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학과 왕한석 교수

‘제제칼칼’. 전남 진도군 조도면 육골마을에서는 강아지에게 ‘아기가 마당에 싼 똥을 깨끗이 핥아 먹으라’는 의미로 이 단어를 사용한다. 왕한석 교수는 언어인류학자로서 이렇듯 사전에 나오지 않는 방언 체계, 존댓말, 호칭체계 등을 연구해왔다. 그는 “학자로서 최고의 자리에서 좋은 동료들과 학생들을 만나 함께 연구할 수 있어 한없이 감사하다”며 퇴임 소감을 밝혔다.

왕 교수는 인류학을 동료 인간들에 대한 공감과 상호이해를 추구하며 사람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추구하는 학문이라 소개했다. 또한 그는 연구자 자신보다 연구 대상의 시각에 초점을 두는 것을 인류학의 매력으로 꼽았다. 인류학 중에서도 왕 교수의 전공 분야인 언어인류학은 언어가 사람들의 사고방식 혹은 사회 조직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언어 그 자체를 내재적 관점에서 보는 언어학과는 달리 언어인류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다.

더불어 그는 대상과의 친밀한 유대관계가 풍부한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며 “학교에서는 내가 교수지만 조사지에서는 학생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고 겸손히 배우는 자세로 연구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지 조사는 연구자의 지식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며 “대상에게 학문적 열정을 전달하고 도움을 구할 수 있을 때 더욱 풍부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지방 사람들이 상경해 서울말을 배우게 되는 현상에 대해 묻자 왕 교수는 “2000년 이후부터 두드러지는 현상으로 연구해볼 가치가 있는 주제”라고 답했다. 그는 “요즘 서울로 올라온 지방 학생들은 공적인 공간에서는 서울말을, 사적인 공간에서는 지방말을 사용하며 2개 국어를 구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통의 발달로 지역 간 이동이 쉬워졌고 표준어가 사회적 위세를 갖게 돼 표준어와 방언 사이에 위계가 생겨버렸다”고 그 현상의 원인을 설명했다.

왕한석 교수는 퇴임 후에도 『한국의 언어 민속지』 4권과 5권의 저술 작업을 계속해 기존의 작업을 매듭지을 계획이다. 그는 “이 세상을 다녀간 흔적을 만드는 일은 여러 가지지만 어느 길이나 맑은 정신으로 노력하는 것이 정도(正道)”라며 후학들에게 훌륭한 과업을 이어나가길 바란다는 당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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