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총학생회 「디테일」 활동 중간점검

지난 4월 제 57대 총학생회(총학) 재선거 투표 결과 「디테일」 선본의 주무열 정후보(물리천문학부·04)와 김보미 부후보(소비자아동학부·12)가 최종투표율 51.9%, 득표율 50.9%로 당선됐다. 이들은 △교육환경 △안전대책 △교통 △정보모둠/나눔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공약을 내세웠다. 「디테일」은 재선거를 통해 선출됐기 때문에 지난 4월을 시작으로 11월에 임기를 마친다. 짧은 임기 중 벌써 5개월이 지나간 현재 총학이 약속한 공약들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그리고 어떤 반응을 얻고 있는지 『대학신문』이 검토해보고자 한다.

「디테일」 주요 공약들, 현재 진행 상황은?

근로장학금 공약, 처음 계획과는 다른 방향으로

근로장학금 공약은 △근로장학금 현황파악 △축소된 근로장학금 TO 복구 △근로장학금 TO 추가 인상으로 구성돼 있다. 기존 계획에 따르면 5월 중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개최를 요구, 8월 중 근로장학생 TO를 30% 증원하는 안을 제시해 2학기에 반영하는 것이 공약의 골자였다. 그러나 총학은 “기존의 계획과는 다르게 TO 증가가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무열 총학생회장은 “근로장학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등심위가 이미 1월에 열려 5월에 조기 개최되기 어렵다”며 “방향을 바꿔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장학금을 직접 설계해 이를 장학금을 지원하는 주체에게 제안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총학은 방학 중에 온라인으로 장학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9월 중 다시 한 번 학생들의 의견을 조사할 예정이라 밝혔다.

속마음셔틀, 정말로 학내 구성원들의 속마음 담을 수 있었나

속마음셔틀은 「디테일」이 성적소수자 동아리 큐이즈(QIS:Queer In SNU)에서 진행된 사업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공약으로 수업 중 강사의 차별 발언에 대응하는 사업이다. 속마음셔틀은 △제보 받기 △이메일로 차별 발언 시정요구 및 해당 강의 방문 △차별 발언 내용과 시정조치 결과 공지의 절차를 지닌다.

그러나 지난 5월 속마음셔틀이 시행된 이후 단 한 건의 신고만이 들어왔고 이에 대한 처리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 김보미 부총학생회장은 “1학기 종강 하루 전날에 신고가 한 건 들어왔고 신고자에게 신고 내용에 대한 녹취를 구했으나 이를 받지 못하고 적절한 협조를 얻어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고자가 원하는 수위 정도를 잘 파악하지 못해 종강 직전인 당시 빠르게 진행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전에 큐이즈가 8개월 동안 진행했던 속마음셔틀에는 총 3건의 제보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단일 동아리가 아닌 총학에서 이 사업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결과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에 주무열 총학생회장은 “생각보다 학생들의 반응이 적었다”며 “총학에 대한 신뢰와 홍보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스누라이프에 배너를 올렸고 학생에게 보다 잘 다가갈 수 있는 플랫폼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그는 “2학기 때 속마음셔틀을 다시 홍보하면서 신고자가 원하는 수준을 A(강사에게 메일 권고), B(직접 방문), C(대자보와 공론화)로 나눠서 받는 방식을 사용할 것”이라 말했다.

인권센터 최기자 전문위원은 속마음셔틀 사업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과 우려를 함께 나타냈다. 그는 “학생들은 학내 권력 구조로 인해 폭력적 상황에 노출됐을 때 도움을 구하기 힘든 위치”라며 “그렇기에 학생들 스스로 문제제기를 하고 이를 해결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속마음셔틀의 취지는 좋지만 일 처리 과정에서 정중할 필요가 있다”며 “학내에서 인권센터의 역할이 적절한 처벌을 내리고 의식을 바꿔나가는 것이기에 심각한 상황에 대해서는 인권센터에 신고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광역셔틀버스, 많은 학생들을 위한 버스 될 수 있을까

