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부 소재형 기자

캠퍼스에서 외부인을 보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주말이면 캠퍼스는 버들골과 관악산을 찾는 나들이객들과 캠퍼스를 견학 온 교복 입은 학생들로 붐빈다. 몇몇 학우들은 이들 외부인이 쾌적한 학내 분위기를 저해하고, 서울대 구성원들이 학내 시설들을 이용하는 데 많은 불편을 초래한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관악산과 서울대의 경계에 담을 쌓을 수는 없는 노릇이며, 자식들에게 서울대를 견학시키는 사람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학내 구성원으로 이용이 제한된 도서관에 외부인이 출입하는 문제는 이야기가 다르다.

얼마 전 캠퍼스 내의 등산객들과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보면 이유 없이 짜증이 난다는 친구가 외부인이 관정관에 학생증을 도용해 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보한 적이 있다. 사실 외부인이 학생증을 도용해 도서관에 드나드는 문제는 소위 ‘순환떡밥’이었고, 오랜 시간 반복돼 왔던 문제였기 때문에 어떤 기사로 어떤 내용을 보도할 수 있을지 스스로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던 중, 중앙도서관에서 연달아 도난 사건이 발생해 외부인이 무단출입을 막고자 학생증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외부인이 부정한 방법으로 재학생 전용 도서관에 들어와 물건을 훔쳤다면... 이 정도면 보도거리가 될 수 있겠는데?’ 네 학기 동안 기자로서 활동하며 생긴 촉이 꿈틀댔다.

막상 취재를 해보니 전혀 예상치 못한 사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실상은 이랬다. 도난 사건의 용의자들은 특정할 수 없어 도둑이 외부인인지 알 수 없었고, 학생증 검사 기간에 적발된 학생증 부정사용자의 다수가 외부인이 아니라 우리 학교에 학적을 두고 있는 학우들이었다. 뻔한 결론을 생각하고 있던 나는 그제서야 퍼뜩 깨달았다. 외부인의 학생증을 도용해 도서관에 출입한 사실과 그 외부인이 도둑질을 했을 것이라는 사실은 논리적으로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을. 그리고 애초에 내가 생각한 그 보도거리는 외부인을 도둑으로 의심해 신고한 학생들과, 이에 맞춰 학생증 검사를 실시한 도서관, 그리고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내 편견에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한국사회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타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다. 외국인 불법체류자가 잠재적으로 범죄를 일으킬 것이라는 편견은 유구한 전통이다. 최근에는 일베와 디씨인사이드 메르스갤러리 등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남성들과 여성들이 상대방에 대한 편견에 기반해 입에 담기도 힘든 혐오 발언을 일삼기에 이르렀다. 우리 사회는 이렇게 누군가를 타자화하고 왜곡된 시선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번 취재를 통해 나 자신은 물론, 학생사회도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이 고질적인 병폐로부터 그리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등산객과 교복을 입은 학생들에게 갖고 있던 불편한 시선은 아무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게 도서관 외부인에 대한 편견으로 승화됐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사회의 잘못된 편견에 맞서 싸울 수 있겠는가? 우리 스스로를 성찰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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