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간 교통비의 겉과 속까지 경제학 돋보기로 들여다보다
올라간 교통비의 겉과 속까지 경제학 돋보기로 들여다보다
  • 최예린 기자
  • 승인 2015.09.13 0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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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7일부터 서울시의 대중교통 요금이 인상됐다. 성인 기준 지하철 기본요금은 200원, 시내버스 기본요금은 150원씩 각각 19%, 14%가 오른 꼴이다. 이는 지난 2012년 2월 인상 이후 3년 4개월만의 요금 인상이었다. 서울시 측은 매년 약 7,000억 원씩 발생하는 대중교통 운영 적자를 이유로 요금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밝혔지만 당장 매일 아침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는 시민들의 입장에서 이번 인상은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요금 인상 과정에 시민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거센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민의 저항에도 정부가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대중교통 요금 책정은 어떻게 이뤄지는 걸까? 대중교통 요금의 이면에서 작동하는 경제학적 원리를 파헤쳐보자.

▲ 삽화: 최상희 기자 eehgnas@snu.kr

“올려라 내려라”, 정부가 뭔데?

경제학적으로 상품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지점에서 결정된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해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과 생산자의 한계비용이 일치할 때 가장 효율적으로 재화가 배분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중교통이라는 재화는 그 특수성 때문에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놓는 것만으로는 효율적인 배분이 이뤄질 수 없는데, 이를 ‘시장 실패’라 한다.

우선 대중교통 서비스는 그 판매와 구매에 참여하는 당사자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도 의도하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특징을 지닌다. 누군가 버스를 이용할 때 발생하는 대기 오염은 버스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지하철역이 들어선 자리에는 유동인구가 많아지면서 주변 상점들이 이득을 본다. 이러한 수혜를 받는 주변인들은 지하철 서비스를 판매하거나 구매한 이들이 아니다. 이처럼 어떤 경제활동이 이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외부인에게도 영향을 주는 경우를 ‘외부효과’(Externality)라고 한다. 대개 외부효과는 재화의 공급자와 소비자가 아닌 제3자에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공급자와 소비자는 가격 설정 과정에서 외부효과에 의한 비용이나 편익을 고려할 수 없다. 즉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는 대중교통 가격에 외부효과가 반영되지 않으며 이 경우 요금이 적절히 설정될 수 없다.

대중교통 서비스의 또 다른 특수성은 ‘불가분성’(Indivisibility)이다. 말 그대로 ‘나눌 수 없다’는 뜻의 이 개념은 특정 재화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생산요소가 어느 한도보다 작은 단위로 나뉘어져 쓰일 수 없을 때 사용한다. 예컨대 지하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도시 곳곳에 철로를 깔아야 하고, 여러 지역에 역사를 지어야 하며, 여러 대의 전차를 만들어야 한다. 소규모로 어느 한 곳에만 철로를 깔거나 역사를 지어서는 서비스를 전혀 제공할 수 없다.

이와 같은 특성을 가지는 재화는 반드시 대규모로 생산될 수밖에 없으며 굉장히 많은 초기 자본이 필요하다. 이처럼 큰 초기 자본이 필요한 재화의 경우 한 생산자가 초기 주도권을 갖게 되면 다른 생산자들은 그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진입장벽으로 인해 한 생산자가 가격을 쥐락펴락하는 독점 상황에 처하면 경제적으로 효율적이지 못한 지점에서 요금이 설정된다.

외부효과와 불가분성으로 인해 대중교통의 영역에서는 공공의 개입이 불가피하다. 대중교통 요금을 조정할 때, 정부는 외부효과의 편익이나 비용을 요금에 반영하고, 직접 재화 생산을 관리하면서 민간기업의 시장 독점을 막기도 한다.

