 지금 노동부 예산의 대부분이 고용보험에서 나오고 있는데 그 비용은 노사가 마련한다. 기본적으로 청년들에게 지원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고용노동부 예산 마련을 위해 일반회계 투입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의 성과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창의성과 연계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OECD 국가 중 청년들에게 생활비, 학업비 수당을 지원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일자리와 직접적인 연결 없어도 청년들은 창조성 준비하는 단계로 지원책이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

심상정: 경제 활성화 법안을 야당이 발목잡고 있다는 논란이 있다. 대표적으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을 들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복지, 교육, 의료, 공공분야를 상업화하고 민영화하는 법이다. 예를 들면 의료화 투자활성화 대책이 있다. 이는 영리법인 원격진료, 병원부대사업 등 다수의 고용창출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야당이 반대하는 것은 의료비용 인상으로 귀결되고, 그래서 의료서비스 부익부 빈익빈으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최소한의 교육, 의료, 복지 분야에 있어 공공성을 파괴해 역기능이 더 큰 법안을 허용할 수 없다.

김용남: 반론은 있으나 주제에서 벗어난 거 같아서 하지 않겠다.

권순희: 두 법안 이 통과됐을 때 일자리 창출은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가?

심상정: 그렇다. 그러나 공공성이 훼손됨으로써 미칠 악영향이 더 크다고 본다.

권순희: 추가적 의견 있으신가?

심삼정: 노사정위원회의 노조 측이 반쪽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는 것은 불합리하다. 해법이 무엇이냐? 지금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노사정위원회는 대단히 권위주의적이다. 노동자들이 최대한 골고루 대변될 수 있는 노사관계법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세대, 지역,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들이 관여해야 한다. 비정규직은 원칙적으로 노조를 못 만들게 돼 있다. 노조를 만들 수 있게 해 조직률을 높이고, 정규직이나 하청노동자들이 하나의 교섭 테이블을 짤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노조가 아닌 근로자들을 대변할 수 있는 대표를 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이 광범하게 보장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통합력을 높이는 정부정책이 바람직할 것이다.

권순희: 이제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청년의 입장에서 보기에 청년실업과 관련해 해결이 시급한 문제나, 문제해결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이나 제도가 있다면?

문유진: 하나를 꼽기 어렵다. 하나가 해결된다고 다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복지국가라고 기업의 무조건적인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다. 덴마크, 스웨덴 같은 복지국가들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노동생산성, 노동소득분배율과도 연관이 있다.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동자들을 교육하는 시스템을 국가에서 실행하고 있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나라 직업훈련의 문제점은 제과제빵과 같은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를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복지국가들이 기업훈련제도와 같이 기업과의 연계를 도모하는 것을 본 받을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노동소득분배율이 OECD 24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월급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교육, 의료와 같이 반드시 지출해야하는 영역에 있어서 국가의 지원이 확충돼야 한다. 공공사업의 탈상품화를 통해 사람들의 삶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해야 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이러한 사회안전망이 맞물려야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조성주: 가장 중요한 것이 고용보험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노동시장의 구조 개혁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고용보험을 개혁하자는 얘기가 대학생들에게 익숙지 않을 수 있으나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사회안전망으로 작용한다. 한국 청년들은 이직률이 높아 부유하듯이 떠돌아다니듯 노동하는데 고용보험이야말로 이런 상황 속에서 가장 효과적인 사회안전망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덴마크 같은 경우에는 자발적 실업 같은 경우에도 실업급여 제공할 정도로 실업급여 제도가 잘 이루어져 있다. 해고나 실업에 대한 공포가 없이 다음 일자리 준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것이 부족하다. 저도 노조 활동 해봤지만 이것이 잘 이루어진다면 양보할 수 있다.

김용남: 고용정책이나 취업과 직결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청년실업에 있어서 가장 큰 특이점 중 하나가 세계 최고의 고학력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대학진학률을 갖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대학진학자가 많이 필요한가? 사실 산업구조상 그렇게 많은 대학진학자들이 필요치 않다. 즉 수요와 공급 사이에 미스매치가 있는 점이 한국만의 독특한 청년실업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비싼 등록금 들여서 대학 졸업했으니 질 좋은 일자리를 가지고 싶은데 사업구조 자체는 월등한 고학력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미스매치 때문에 청년실업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청년고용, 고용정책의 문제가 당장 연관이 없어 보일지라도 직업훈련이라는 측면에서 교육과정 개편이 어느 나라보다도 시급하다.

