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2년 앞두고 재점화된 사시 존치 논란 … 쟁점은?
폐지 2년 앞두고 재점화된 사시 존치 논란 … 쟁점은?
  • 강민정 기자
  • 승인 2015.08.30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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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존치냐 폐지냐, 갈림길에 선 사법고시

2009년 전국 25개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문을 연 지 7년이 지났지만 ‘돈스쿨’ ‘현대판 음서제’ 등 로스쿨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사법고시(사시) 폐지 2년을 앞두고 사시 존치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현행 로스쿨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입장이 크게 갈린다. 한쪽은 사시를 병행해 로스쿨의 빈틈을 메우자는 것(존치론)이다. 시행 7년 차인 로스쿨의 문을 당장 닫을 수는 없지만 로스쿨의 견제 장치로 사시를 남겨놓자는 주장이다. 반면 다른 한쪽은 사시 없이 로스쿨만 두고 로스쿨의 문제를 개선해가자고 주장(폐지론)한다. △전문성 △출신 배경의 다양성 △공정성의 측면에서 양측의 입장을 들어보자.

 

전문성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는 보다 나은 제도는?

◇로스쿨 출신이 직무능력 떨어져=존치론 측이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로스쿨 교육과정의 문제로 인해 사시 출신보다 직무능력이 떨어지는 법조인이 배출된다는 것이다. 현행 로스쿨 교육과정 3년은 사시 제도에서 법조인이 되기 위해 거쳤던 최소 6~7년의 양성 기간에 비해 짧다는 주장이다. 사시 제도 하에서는 우선 법학사 4년을 졸업하거나 법학과목 35학점을 취득해야 한다. 이후 사시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에서 2년간의 실무교육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로스쿨이 세워지면서 법학사 취득여부에 관계없이 로스쿨 교육기간 3년과 실무 수습기간 6개월만으로 법조인을 양성하는 체계가 구축됐다. 최소 5.5년(법학사 4년과 변호사 연수원 1.5년)이 걸리는 프랑스나 최소 7년(2번의 국가고시와 2년간의 연수)이 필요한 독일에 비하면 세계에서 가장 짧은 수준이다.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교육과정의 내실도 부족하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설립 당시 로스쿨은 공익·인권, 환경, 생명의료 등 학교별 특성화 교육을 약속했지만 특성화 과목의 수강률이 저조하고 폐강이 잦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2012~2014년 특성화 과목 수강 인원이 전체 학생의 10%를 넘는 곳은 8개교에 불과했고 특성화 과목의 평균 폐강률은 16%였다. 특성화 교육은 차치하더라도 기존 법과대학에서 필수로 이수해야 했던 헌법, 민법, 형법 등이 선택 과목으로 배정돼 기본적인 이론 교육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태환 변호사는 “헌법 1과 2중 1만 필수고 2는 선택이라든가, 단계적으로 배워야 할 실체법(권리와 의무의 내용과 종류를 규정하는 법)과 절차법(권리와 의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에 관해 규정하는 법)을 같은 학기에 들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3년이라는 짧은 교육과정 내에서 이전의 법과대학에서 배우던 내용도 배우고 실무 교육과 특성화 교육까지 포괄하려다보니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결과”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로스쿨 교육과정의 이러한 문제점은 로스쿨 출신이 현장에서 사시 출신보다 직무 역량이 떨어진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직장 내 경력법률가들은 법률 지식, 분석 능력, 해결 및 대안 제시 능력 등을 계량화한 역량 평가에서 40~43기 연수원 출신 법조인에 4.8점, 같은 기간의 로스쿨 출신에 3.64점을 부여했다.(7점 만점) 실제로 법원에서 판사나 검찰청에서 검사를 임용할 때 사시 출신은 선발 직후 바로 업무에 투입하는 한편 로스쿨 출신은 각각 8개월, 1년 정도 별도의 교육 기간을 가진다. 법무법인 청목 나승철 변호사는 “로스쿨 출신의 실력이 출중하다면 바로 업무에 투입했을 것 아니냐”며 “이는 결국 로스쿨 출신이 사시 출신에 비해 실력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로스쿨 교육으로 전문성 있는 법조인 양성 가능=반면 폐지론 측은 사시가 존치되면 문제가 더 복잡해지므로 로스쿨 교육과정을 보완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사시를 로스쿨과 병행한다면 어떤 법조인은 교육과정 없이 시험에 의해서만 선발되게 된다. 폐지론자들은 사시가 독학으로 시험에 통과해 법조인이 되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우려한다. 이화여대 오수근 법학전문대학원장은 “변호사 자격을 시험에 의해 결정하는 것은 전 세계에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라며 “변호사 자격이 한 번의 필기시험으로 결정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폐지론 측은 로스쿨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면 특성화 교육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 반박한다. 이들은 특성화 교육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것은 특성화 교육이 취업할 때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라 지적한다. 당장 변호사시험과 사회에서 요구하는 잣대가 특화된 법조인이 아닌 상황에서 선택 과목인 특성화 과목을 학생들이 나서서 들을 유인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규호 교수(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세계화된 법률 시장에서 우리나라 법조인은 전문성과 다양성으로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며 “로스쿨에서 심화 교육을 받은 법조인이 잠재력을 발현해 특성화 교육의 유용성을 증명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회에서 요구하는 법조인 상이 변화하면 특성화 교육 문제 역시 개선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실무 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로스쿨 차원에서 보완할 수 있어 사시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사시 출신이 사법연수원에서 2년간 실무 훈련을 받는 것처럼 로스쿨 출신에게도 실무 교육 기회를 주자는 대책이다. 지난 21일(금) 국회에서 열린 ‘로스쿨의 문제점과 사법시험 존치의 필요성’ 토론회에서 전남대 최환주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처럼 변호사시험 합격 후 1년간의 체계적인 사법연수원 교육이 이뤄진다면 실력 부족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실무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다”며 “추후에 대학이나 학생 차원에서 요구가 오면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전했다.

