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학과 조맹제 교수

조맹제 교수의 연구실은 여전히 많은 책과 자료로 가득했다. 치매 및 지역사회정신의학 전문가로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연구실에서 그는 “건강한 모습으로 명예롭게 퇴임하게 돼 기쁘다”며 퇴임 소감을 밝혔다.

사람의 마음 상태를 아는 것에 매료돼 정신과를 선택한 조 교수는 치매 연구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대한노인정신의학회에서 활동했으며 『아름다운 노후를 위한 정신건강』과 같은 노인정신건강 관련 저술을 남겼다. 그가 처음 교수로 발령 받을 당시에는 노인 인구가 적어 치매라는 질환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많았지만 평균수명이 증가하면서 치매는 점차 중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조 교수는 “요즘 젊은 의학자들이 치매에 열중하고 있는 것을 보며 치매 연구와 치료의 선구자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사회정신의학 전문가로서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도 힘써왔다. 무분별하게 병원에 감금되던 정신질환자들의 인권을 위해 정신보건법이 시행된 후 조 교수는 정신건강사업에 대한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해 정신보건센터 설립에 일조했다. 중앙정신보건사업 지원단장을 역임한 그는 “설립 초기에는 지역단체장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거나 지역주민들이 반대하기도 했다”며 “점차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이 확대돼 현재는 176개 시군구에 센터가 설치돼 있다”고 말했다. 정신보건센터는 퇴원한 환자들의 사회적응과 지역주민들의 정신상담 등을 돕고 있다.

한편 정신질환 치료에 관해 그는 “정신과를 찾는 데에 대한 거부감과 편견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낙인이 정신보건센터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일단 정신질환자라고 하면 병세가 심각한 사람처럼 비춰지기 쉬운 현실이다”며 “심각한 정신질환자의 비율은 극히 소수이고 그들이 일으키는 사고 역시 적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조 교수는 정신과 병력이 주는 사회적 불이익 때문에 진료조차 받기 힘든 현실을 비판하며 “정신질환도 치료가 가능한 병인데 그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조 교수는 후학들에게 의료인으로서 본분에 충실하고 자부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그는 “의학자로서 자부심을 잊지 않으면서도 환자에 대한 인간적인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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