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한국사회가 성숙하는 계기 돼야
메르스 사태, 한국사회가 성숙하는 계기 돼야
  • 대학신문
  • 승인 2015.07.1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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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첫 메르스 환자가 나온 지 58일이 지났다. 12일째 신규 확진자가 없어 메르스는 소강상태에 들어섰다고 평가된다. 그럼에도 메르스 사태에서 보건 당국의 대처가 어떻게 잘못됐고, 앞으로 신종 감염병 관리체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의문이 남는다. 이에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는 지난달 30일(화) 집담회 ‘한국의 “메르스” 사태와 공중보건’을 열어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조병희 원장(보건대학원)은 “메르스 사태를 보건학적 관점에서 성찰하고 앞으로 어떻게 사태의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까라는 취지로 학술적 담론의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초기 대응과 시민권 보장에 미흡했던 정부


메르스 사태가 커진 일차적 원인은 정부가 초기 대응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좁혀졌다. 메르스 사태처럼 전망이 불확실한 때에는 비용에 상관없이 자원을 최대한으로 동원해야 한다. 초기 대응에 실패해 피해가 커지면 대처하기가 더 어렵고 비용도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불확실한 점을 규명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정부는 불확실성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을 뿐더러 조속히 사태를 진압할 것이라고 자부해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 조성일 교수(보건대학원 보건학과)는 “정부가 접촉자를 추적할 수 있다고 믿어서 병원 공개가 늦었다”며 “적어도 의료인들 내에서 정보를 공유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외국의 연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했지만 국내에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던 것도 문제다. 김창엽 교수(보건대학원 보건학과)는 “정부가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와 세계보건기구(WHO)의 말을 그대로 수용했다”며 “지식 네트워크도 폐쇄적이어서 정부의 확언과 단언이 틀렸음에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가 어려웠다”고 꼬집었다.


격리자와 환자에 대한 차별과 낙인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가 이들의 권리 보장에 힘써야 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조병희 원장은 “한국사회에서 유독 차별이 발생해서 의료인 자녀의 등교를 막은 일도 있었다”며 “감염 의심만으로 사람을 차별하면 감염자들이 숨어서 더 큰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차별행위를 엄격하게 규제해서 방역 질서를 잡아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런 사태가 반복될 것에 대비해 격리자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유명순 교수(보건대학원 보건학과)는 “미국의 경우 연방법, 주법, 감염병 등에서 격리의 범위를 세밀하게 규정한다”며 “격리 대상자를 추적하기 위해 경찰력을 동원하고 카드 내역을 공개해 이동경로를 파악하는 문제인 만큼 격리자에게 어떤 배려를 하고 어떻게 상황 모니터링을 할지 등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감염병, 보건학적 접근이 필요해


참석자들은 한국사회에 의학에 비해 보건학을 소홀히 여기는 풍조가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도 제기했다. 보건학은 집단을 대상으로 건강상태를 파악해 이를 개선할 방법을 연구하는 분야다. 메르스 사태에 대처하는 TF팀에 공중보건과 예방의학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은 이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창엽 교수는 “전문적 의술은 화제가 되면서 기침을 할 때 주의할 점이나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해야 한다는 공중보건학적 조언은 비전문적이고 사소한 정보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참석자들은 정부가 메르스 종식을 위해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한 메르스 즉각대응팀이 의학의 특정 영역인 감염내과를 중심으로 구성된 것도 이런 풍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명순 교수는 “동일분야 전문가 다수는 사실상 ‘집단인 하나’”라며 “전문성 다양화를 고려해서 팀을 구성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보건학적 접근이 부족한 탓에 병원 내 감염과 지역사회 감염을 구분하는 오류도 있었다. 정부는 메르스가 지역사회로 퍼지지 않는 한 병원 내 감염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병원 내 감염과 지역사회 감염은 다르거나 상충하는 것이 아니며 메르스를 병원 내 감염이 주요 원인인 지역사회 감염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 내 감염과 지역사회 감염을 구분하면 지역사회에서 감염 경로 파악과 대처에 소홀해 지기 때문이다. 김창엽 교수는 “메르스는 병원이라는 특수한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감염”이라며 “방문객, 간병인, 옮겨 다니는 환자 등은 지역사회 감염이라는 패러다임으로 크게 보고 대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 대처하는 방식은 확진자의 동선과 접촉자를 파악하는 추적관리 위주였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격리자와 환자 개개인을 관리하는 동시에 응급실, 병동, 병원, 지역사회에서 전파 경로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다고 비판했다. 윤충식 교수(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는 “발생 병원의 환경, 온·습도의 영향, 응급실의 공조 시스템, 비말감염(감염자가 기침, 재채기를 할 때 침에 섞인 바이러스를 통해 타인이 감염되는 것)인지 공기감염인지 등 전파 경로에 대한 관리가 미약했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이번 메르스 사태는 기술적인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미흡한 대처로 인해 크게 악화한 경우라고 진단했다. 참석자들은 앞으로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사전에 매뉴얼을 마련하고 이를 피드백을 통해 수시로 보완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이런 실패 사례를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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