 

법조인 양성제도가 계층 간의 사다리가 되려면?

◇로스쿨이 더 다양한 사회·경제적 계층 아울러=로스쿨에 대한 문제 제기 중에는 학벌과 경제적 계층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폐지론 측은 로스쿨 출신이 사시 출신보다 대학과 전공이 다양하고, 특별전형과 장학금으로 경제적 취약계층에 법조인이 되는 문턱을 낮췄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로스쿨 1~3기 출신 법조인과 같은 시기 사시에 합격한 연수원 40~43기 중 지방대 졸업자 비중이 로스쿨(17.4%)이 연수원(10.5%)보다 높은 한편, 이른바 SKY 출신 비중은 로스쿨(55.5%)이 연수원(61.6%)보다 낮았다. 전공에 있어서도 인문·사회, 자연·공학 등 비법학사 비중이 연수원(20.3%)보다 로스쿨(60.7%)이 훨씬 높았다. 전국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 이철희 회장(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은 “로스쿨은 특권층을 만들지 않는다”며 “지역 우선선발 전형으로 선발된 지역의 인재들이 지역으로 돌아가 지역민에게 도움이 된다”고 모든 지역에서 평등한 법률 서비스를 강조했다.

로스쿨이 사시에 비해 경제적 취약계층에 직접 희망의 사다리를 놓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로스쿨이 법과대학보다 등록금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장학금 비율이 훨씬 높고 1년에 평균 127명(6.1%)의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이 특별전형으로 선발돼 3년간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토론회에서 법무부 법조인력과 최재봉 검사는 “올해 4회 변호사시험까지 300명가량의 변호사가 특별전형으로 선발됐다”며 “이런 부분을 강조하면 로스쿨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사시가 서민도 법조인이 될 수 있다는 추상적인 기회 제공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로스쿨로는 계층 이동 불가능해=하지만 존치론 측은 로스쿨이 향후 장학금 지급 규모를 약속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사시보다 더 큰 부담을 지운다고 말한다. 장학금 지급률이 매해 낮아지고 막대한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장학금을 보장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주장이다. 25개교 로스쿨의 등록금 총액에서 장학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43.5%, 2011년 41.7%, 2012년 39.4%, 2013년 39.4%, 2014년 1학기 36.6%로 규모가 줄고 있다. 김태환 변호사는 “국공립 로스쿨은 300억원 이상의 국고보조금 지원을 받았고 사립은 다른 학부나 대학원생이 내는 학비를 끌어다 쓰는 실정에서 언제까지, 어느 재원으로부터 장학금 지급이 가능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장학금 지급 여부가 불확실하다면 연평균 1,50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은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계층에게서 법조인이라는 직업을 빼앗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천도정 교수(전북대 경영학과)와 황인태 교수(중앙대 경영학과)가 법조인 선발제도별 비용을 계산해보니 로스쿨은 약 1억원, 사시는 약 6,500만원이 들었다. 분석 결과 현재 로스쿨의 등록금이라면 1분위(월 87만원)부터 7분위(월 462만원)까지 전체 국민의 70%가 경제적인 이유로 법조계 진입을 포기한다. 사시 하에서 약 30%만 포기하는 것과 대조된다.

 

현대판 음서제인가 개인의 도덕성 문제인가