김대일: 교육과 청년실업의 연관성은 매우 크다. 양질의 일자리는 안 생기고 대졸자들은 늘어나는 양쪽에서의 미스매치가 심각하다.

더 나아가서 지금 전세계 사업시장을 보면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3개 밖에 되지 않는다. 애플, 삼성, LG. 이처럼 수송, 통신이 발달하면 몇 개의 회사가 세계 시장을 독식할 수 있는 슈퍼스탁마켓 체제로 바뀐다. 우리나라는 OECD 중 학력수준이 굉장히 높다. 이는 우리나라가 중간층이 두터워 평균이 높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탑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슈퍼스탁스에서 밀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에 고용된 RnD 인력 1만 명 중 구천 명 이상이 외국사람들이다. 좋은 일자리를 다 뺏기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좋은 일자리에 맞춰 갈 수 있는 청년들을 못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동: 사회 전체적인 교육과 일자리의 미스매치 문제는 누구나 동의한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문제라면, 나는 나의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고 그에 맞는 일자리를 선택할 것인가?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조금 더 좋은 교육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는 중하위계층의 저임금 노동자들을 보며 불안해한다. 그러므로 반실업상태군이 너무 많은 이 상황에서 고용정책은 하위 일자리를 전반적으로 올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둘째, 교육은 해방 이후에 유일한 신분상승의 통로였다. 다들 명문대학을 가려고 하는 이유는 자기의 사회적 신분이 그 기회를 계속 만들어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이 해방 이후 계속 반복돼 왔다. 사립학교들이 굉장히 팽창(전세계 1위)해 내부의 경쟁을 하나 만들어 논 것 또한 문제다. 학생을 뽑고 거기서 이익을 얻고, 교수를 만들어내는 내부 경제를 만들어 유지하고 있다. 이것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일자리와 교육이 잘 맞지 않는 것은 사회정책으로 접근해야한다. 아래층을 두텁게 올리면서 동시에 현재 풀고 있는 작아 보이는 문제가 굉장히 큰 구조에서 왔다는 것을 아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김용남: ‘우리나라가 학력사회다’, ‘교육이 유일한 신분상승 통로다’ 등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신분상승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의 문제겠지만 부의 축적이라든지 오히려 교육은 다른 사회구조가 고착화돼있는 우리나라에서 신분상승의 비율이 기존까지는 낮았다고 본다.

이상동: ‘유일한 신분상승의 통로’라고 말한 의미는 평등의 문제와 관련돼 있다. 한국 사회에서 평등주의는 독특하게 모든 사람들의 연대보다 자기 집단을 차별화시키고 그 집단 내에서 평등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어느 정도의 레벨이 되는 집단에서 평등을 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학력과 직업을 기준으로 개인을 구분 짓는다. 학위증만 있으면 그 사회에 편입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권순희: 제도적 해법 외에 문제 해결을 위해 각 주체들에게 요구되는 태도나 역할이 있다면?

조성주: 나는 청년노조로서 노동문제를 다뤄왔고 최근에는 주거문제와 연금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 한국의 청년세대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문제들은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당면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국사회는 지금 중요한 전환기에 있다. 진보와 보수, 학계나 노동계를 떠나 전환의 필요하다는 인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듯 전환기에 필요한 다양한 과제가 우리 사회에서는 특이하게 세대를 중심으로 선이 그어지고 있다. 연금, 주거문제, 노동시장 구조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노동 문제 쪽으로 다시 돌아와 말하자면 청년고용문제, 청년실업을 해결하자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교육문제, 사회정책, 복지제도 등과 같이 종합적인 문제하고 연계돼야 한다. 실업률에 일희일비하는 정책이 아닌 전체적인 사회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고용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문유진: 앞서 토론회가 3개가 있었다. 연금, 노동시장 구조문제 등을 세대 갈등 측면에서 접근하다보니 청년대표를 불러 얘기해보고 싶어 하더라. 전 세대가 기본권이란 측면에서 어떻게 하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지 세대 갈등이 심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선 안 된다. 그동안 청년의 권리들이 배제돼 왔다고 생각한다. ‘그 시기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말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이제 거기에서 탈피해서 청년들에게도 권리가 있고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인지해주셨으면 한다.

정책설계 측면에서 본다면 사실 청년 집단들의 성격이 굉장히 다양하다. 대학원생 집단, 학부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집단,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한 집단, 사회 초년자로서 결혼을 준비하는 집단 등 각각의 집단 마다 고민들이 다르다. 청년이라고 뭉뚱그려 정책을 쏟아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각각의 요구에 부합하는 세부적인 정책설계가 세부적으로 이뤄져야한다.

