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학과 신종호 교수

최근 미국과 한국에서 정치인들이 쏟아낸 막말들을 “코미디 프로그램 같다”는 비판으로 지나치기에는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8월 팍스 뉴스에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토론회 사회를 보았던 메긴 켈리에 대해 대선후보 중 한 사람인 도널드 트럼프가 이후 CNN 방송에 출연해서 한 막말은 시정잡배도 하지 않을 말이었다.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회적 비판이 쏟아지자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다른 곳이란 바로 코를 말한 것”이란 글을 올렸는데, 이 또한 정말 무책임한 자기변명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과 관련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한 발언이나, 이후 이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 이용득 최고위원의 발언도 말의 진중함이 전달되지 않는 일종의 ‘언변’(言便)이라고 하면 지나친 것일까?

자기중심적이고 감정이 앞서는 발언들을 왜 사회지도자라 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 거침없이 쏟아내는 것인가? 자신의 발언을 통해 자신의 존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더 끌기 위한 발언은 절대 아닐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신을 거리낌 없이 표현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그 이유로서 충분치는 않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자신의 발언을 들어야 하는 국민에 대한 정치인들의 기본적 존중과 예의의 부족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반인들이 타인과 대화할 때 아무리 화가 나도 정서적 표현이나 거친 행동을 절제하는 것은 적어도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를 지키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막말하는 정치인들에게서는 이러한 최소한의 자기절제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언행을 코미디 같은 해프닝으로, 그리고 한 개인의 성격 특성으로 치부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자신의 경솔하고 무책임한 말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행동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도널드 트럼프가 메긴 켈리에 대해 한 막말에 대해 그를 지지해 오던 한 보수단체인 ‘레드스테이트’(RedState)가 자신의 집회에 트럼프의 연사 초청을 취소한 것은 올바른 결정이었다. 우리 사회에서도 정치인이 경솔한 언행을 한 경우 그를 지지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지지를 철회하거나 그러한 언행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모습이 있었으면 한다.

물론 정치인들만 언행에 신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각 개인 모두 자신의 말에 신중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공적 언행의 경우 더욱 신중하고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학생들을 볼모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자기 틀에 갇혀 표출해온 부산대의 한 철학과 교수의 언행은 교수의 한 사람으로서 얼굴을 들 수 없는 사건이며, 다시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배움의 터에서 이러한 교조적 언행이 재발되지 않아야 한다.

말은 신중해야 하고 꼭 지켜져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유치원 때부터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기본 예의다. 개인적인 관계에서도 말을 경솔하게 하고 지키지 않는 사람과는 믿을 수 있는 관계를 맺기 어렵다. 공인으로서 정치인들의 언행에 대해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이들의 언행이 사회적 신뢰와 존중이라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력 때문일 것이다. 건강한 사회는 바로 개인 자신의 언행에 대한 보상과 처벌이 분명한 사회, 그리고 이를 반드시 책임지도록 하는 사회인 것이다.

국격(國格)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분명 그 사회의 언격(言格)일 것이다. 이제 우리사회의 언격을 건설적인 방향으로 변화시켜나가야 한다. 말은 신중하게 하되 한 말에 대해서는 꼭 책임지는 사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 정치인을 포함한 사회적 공인의 경우 언행에 대한 사회적 책무감을 지금보다 훨씬 더 높게 가져야 한다. 언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개인은 절대 우리 사회의 지도자가 될 수 없도록 해야 하며, 지금은 공인의 언행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잣대가 더 엄격해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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