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아리’를 알아본다

‘너 아직도 과외로 돈 버니․’, ‘너도 부자 되고 싶니’ 등 공격적인 카피로 학우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서울대학교 부자동아리’. ‘파란만장 미스 김의 10억 만들기’란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필두로 부자되는 방법에 대한 서적이 꾸준히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있는 요즘, 관악캠퍼스에도 ‘부자열풍’이 불고 있다. ‘부자’, ‘부자되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큰 만큼, 부자동아리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남다르다. 개강한지 채 10여 일이 지나지 않아 부자동아리 가입신청자는 100여 명에 이르렀다.

 

 

김홍석씨(경영학과․1)는 “요즘같이 힘들 때 우선 먹고 살 걱정을 하게 되는 세태를 반영한 동아리라고 본다”며 “가입한다고 해서 정말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시야를 넓히고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부자동아리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또 지난 9일(목)에 있었던 부자동아리 설명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돈을 벌고 싶어서”, “경제적인 감각을 키우고 싶어서”, “재테크에 관심 있어서”라고 참석이유를 밝혔다.

 

 

부자동아리를 창립한 곽순석씨(심리학과․1)는 삼성경제연구소 산하의 ‘부자특성연구소’라는 포럼에서 타대에 다니는 몇몇 친구들을 만났다. 이들은 각자의 학교에서 부자동아리를 창립했고, 현재 연세대, 이화여대에서 부자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다. 곽씨는 “사실 부자가 되는 것은 모두가 원하는 일이 아니냐”며 “올바르게 벌어 정직하게 쓰고, 자신의 부에 대해 책임의식이 있는 선한 부자를 만들어내는 동아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학내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한다’는 오해를 샀던 몇몇 동아리가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는 1996년에 창단된 ‘서울대학교 벤처네트워크’. 벤처네트워크는 사업가가 되고자하는 사람들이 모여 정보를 교류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공대 동아리다. 벤처네트워크는 정기적으로 모여 친목을 다지고 세미나를 하며, 일년에 한 번씩 열리는 ‘벤처창업경진대회’를 주관하고 있다. 그러나 동아리가 주도해 수익사업을 벌이고 있지는 않다. 회장을 맡고 있는 조민희씨(기계항공공학부․2)는 “회원들 개인이 사업아이템을 구상하거나, 마음에 맞는 회원들이 모여 창업을 시도하는 경우는 있다. 그러나 동아리 차원에서 수익사업을 시도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동아리는 회원 간의 친목을 다지고, 비영리적이되 생산적인 일을 함께하는 단체여야 한다는 것이 조씨의 생각이다.

 

 

또 다른 동아리인 ‘서울대 투자연구회’는 1999년에 창립된 경영대 동아리다. 투자연구회는 정기적으로 모여 주식투자에 대해 공부하는 학술동아리다. 그러나 자신들이 연구한 바를 적용해 보려는 목적으로 만든 동아리 펀드 때문에 수익사업을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투자연구회의 회장인 고연희씨(경영학과․2)는 “수익률을 위해 주식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세운 이론을 나름의 방법으로 검증하고자 하는 것이다”라며 “동아리 성격을 잘못 이해하거나, 동아리를 다른 방향으로 이용하려는 사람을 막기 위해 신입회원 모집시 2차에 걸친 면접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수익사업을 통한 이익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동아리는 학내에서 부자동아리가 최초다. 곽씨는 “1기 회원들이 모이면 회원들과 함께 논의해 사업 아이템을 꾸려 돈을 버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시각도 있다. 메아리에서 활동 중인 주귀옥씨(사회교육과․3)는 “대학생이라면 순수한 의도를 가지고 현실적인 것 외에 생산적인 문화 활동이나 사회 전반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며 “너무 일찍 세태에 휩쓸리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총학 문화국장 고건혁씨(심리학과․0)도 “이윤을 동기로 시작했더라도 창의적인 시도를 하려는 의지와 성찰의 마음가짐이 없다면 학내에서 호응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가람씨(독어독문학과․2)는 “부의 창출이라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할 수 있는데 굳이 ‘동아리’라는 이름으로 모여서 활동을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동아리’ 그 자체의 의미보다 현실을 더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홍세정씨(제약학과․1)는 “누구나 부자가 되고픈 욕망이 있다. 누구나 원하는 욕망이라면 숨기지 말고 드러내서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합법적인 방법으로 이익을 얻는다면, 그것에 대해 공부하고 경험하는 동아리가 생기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부자동아리는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 체계적인 커리큘럼이나 시스템은 갖추고 있지 않다. 곽씨는 “앞으로 1기 회원 모집이 끝나면, 회원과 함께 앞으로 나아갈 바를 결정하고 시스템을 정립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무엇으로 수익을 창출할 것인지, 회원모집 이후에 동아리가 어떻게 나아갈지 의문이다”며 가입을 망설이는 학생도 있었다.

 

 

앞으로 부자동아리가 목표한대로 성공적으로 수익사업을 펼치며 ‘선한 부자’를 키워내는 모범적인 영리추구 동아리가 될 수 있을지, 맹목적으로 부를 좇는 동아리로 그치고 말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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