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대학원 정해원 교수

전공서적으로 가득한 연구실에서 만난 정해원 교수는 “서울대에서의 교직 생활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초기 연구 시설이나 연구 지원이 미비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묵묵히 연구를 도와줘서 고맙다”고 함께 연구한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퇴임 소감을 대신했다.

보건대학원 원장과 한국독성학회의 회장직을 역임한 정 교수는 분자역학과 독성학(毒性學)의 기초를 다졌다. 그가 전공한 분자역학은 질병 발생에 관여하는 요인 중 분자 및 세포 등에 집중해 질병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학문이다. 정 교수는 “기존 연구들이 질병에서 출발해 원인을 밝혀내는 것에 목표를 뒀다면 분자역학은 원인에서 출발해 염색체 이상이 발생하는 과정과 DNA의 변화에 초점을 둔다”며 자신의 연구 분야를 소개했다. 또 그는 독성학 연구의 목적에 대해 “모든 약은 잘못 복용할 시 독이 될 수 있다”며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정확하게 약을 복용하고 음식을 섭취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교직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보건대학원의 관악캠퍼스 이전을 꼽았다. 당시 보건대학원장이었던 그는 “기존 연건캠퍼스의 건물은 시설이 노후했을 뿐 아니라 실험실도 변변치 않아 캠퍼스 이전을 결정하게 됐다”며 “변화된 시설과 환경에서 보건대학원의 새로운 역사의 시작점에 있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정 교수는 후학에게 자신의 세대에 맞는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 우리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길임을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의 현실 순응적인 모습을 비판하며 “학생의 본분은 공부지만 학생 세대가 지니는 역할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학생은 주어진 역할에 대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야 하며 교수도 이를 포용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비난을 위한 비난이 아닌 발전을 위한 비판이 돼야 하고 학교 발전을 위해서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지성인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 교수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공부를 하고 싶다”며 “전공 이외의 분야에도 관심을 두고 공부를 계속할 것”이라고 퇴임 후의 계획을 밝혔다. 교직에서 물러나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정 교수에게서 진정한 학자로서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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