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전공학부 14 차우진

올해 관악의 여름은 어느 해보다 뜨거웠습니다. 언 땅이 조금씩 녹으며 만물의 생명력을 일깨울 거라는 기대만 잔뜩 부풀게 한 봄이 지나자 강렬한 햇살이 어둠을 찢으면 찢을수록 따가운 매미 소리가 캠퍼스 위로 흩어졌고, 드문드문 세찬 비바람이 닥쳐와 봄이 주던 얕은 설렘을 곧바로 집어삼켰습니다. 선배님들은 이 무더운 여름에 어떤 생각을 하시고 지내실지 궁금합니다. 이제 입추가 지나고 여름의 막바지를 지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은행 냄새가 거리에 감돌고, 낙엽이 밟히고 밟혀 작은 갈색 부스러기가 되는 계절을 맞아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나무가 낙엽을 떠나보내야 하듯, 저희도 선배님을 떠나 보내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언젠가는 이별이 오리라고는 생각했지만 그게 지금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애석함과 한 줌의 눈물로 선배님들을 떠나 보내려 합니다.

 

처음 저희가 낯선 학교에 왔을 때, 선배님들의 배려는 무엇보다도 저희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희가 보내는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메시지에도 싫증 내지 않고 꼼꼼히 답해 주신 것부터, 스누라이프에 써놓은 짧고 사소한 질문 글에도 후배들을 위하는 마음 하나로 따스한 댓글을 달아 주신 것까지 모든 것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그 정성을 음미할수록 선배님들과 함께 지내 온 나날들이 한 편의 필름 영화처럼 눈앞에 차르륵 스쳐 지나는 것 같습니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해,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을 지닌 우리를 위해 직접 앞길에 불빛을 내어 주던 선배님들의 모습은 부모님처럼 듬직해 보였습니다. 선배님들은 책을 읽고 함께 현재와 미래, 과거에 대해서 논하는 것뿐만 아니라 연애 상담이나 진로 상담처럼 일상적인 고민이 있을 때도 도움을 요청하면 기꺼이 우리의 고민을 해결해주셨습니다. 같은 조직 안에 있다는 것 외에는 도와줄 이유가 없는데도 아는 범위 안에서, 아니 본인이 직접 찾아서라도 가르쳐주신 그 드넓은 따스한 품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저희는 아직도 그런 선배님들 품 안이 그립기만 합니다. 감히 저희가 선배님들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만으로 수식할 수 있을까요.

 

관악이라는 작은 산을 벗어나서 선배님들께서도 더 높은 산을 향하여 기약 없는 모험을 시작하실 뒷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대학과 사회생활은 많이 다르리라고 생각하지만 훌륭한 선배님들이기에 잘 이겨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직 사회생활을 한 적이 없어서 모르겠으나 감히 짐작해보자면 미래를 논하고 현실을 어떻게 바꿀지 논할 수 있는 곳이 대학이라면, 자신의 미래와 생존을 지키기 위해서 치열하게 현실과 경쟁하고 그것을 바꾸기 노력해야 하는 것이 사회생활일 것으로 생각해봅니다. 오늘의 기쁨보다도 다가올 미래에 벌어질 일들에 대해서 두려움을 더 크게 느끼실 선배님들을 위해 저희는 계속 선배님들을 응원할 것입니다. 저희가 오늘의 주인공들을 더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까닭은, 저희 또한 미래를 향해서 묵묵히 걸어갈 선배님들과 같은 길을 걸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희도 두려워하는 그 길에 먼저 서서 그 치열함에 부딪힌다는 그 사실이 존경스럽기만 합니다. 당장 할 수 있는 방법을 전부 동원해서 찾아다녔지만 보이는 것이 절망뿐이라고 느끼게 하는 순간들도 있을 겁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선배님들이 대학 시절 꾸셨던 꿈과 이상을 떠올려보며 한 줄기 희망에 몸을 녹이다가 다시 자신을 피어오르게 할 날갯짓을 펼치길 빕니다. 몇 번의 실패 때문에 자신의 꿈을 움츠려 버리기엔 선배님의 청춘은 아직도 눈부시게 젊으니까요.

 

우린 이제 서로 너무도 다른 세상 안에서 살게 되겠죠. 우리가 다시 만날 그 날까지 행복한 여정을 걸어가시기를 빕니다. 만날 때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 다시 만날 것을 믿는다는 말을 믿으며, 선배님들을 언젠가 사회에서 다시 뵙기를 기다릴 것입니다.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차우진

자유전공학부·14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