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류학과 양희순 강사

아침에 일어나면 핸드폰을 꺼내들고 인스타그램을 살펴본다. 밤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인스타그램에 가끔씩 여행 소식도 올리고, 아름다운 풍경도 올리고, 행복한 순간, 혹은 행복했던 순간을 기록하기도 하며 과거 모습을 찾아보기도 한다. ‘리즈시절’이라고 하나…. 나에게도 팔팔했던 청춘이 있었다. 밤새워 술 마셔도 끄떡없는 체력을 자랑했고, 지금보다 10킬로가 적게 나갔던 날씬쟁이였던 시절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과거일 뿐…. 현실의 나에게는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일에 찌든 피곤한 일상이다.

지난 학기 수업을 준비하면서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는데 해시태그(#) 기능은 나에게 정말 신세계를 가져다줬다. 맛있는 음식 사진을 찍어 올리며 #먹스타그램을 태그한다. 비오는 날 레인부츠를 신고 사진을 찍어 #신스타그램 #슈스타그램을 태그한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보기도 하고 유명인을 팔로우하면서 그들의 삶을 훔쳐보기도 한다. 해외 곳곳을 여행하면서 멋지게 살거나 사진을 찍을 때마다 명품 가방이 배경이 되는 사진을 보면서 가끔은 부러워하기도 한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 SNS는 분명 순기능이 있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의 안부를 자연스레 알 수 있고, 자주 보지 못해도 가끔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소통’의 기능이 있다. 또 맛집 정보, 여행 정보, 제품정보를 얻을 수 있다.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이웃이 늘어나고, 팔로워가 늘어나면서 ‘파워블로거’ 혹은 ‘인스타 스타’가 나타났다. 타인의 삶을 엿보기 좋아하는 심리와 자신의 삶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심리가 완벽하게 맞물려 나타난 양상이다.

일상의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을 기록하는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인스타그램…. 가끔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 하지만 그들의 삶과 다른 나의 삶을 자책하거나 그들의 삶을 따라하기 위해 에너지를 낭비하기에는 우리의 삶이 너무나 소중하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누가 불행했던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여 남기겠는가…. 우리의 삶에 희노애락이 있듯이 그들의 삶에도 분명 어두운 면이 있을 것이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수를 늘려 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인스타 스타’를 보았던 적이 있다. 도대체 온라인 상의 팔로워들이 현실의 친구와 비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절친이었던 두 명의 파워블로거들의 싸움이 작년부터 시작되면서 아직도 인스타그램에서는 이 두 명 이외의 사람들까지 관여하여 싸움이 번져가고 있다. 어떻게 싸움을 위해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지 참 어이가 없다. 싸움의 과정을 하나하나 인스타그램에 생중계하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 개인의 싸움까지도 보여주기 좋아하다니 참 어이없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블로그의 이웃이나 인스타그램의 팔로워들이 좋은 인간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의 친구가 되기는 어렵다. 힘든 일 있을 때 댓글로 ‘힘내요’를 다는 수많은 팔로워보다 술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단 한 명의 친구가 소중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일주일 정도 SNS를 끄고 현실의 나, 내 주변 사람들을 돌아봤으면 한다. 나 또한 오늘부터 실천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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