심상정: 3월 11일 UN에서 수명을 5단계로 분류했는데 0세에서 17세까지가 미성년자, 18세에서 65세까지가 청년, 66세에서 79세까지가 중년, 80세에서 99세까지가 노년, 100세 이상이 장수노년이었다. 청년을 대표해서 나오신 분들이 전환기 속에서 청년 문제를 봐야한다고 하셨다. 지역구를 돌면서 어르신들 뵈러 자주 가는데 제가 노인대접을 하면 화를 내시는 분 굉장히 많다. UN의 기준으로 보면 한국사회가 급격히 노령화 사회로 가고 있다는 개념규정은 틀렸다. 청년세대가 65세까지 연장되고 중년이 80세까지 가는 거다. 수명의 절대적인 연장 속에서 세대 주기별 정책들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복지, 일자리 문제, 연금도 그렇다. 알바나 비정규직을 청년들이 실제 정상적인 직업을 갖기 전에 일시적으로 택하는 직업으로 합리화 해오지 않았나. 알바나 비정규직이 청년들에게 일시적인 형태인가? 과연 이것이 청년만의 문제인가?

반세기 이상 추진해온 압축 성장 패러다임을 가지고는 노동시장 양극화 해결이나 창의성과 잠재적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교육이 불가능 하다. 수량적 성장주의란 가치의 혁신이 전제돼야 한다. 기업 같은 경우도 비용 절감의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답이 없다. 근무형태도 창의성을 유발하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듯 저녁이 있는 사회로 바꿔야한다. 작은 정부에서 공공서비스 형 정부로, 대기업위주에서 중소기업 육성의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 이와 같은 전반적인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기업의 인식변화가 우리 사회의 가치 혁신 중에서 가장 우선될 때 고용문제의 출구가 생긴다.

권순희: 참관위원으로 함께 해주신 문길수 의원님께 의견을 들어보려고 한다.

문길수: 서울대 학생들마저 일자리 문제로 고민하는 시대가 된 거 같다. 청년 실업의 원인 아주 많겠지만 대표적으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많이 얘기한다. 대기업 정규직이 받는 월급을 시간당 100으로 잡는다면 중소기업 정규직 같은 경우는 53, 중소기업의 비정규직 36이다. 선진국 중소기업이 70~80이 되는 것에 비교하면 중소기업이 받아가는 몫이 매우 부족하다. 이렇게 점점 중소기업의 몫이 작아지는 이유는 IMF와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기업이 인력 외주화, 하청, 파견과 같은 방식으로 운용 방식을 바꾼 것에 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선 제도적으로 불공정한 관행들을 규제해야 한다. 불공정한 하급관행을 규제하거나 최저임금 올려 중소기업 임금을 끌어올리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다음으로 대기업 사용자들이 지나치게 많이 가져간 부분 있다면 상생하는 차원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질문

청중1: 이것이 공론 돼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출산율과 고령화도 심각한 문제다. 청년 일자리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하나 꼽자면 대학지상주의다. 현재 대학의 목적은 졸업장을 찍어내는 데 있다. 그러나 힘들게 2년, 4년 동안 등록금 내며 대학 나와도 그만한 가치를 하지 못 한다. 지방 사립대학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권 대학들까지 이제 시작이다. 그러나 반값등록금이나 한국장학재단 등의 설립을 주장하는 정부정책이나 입법은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어느 회사의 입사자격이나 지원자격에 고졸과 대졸 차별을 두지 말아야 한다. 모든 국가기구와 인권단체들이 총 동원해서 학력에 따른 차별을 두지 않고 선진문화를 도입해야 한다. 교수나 청소노동자들이 동일한 인격적인 대우와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청중2: 미스매치 문제가 해결되려면 고등학교만 나와도 어느 정도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고등학교만 나와서 가질 수 있는 직업군은 기술 위주의 저임금 생산직이다. 이 생산직 중에서도 예외적인 경우가 대기업 생산직을 들 수 있는데 이는 대기업 정규직을 중심으로 노조가 만들어졌고 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이 미스매치 해결하려면 생산직의 대우를 높여야한다. 그러나 대기업 노조가 과보호되고 있어 노조의 역할을 축소시킨다면 얼마 되지 않는 생산직의 질마저 떨어져 미스매치를 해결하는데 더 큰 어려움이 될 수 있다. 노조를 바꾸는 식으로 노동구조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면 미스매치는 어떻게 해결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김용남: 우리나라에서 지금 노사 문제가 해결이 안 되는 원인 중 하나가 상대방을 못 믿고 있는 게 크다. 노사정 위원회도 막판에 결렬이 됐다. 현대자동차 같은 경우에 평균 연봉이 작년 기준으로 9700만원 가까이 된다. 만약 ‘정규직 평균 임금을 낮춘다고 해서 중소기업 임금이 올라가겠는가?’라는 걱정이 있다. 그러나 정규직이 워낙 과보호 되다보니까 자꾸 사외하청으로 일을 분담시키는 것이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를 중심으로 고용 조건을 완화시키면 비정규직보다 자사 직원으로 고용하는 편으로 가지 않을까. 서로가 서로를 못 믿으니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 양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김대일: 말씀하신 고졸학력만 갖고도 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 왜 없는가? 독일을 보면 대기업 생산직 비율이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독일은 왜 고졸자도 잘 살 수 있는가? 그 이유는 중견기업과 대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잘 살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수를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새로운 재벌들을 키울 것인가? 기본적으로 금융의 문제다. 금융은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을 대기업으로 지원해 줘야 한다. 정부도 이를 잘 알고 히든 챔피언이라는 잠재력이 높은 중견 기업을 지원하는 여러 제도를 실행해 왔다. 그러한 기업들에 자본을 공급해서 클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금융사, 은행들이 그 역할을 제대로 못 해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중소기업들에게 겁이 나서 돈을 꿔주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중소기업은 클 수 없고 대기업의 하청업체가 될 수밖에 없다. 금융이 왜 이렇게 됐는가? 정부의 개입뿐 아니라 다양한 원인들이 있다.

