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서울대의 수상스포츠팀: 수중탐사대, 요트부, 조정부

흔히 스포츠라 하면 모래바람이 일어나는 땅에 발을 딛고 땀 흘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햇볕이 내리쬐는 뜨거운 여름, 물결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물살 깊이 파고들기를 택한 사람들이 있다. 스쿠버다이빙 동아리 ‘수중탐사대’의 스쿠버들은 인어처럼 물고기 떼와 함께 바닷속을 자유로이 유영한다. 바람의 힘으로 돛을 부풀린 배를 타는 ‘요트부’와 하나 된 마음으로 보트의 노를 젓는 ‘조정부’는 물결을 가르며 전진한다. 물이 주는 매력을 십분 즐기는 교내 세 수상스포츠팀을 만났다.

바닷속 더 깊은 세상으로, 수중탐사대

▲ 사진제공: 서울대 수중탐사부

무거운 산소통을 매고 바다 깊숙이 들어가면 평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온갖 종류의 물고기와 산호초가 보인다. 바닷속을 유영하는 30명의 스쿠버가 모인 수중탐사대는 학내 유일의 스쿠버다이빙 동아리다. 스쿠버다이빙은 산소통을 가지고 한계 수심인 30미터의 깊이까지 잠수하며 수중 환경을 즐기는 스포츠다. 낮은 수온과 높은 수압에도 불구하고 깊은 바닷속을 가로지르며 얻는 황홀한 경험은 스쿠버들을 계속해서 물속으로 들어가게 한다. 여름이 되면 약속이라도 한 듯 수중탐사대는 원정을 떠날 채비를 한다. 제주도와 울릉도 혹은 필리핀까지 그들이 닿지 못하는 바다는 없다. 아름다운 바다를 향한 열망을 키우게 한 스쿠버다이빙의 매력은 무엇일까.

◇망망대해에서 나아가기=바닷속은 깊이라는 변수가 더해진 3차원의 공간이며 이정표는커녕 도로도 없다. 사람이 직접 특정 지점을 기준으로 해저지형, 수심 등의 정보를 조합해 길을 찾아야 한다. 방향 감각을 아예 잃을 수 있을 정도로 바닷속에서의 길 찾기는 하나의 어려운 모험이다. 신지은 대장(지리교육과·13)은 “신입 중 하나는 너무 멀리까지 가 결국 도로로 나가 차를 타고 돌아오기도 했다”고 경험을 말했다.

하지만 힘든 모험이어도 다른 스쿠버들과 함께 짝지어 돌아다니다보면 즐거운 여정이 된다. 바닷속에서 그들만의 길을 만들어가며 나누는 소통은 주로 수신호를 통해 이뤄진다. 상승과 하강, 산소통의 잔류 압력 표시 등 진행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특정 물고기를 지칭하는 수신호도 종류가 많고 자세하다. 예컨대 주둥이가 뾰족한 끄덕새우는 검지만 내민 채 살짝 구부려서, 등껍질과 지느러미가 특징적인 바다거북은 주먹 쥔 손에 전화기 모양으로 쥔 손을 붙여 표현한다.

◇미지의 생물과 조우하는 이채로운 순간들=가시를 세우며 부푸는 가시복과 같은 수중생물과 조우하는 순간은 스쿠버다이빙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산소통으로 인해 무거워진 발걸음을 떼어 바다로 뛰어들면 몸이 다시 가벼워지고 눈앞에는 별세계가 펼쳐진다. 신 대장은 “한 팔에 가득 안길 만큼 커다란 방어가 떼지어 지나다니고 푸른빛 지느러미를 가진 성대가 수초 속을 유영하고 있다”며 “필리핀에서는 가라앉은 철골 구조물 사이에서 제비활치 떼를 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스쿠버들은 어두워진 후에야 만날 수 있는 생물을 보기 위해 밤바다로 뛰어들기도 한다. 신 대장은 “랜턴을 가리면 곧 반딧불이 같은 야광충이 반짝인다”고 밤바다만이 가진 매력을 전해줬다.

다이빙 후에는 잠수 장소, 시간 등을 기록하는 로그북이라는 일지를 작성한다. 다이빙에 참여했던 사람의 이야기와 수중생물도감을 참고해 목격했던 물고기를 기록하기도 한다. 모두의 시선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로그북은 그 자체로 수중탐사대의 역사가 된다.

 

보트 위의 운명공동체, 조정부

 

▲ 사진제공: 서울대 조정부

“Easy oar*!” 보트가 결승선을 통과하면 후미의 콕스가 구호를 외친다. 2,000미터를 주파하는 단 6분의 시간을 위해 30명의 조정부 선수들은 1년의 시간을 꼬박 바친다. 조정은 극강의 체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물 위의 마라톤’ 같은 별명이 붙기도 하는 스포츠다. 힘겨운 훈련을 하면서도 결승선에 도착했을 때의 짜릿함을 즐기는 서울대 조정부에게 조정이 가진 매력을 물었다.