광역셔틀버스는 총학의 주요 사업 중 하나로 장거리 통학생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편리한 교통수단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이 공약은 2,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수요조사에 참여하는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총학이 시범 운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생각보다 높은 이용요금과 대중교통보다 긴 소요시간에 학생들은 전보다 식은 반응을 보였다. 안양에 사는 황보하은 씨(생명과학부·13)는 “소요시간이 대중교통보다 짧은 것은 좋지만 가격이 많이 부담이 된다”며 “2,000원에서 2,500원 정도가 되면 가끔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용인-성남 노선 광역셔틀버스 신청을 고민 중이라는 소수민 씨(디자인학부·14)는 “기존 대중교통을 타고 통학할 때 1시간 반에서 2시간의 시간과 2,700원 정도의 요금이 들기에 광역셔틀버스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그렇지만 셔틀을 이용하려면 정자역으로 가야하는데 이때도 교통비가 들어서 고민이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이런 반응에 총학은 업체와의 협의와 본부를 통해 요금을 낮추고 운행시간은 시범운행을 통해 노선을 수정하며 줄여나갈 계획이다.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4일까지 진행됐던 2학기 광역셔틀버스 신청모집에서는 이용요금이 회당 3,600원에서 2,900원으로 줄었고, 일부 노선이 수정됐으나 운행 시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주무열 총학생회장은 “역까지 이동하는 대중교통비와 현 요금을 따지면 학생의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 과도기이기 때문에 점차 요금을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9월 광역셔틀버스 신청 결과 용인–성남, 목동 노선이 운행되기로 결정됐다. 총학은 “용인-성남은 신청 인원이 많아 25인승 버스를 운행할 수 있고 목동의 경우 인원은 적으나 가격대가 맞아 운행이 가능하다”며 “폐지된 노선은 버스를 구하기 힘들고 인원이 적어 일단 9월에는 운행이 어렵다”고 전했다.

그 외 「디테일」 공약,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두레문예관 24시간 개방은 9월 중에 열릴 계획인 교육환경개선협의회(교개협)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주무열 총학생회장은 “이 공약은 본부 여러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교개협에서 논의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며 “많은 동아리 학생들이 원하고 있다는 것을 본부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리연합회 하진우 회장(동양사학과·11)은 “방학부터 동아리원에게 서명운동과 설문조사를 진행했으나 잘 진행되지 않아 개강 후 다시 진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메아리 동아리원 경민수 씨(생명과학부·14)는 “두레문예관을 자주 사용하는 동아리 모두가 기대하는 공약인데 진행 상황이 공개된 것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세미나 2.0 공약은 학생들 스스로가 강사가 돼 강의를 할 기회를 제공하고 다른 학생들은 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자 마련됐다. 공약의 일환으로 1학기에는 2개의 포토샵 초급 강의, 여름방학에는 CTL과 함께 포토샵 초급, 중급 강의가 진행됐다. 2학기에는 파이썬, 파워포인트, 프리미어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방학 중 강사모집에서 지원자가 미달돼 전부 진행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총학 중앙집행위원장 정우철 씨(물리천문학부·08)는 “프리미어 부문과 파이썬 부문에서 각각 한 명의 지원자가 있었지만 4번의 수업에 프로그래밍을 모두 다루기는 무리가 있다며 참여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통합안전대책은 지난해 10월 발생한 학생회관 가스누출 사건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동아리방마다 도어락 비밀번호가 달라 대피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학생들에게 사고 상황을 공지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생기자 필요성이 제기됐다. 통합안전대책은 △건물별 마스터키 설치 △재난 문자발송 시스템 구축 △경고방송시스템 등을 담고 있다. 재난 문자발송 시스템은 작년 10월에 문자 발송이 되는 것이 확인됐으나 도어락 및 마스터키 사업과 경고방송시스템은 시행되지 않았다. 이에 총학은 “경고방송시스템에 대해 SUB와 이야기 한 적이 있고 마스터키 설치 부분에 대해서는 동아리 사찰에 대한 우려가 있어 다음 동아리운영회의에서 합의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301동 미끄럼틀 사업은 총학이 공대 연석회의와 공대 학장, 부학장과 논의한 바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향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 공대 연석회의 김석연 의장(재료공학부·13)은 “이 공약이 공대 연석회의에서 발제됐을 때 안전 측면에서 굳이 필요한 사업인가라는 의문이 있었지만 각박한 일상 속 활력을 제공한다는 취지에 공감했다”며 “총학과 함께 공대 학장, 부학장을 만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논의됐다”고 말했다. 김한수 씨(조선해양공학과·14)는 “삭막한 공대에 안전과 재미를 동시에 가져올 것 같다”며 “그렇지만 비상시 이용될 때 사람들이 몰려 오히려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이용 규범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약 이외의 활동, 이렇게 했다