◇공정성 시비 전무한 사시=최근 국회의원, 고위 관료 자녀 법조인의 취업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존치론 측은 로스쿨의 불투명한 입학 전형과 졸업 후 채용 과정을 원인으로 꼽았다. 입학 과정에서 평가되는 학부 성적, 법학적성시험 성적, 공인영어점수와 같은 정량적 요소는 지원자 간의 변별력이 크지 않아 자기소개서나 면접 같은 정성적 요소가 당락을 좌우하지만 평가 기준이 공개되지 않아 합격자가 왜 붙었고 불합격자가 왜 떨어졌는지를 전혀 알 수 없다는 일침이다. 오로지 성적을 기준으로 임용 여부를 결정해 성적 지상주의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집안이나 배경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사시와 대비된다.

이런 문제 때문에 존치론 측은 로스쿨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사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시가 로스쿨의 비교 대상이 되면 저절로 로스쿨의 문제가 부각돼 개선될 여지가 커진다는 논리다. 법무법인 여해 김근아 변호사는 “지원자의 실력이 객관적으로 평가되지 않은 상태에서 면접이 40%나 차지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며 “사시가 폐지되고 로스쿨 단일체제로 가면 견제 장치가 없어져 문제점이 발견되더라도 그대로 안고 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음서제 논란은 로스쿨의 문제 아닌 개인의 문제=하지만 사시 폐지론 측은 로스쿨이 사시에 비해 결코 불공정하지 않다고 반박한다. 이제까지 로스쿨 입시의 불공정성 문제로 법적 문제가 된 적은 없고, 입학 전형에서 면접 비중이 높은 것은 여타 대학이나 대학원 선발에서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폐지론 측은 졸업 후 취업 특혜 문제 역시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최환주 원장은 “문제가 있었더라도 로스쿨 졸업생을 취업시킬 권한을 가진 사회의 기득권층의 문제지 로스쿨 제도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졸업 후 학맥, 인맥, 경제력을 기초로 취업 등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나 올해부터 변호사시험 성적이 공개돼 이런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생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21일 전국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 소속 로스쿨 재학생 10명은 기자회견에서 “자녀 취업 특혜 문제는 개인의 도덕성에 관한 문제”라며 로스쿨 흠집 내기를 중단하라 촉구한 바 있다.

 

폐지 2년 앞둔 사시의 운명은?

2017년 사시 폐지가 다가오고 있지만 사시 존치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사시 존치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고시생들 역시 사시 존치를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법조인 양성제도가 로스쿨로 일원화될 경우 경제적 취약계층이 법조계에 진입할 수 없게 된다는 우려에서다. 한편 예정대로 사시를 폐지해야 한다는 측은 로스쿨이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시 존치는 대안이 될 수 없고 사시의 폐해에 따라 로스쿨이 등장했음을 상기하고 있다.

양 진영의 맞대응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 18일 정부는 사안을 다시 논의해 입장을 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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