◇모두의 숨이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조정 보트에는 차례대로 방향을 이끄는 리더인 콕스 한 명, 박자를 맞추는 스트록페어 두 명, 배가 앞으로 나아가게끔 노를 젓는 미들포어 네 명, 그리고 뱃머리에서 균형을 맞추는 바우페어 두 명이 앉는다. 역할에 따른 각자의 몫을 해나가야만 보트는 앞으로 나아가며 지나온 레인만큼 서로에게 두터운 신뢰가 쌓여간다. 손웅빈 주장(치의학대학원·14)은 “한 명의 스타플레이어에게 의지해 경기를 끌어갈 수 있는 다른 단체 스포츠와는 달리 조정은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 경기에서 우승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모두의 호흡이 완벽하게 들어맞을 때는 마치 ‘리듬게임에서 콤보를 쌓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노 젓는 것, 숨 쉬는 것 하나까지 박자를 맞추기 위해 부원들은 거울 앞 로잉머신에 앉아 미세하게 팔과 호흡이 엇나가는 것까지 서로 바로잡는다. 콕스인 오윤교 부원(치의학대학원·15)은 “연습 몇 달 후면 분신술을 한 것처럼 동작이 정확히 일치하는 8명의 모습이 거울에 비친다”고 말했다. 이런 훈련을 통해 서울대 조정부는 올해 전국대학조정대회에서 수초로 인한 실격 위기와 폭우로 인한 체력 저하에도 불구하고 대역전극을 펼쳐 우승보다 값진 준우승을 거머쥘 수 있었다.

◇극한의 고통을 이겨내며 얻는 성취감=매번 타는 보트지만 ‘바늘이 온 몸의 근육을 찌르는’ 고통은 익숙해지기 힘들다. 7월이 되면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하는 조정부는 한 달 내내 합숙하며 거센 바람이 불건 폭우가 쏟아지건 미사리 경기장의 2,000m 레인을 질주한다. 그것으로도 부족해 전국의 4,000m 길이 이상의 하천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오윤교 씨는 “낙동강에서 훈련하다가 물고기가 튀어올라 한 선수의 뺨을 때리기도 했다”고 일화를 밝혔다.

레인을 질주하는 6분 동안 찾아오는 고통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30분이 넘도록 이어진다. 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데서 오는 뿌듯함과 쾌감은 고통을 압도한다. 손 주장은 “근육이 찢어지는 것 같이 아픈 팔로 쉼 없이 노를 젓다보면 마라톤에서의 러너스 하이처럼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강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며 “이 성취감이 조정을 계속하게 만든다”고 웃었다.

*easy oar: 수상훈련에서 스트로크 동작을 멈추게 하는 구령으로 배가 결승점에 도달하는 순간 콕스가 외친다.

 

바람과 하나 돼 돛을 펼치는 요트부

 

▲ 사진제공: 서울대 요트부

노도, 엔진도 없이 오롯이 나 자신을 물결에게 맡긴다. 돛에 채운 바람만을 이용해 반환점을 돌아 출발지로 돌아오는 요트 경기는 다른 선수와의 경쟁인 동시에 자연과 벌이는 기싸움이기도 하다. 세일링을 하는 도중 물결과 바람의 방향, 바람의 세기를 감지하기 위해서 자연과학에 대한 공부는 필수다. 자연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기반 삼아 물살을 타는 특별한 스포츠에 빠진 서울대 요트부를 만났다.

◇자연의 리듬에 몸을 맡겨=요트에 몸을 실은 채 바람을 타고 마치 탐험가가 된 양 바다를 항해하는 것을 ‘세일링’이라 한다. 다른 배와 달리 요트에는 노와 엔진을 비롯한 다른 동력원이 없다. 따라서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돛의 모양을 바꾸는 ‘세일 트리밍’과 물결과 배가 이루는 각도에 따라 몸의 방향을 바꿔 앉는 동작이 세일러가 할 수 있는 전부다. 배를 자연의 흐름에 맞추다 보면 어느새 자신이 곧 바람이 된 짜릿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채명주 주장(식물생산과학부·10)은 “요트를 탈 때면 자신이 가진 감각과 운동신경만으로 자연과 하나 되는 묘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변화무쌍한 자연과 언제나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요트는 자연을 정복하는 스포츠가 아니라 자연의 흐름에 따르는 스포츠기 때문이다. 바람이 세거나 물살이 거세면 배 위의 인간은 한없이 작아진다. 채 주장은 “작년 겨울에 거제도에서 다인승 요트인 크루즈 훈련을 했는데 추웠을 뿐더러 바람이 많이 불었다”며 “배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거대한 자연 앞에서의 무력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공부하는’ 스포츠의 매력=조류, 바람, 무게중심 그리고 힘 작용점까지 요트를 움직이는 원리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복잡한 요소를 혼자 모두 고려하고 실제 세일링에 적용해야 하는 요트부 부원들은 체력 증진만큼이나 이론에 방점을 둔다. 채 주장은 “체력으로 모든 것이 판가름 나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요트는 이론을 공부해야만 경기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고 말했다. 철저한 이론공부를 바탕으로 서울대 요트부는 올해 서울특별시장기 대회 개인전에서 준우승의 준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직접 보트를 타며 배운 바를 적용해보는 순간 그간 학습한 원리가 빛을 발한다. 채 주장은 “요트가 이론적 면이 부각되는 운동인 것은 사실이지만, 스포츠인 만큼 직접 배를 타고 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요트부는 실내에서 공부를 하고 물 위에 나가 배를 타며 세일링을 체득한 후에 다시 새로운 공부를 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바람을 얼마만큼 어느 위치에 받게 할 것인지, 무게중심은 어떻게 잡으며 힘 작용점은 어떻게 옮길 것인지 직접 몸으로 부딪쳐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탐구한 원리를 실제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것은 서울대 요트부가 저력을 갖추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익숙한 땅 위에 발을 딛는 대신 출렁이는 수면으로 들어가기를 택한 사람들이 있다. 자연과 함께라는 마음가짐으로, 오늘도 그들은 색다른 환경이 주었던 짜릿함을 되새기며 다음 출정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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