관정관 개선

중앙도서관 관정관이 개관하면서 학생의 불편사항이 증가하자 총학은 온라인으로 의견수렴을 진행했다. 이에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설문에 참여했고 총학은 이를 알기 쉽게 정리해 관정관의 개선 방향을 공유했다. 이를 바탕으로 총학은 관정관과 만나 B 열람실을 노트북 존으로 바꾸는 것과 같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수강신청대란, 빠른 반응과 의견수렴

총학은 2015년 2학기 홀수학번 수강신청에서 서버에 과부하가 생겨 학생들이 피해를 입자 즉시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를 입은 학생들의 의견을 수합했다. 그 후 정보화본부와 두 차례 만남을 가지며 사과를 요구했고 교개협에서 수강신청 개선 방안을 논의할 예정임을 밝혔다. (『대학신문』 2015년 8월 24일 자)

관악02 서서가는 줄

이번 총학은 학생들의 요구에 빠르게 반응하는 행동력을 보여줬다. 학기 초 낙성대역의 관악02 버스를 기다리는 줄에 앉아가는 줄과 서서가는 줄이 동시에 발생해 대해 학내에 논란이 일었다. 서서가는 줄의 발생은 만차가 되기 전에 앞줄의 사람들이 다음 버스에서 앉아가기 위해 옆으로 비켜서면 뒤에 있는 사람들 중 서서라도 빨리 가고 싶은 사람이 승차하는 문화였는데 이것이 서서가는 줄로 발전해 새치기 문제가 야기됐다. (『대학신문』 2015년 5월 4일 자) 이에 총학은 온라인으로 해결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후 정류장에 배너를 설치하고 캠페인 활동을 진행했다. 더불어 인헌 운수에 요청해 안내방송을 진행했다. 그러나 총학의 대처 후 문제가 해결되는 듯했지만 서서가는 줄이 다시 부활해 일회성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됐다.

짧은 임기의 총학, 남은 임기를 보람차게 채우려면

11월에 임기를 마치는 총학은 10월 중순부터는 선거관리본부의 역할을 함께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공약 이행을 위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남은 기간 동안 총학이 해야 할 일은 우선 아직 이행되지 않은 공약들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진행하고 있는 공약과 사업들의 전문성과 장기적인 운영 가능성에 대해 다시 고민 해봐야 한다. 이번 광역셔틀버스 사업은 높은 요금 때문에 실질적으로 용인-성남에 충분한 수요를 얻지 못했다. 사업들을 TF팀 체제로 빠르게 진행하는 것은 분명 큰 장점이지만 지속가능하게 진행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이를 위해서는 복지에 관한 TF팀을 공식기구화해 전문적 인력을 양성하는 것, 아키이빙해 다음 총학으로 인수인계를 하는 것, 전 기조를 문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이번 학기에 열리는 교개협 역시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총학이 두레문예관 24시간 개방, 수강신청대란에서 발생된 문제사항 등을 교개협에서 논의하기로 한 만큼 안건에 대한 근거 마련이 충분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 교개협에서 논의되는 내용이 모두 수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공약 이행을 위해 교개협 이외의 창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삽화: 이철행 기자 will502@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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