청년실업문제는 한 두 개만 고쳐서 될 문제는 아니다. 경제는 복합적으로 다 맞물려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어느 나라나 경제 주체인 노사는 다 똑같다. 중요한 것은 제도의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정책의 잘못된 점을 살펴보고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상정: 저는 노동운동을 상당히 오래해 왔다. 현대차 생산직 평균 연봉 1억, 이건 전적으로 노동조합의 힘이다. 그들이 임금을 많이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은 무조건 대학을 보내려고 한다. 고졸 출신으로 현장에 나가 기름밥을 먹기 시작하면 최고로 올라갈 수 있는 것이 반장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고졸 후 현장에서 4년 일한 자를 1년간 연수 시킨 자가 대학 4년 졸업 후 5년 동안 현장에서 감독시킨 자보다 능력이 뛰어났다. 이런 고려없이 생산직과 사무직이 양반과 상놈처럼 갈라져 있다. 한국사회가 학벌사회가 아니라고 했는데 실상은 신세습사회다. 대졸자가 고졸자보다 사회적 기여도가 크다는 뿌리 깊은 학벌사회의 전제가 문제다. 한국사회의 개혁은 교육이 입구가 돼야 한다.

정부가 큰 틀의 변화를 만들어 내야한다. 최근 선진국 정상들이 가장 주력하고 있는 정책이 최저임금 인상정책이다. 오바마, 메르켈, 아베 등등. 1900만 명 월급쟁이 중에 200만 원 이하로 버는 사람이 940만 명이나 된다. 그러다 보니 소비 촉진이 이뤄지지 않는다. 임금을 비용의 측면에서만 접근하면 답이 안 나온다. 그 연장선상에서 최저임금 1만원제도가 나온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영세사업자들은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가? 카드 수수료 인하 등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결합시켜 구매력은 늘리고 최저 생계도 보장하는 그런 내수 활성화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대기업이 돈 많이 벌었다고 임금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노조의 역할이다. 금속분야 노조를 보면 하청기업 같은 경우에도 현대자동차 정규직 임금과 비슷하게 받는다. 가장 큰 차이는 노조의 유무에서 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문제도 하청기업이 하나의 교섭테이블을 꾸릴 수 있도록 하면 해결될 여지가 있다. 노동 내부에서 일정한 조정도 가능하고 제도적으로 노동자들이 자기들이 일한 대가를 요구하면서도 편차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선별교섭제도에 대해 강하게 말한 적 있다. 기업별 교섭을 계속 유지하게 되면 비정규직이 반드시 사회적 문제 돼 이를 위한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이보다 선별교섭 제도화해 기업이 0.5의 책임을 가지고 노동 내부에서 0.5 책임을 분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권순희: 앞에서 지적해 주셨던 것처럼 청년일자리는 지속적인 관심과 논의가 필요하다. 단순히 공론의 장에 그치지 않고 청년의 목소리가 담긴 청년 일자리 대책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예정된 시간보다 많이 지났지만 참석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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