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학부 김광은 석박사통합과정

우리는 모두 ‘같은’ 인간이다. 동시에 우리는 모두 ‘다른’ 인간이다. 어쩌면 너무 흔한 말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당신은 분자 수준 그러니까 우리 몸 안에 있는 유전자 수준에서 이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인간의 염기서열이 해독되었다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인간게놈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HGP)로 불렸던 이 염기서열 해독 작업은 1990년 미국, 일본 등 6개국의 연구팀이 공동으로 시작해 2006년에 공식적으로 종료되었다. 이는 인간 한 명의 염기서열이 처음부터 끝까지 밝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염기서열이란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 4가지 염기의 배열 순서를 뜻하며, 인간의 30억개 염기서열은 23쌍의 염색체에 … ATGCTTAGGCCTA…와 같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이 서열은 쉽게 말해 유전자 지도-몸 안에서 기능하는 각종 물질의 설계도-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모든 인간의 염기서열이 같다면 우리는 일란성 쌍둥이와 같이 서로를 똑 닮았을 것이다. 우리는 같은 인간이기 때문에 염기서열도 비슷하지만, 99.9%만이 일치할 뿐이다. 인간의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30억개의 염기서열에는 1,000개당 1개꼴로 변이가 일어나있다. 이를 단일염기다양성(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SNP)이라고 한다. 즉, 인간마다 특정 부분에 서로 다른 염기가 존재하고 이로 인해 개개인에게 서로 다른 유전적 차이가 부여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정상’ 염기서열이고, 무엇이 ‘비정상’ 염기서열 또는 ‘돌연변이’ 염기서열인가. 그 무엇도 분명하게 말할 수 없다. 편의상 어떤 서열을 정상 염기서열 또는 표준 염기서열이라고 부르지만, 이러한 정상과 비정상의 임의적인 구분은 단지 자연적으로 더 많이 관찰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일 뿐이다.

올해 6월, 미국의 연방대법원에서는 동성 결혼이 합헌이라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다. 이성애자와 동성애자를 정상과 비정상 또는 합법과 불법으로 나누어 보는 시선은 꽤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이 판결로 인해 그 누구든 정상적이고 합법적으로 결혼할 수 있게 되었다. 굳이 꼭 이런 거창한 예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는 우리가 모두 서로 다른 인간임을 알고 있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너무나 당연하다는 사실 때문에 오히려 더 막연히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에 대해 환경의 영향으로 설명하는 방법과 유전의 영향으로 설명하는 방법이 있다. 환경의 영향으로 설명할 때, 각자가 경험한 것들이 다르다는 사실은 쉽게 이해되고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유전의 영향으로 설명할 때는 ‘정상’적인 서열과 ‘비정상’적인 서열에 대해 엄격하게 받아들여진다. 돌연변이라는 말이 우리에게 얼마나 부정적으로 다가오는지를 생각해보라.

분자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우리는 모두 다른 단일 염기 다양성을 가진 각각의 돌연변이들이다. 우리는 서로 다르며, 그 누구도 정상과 비정상으로 규정될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정상적인 인간인 동시에 비정상적인 돌연변이들이다. 각각의 개체인 우리들에게는 자신만의 돌연변이가 있다. 이것이 바로 ‘Personality’의 분자적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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