가계 부담과 혼잡비용 잡는 조조할인제

상당수의 서울시민들이 이번 대중교통 요금 인상과 관련해 많은 불만을 표출했다. 서울시가 지난 6월 주최한 공청회는 시민단체들의 반발에 의해 무산되기도 했다. 이처럼 시민들이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특별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개 상품의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가 감소하지만 대중교통의 경우 수요가 가격의 영향을 적게 받아 그 변화가 작은 매우 비탄력적인 재화라고 할 수 있다. 대중교통과 비슷한 가격에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체재가 있다면 요금이 오른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으면 그만이겠지만 현재 대중교통을 대신해 이용할 다른 재화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 대중교통 요금이 150원, 200원씩 오르더라도 사람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용할 수밖에 없는’ 대중교통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그 가격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이처럼 대중교통 요금 인상이 시민들의 가계 부담으로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을 고려해 서울시 측은 시민 복지 차원에서 조조할인제를 새로이 도입했다. 조조할인제는 오전 6시 30분 이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승객에게 기본요금을 20% 할인해주는 제도다. 이는 아침 일찍 출근하는 서민들을 위한 복지정책의 일환이라고도 볼 수 있는 동시에 교통경제학의 가장 기본적 개념 중 하나인 ‘혼잡비용’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혼잡비용이란 위에서 언급된 외부효과를 재화의 가격에 반영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누군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혼잡’이라는 외부효과가 발생하고, 대중교통 시설을 이용하는 다른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한다. 특히 이러한 혼잡은 출퇴근 시간처럼 특정한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이번 조조할인제 에서 혼잡이라는 외부효과의 비용이 대중교통 요금에 반영돼 이용자 수가 적은 새벽 시간대(오전 6시 30분 이전)의 요금이 이용자 수가 많은 출근 시간대(오전 7시~9시)의 요금보다 낮게 책정됐다. 김성수 교수(도시공학과)는 “조조할인제를 통해 오전 7시~9시의 높은 차내 혼잡율을 약간이나마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조조할인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모두에게 착한 요금 인상이 되려면

이러한 조조할인제는 소비자마다 지불하고자 하는 요금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해 보다 세부적인 요금 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같은 상품에 소비자 별로 다른 가격을 책정하는 전략을 ‘가격차별’이라 한다. 소비자의 성별, 나이, 구입 시기, 소득 수준 등에 따라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시간대별로 달라지는 지불 용의를 반영한 최근의 사례가 바로 조조할인제다.

하지만 여기에서 더 나아가 보다 세분화된 요금제도가 도입된다면 소비자의 수요에 보다 알맞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윤대식 교수(영남대 도시공학과)는 “정액권, 1일권 등 다양한 요금체계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의 여러 나라들이 이미 다양한 요금체계를 실시하고 있으며, 가까운 일본만 봐도 하루 동안 도쿄 전역의 지하철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1일권, 공항철도와 지하철, 버스 등을 함께 이용하면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는 묶음 상품 등 다양한 종류의 요금제가 존재한다. 이처럼 세분화된 요금 체계를 구성한다면 시민 개개인의 필요와 목적에 따라 보다 적절한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현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 체계는 이 같은 요금 세분화의 필요성 이외에도 인상 과정에서 문제를 지적받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자인 전문원(한국교통연구원)은 “서울시 대중교통은 운송원가가 수익보다 월등히 높다”며 “이는 곧 한 사람이 대중교통을 한 번 이용할 때마다 서울시에 차곡차곡 적자가 싸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운영 적자가 쌓여가는 상황에서 요금이 3년 넘도록 인상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번 요금 인상은 충분히 이유 있는 인상이라는 의견이 많다.

그럼에도 시민의 반발이 유독 심했던 것은 서울시 측에서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서울시가 진행한 ‘서울 대중교통의 현황과 비전’ 설문조사 결과 시민은 대중교통 요금 조정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절차 및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점을 꼽았다. 형식적인 서울시의회의 참여나 모든 결정이 끝난 후 진행된 공청회는 더욱 시민의 반발을 샀다. 이러한 지적에 따라 지난 7월 30일 서울시에서는 대중교통 요금을 조정하려면 공청회와 같이 시민과 의견을 나누는 절차를 거치도록 조례를 개정한 바 있다.

이처럼 대중교통 요금 산정 속에는 다양한 경제학적 원리와 사회적, 정치적 문제가 한데 뒤얽혀 있다. 문제가 복잡하고도 민감한 만큼 앞으로 대중교통 요금 책정은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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