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부 오세훈 기자

“우리 가게는 규모가 작아 경사로 설치를 안 해도 된다는데요?”

관정관 뒤편 편의시설의 경사로 설치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편의시설을 찾자 한 직원이 기자에게 했던 말이다. 이 한마디를 통해 사람들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대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단지 법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수준의 성의만 보인다면 장애인에 대해 더 이상의 배려는 필요치 않다는 인식. 그것이 사람들의 장애인에 대한 생각이었다. 자신이 불편한 것은 아니기에 규정 이상의 배려는 고민하지 않는 것. 그것은 어쩌면 우리 대다수의 서글픈 모습일지 모른다.

지난 2월 문을 연 중앙도서관 관정관은 거대한 규모와 최신식 시설들을 자랑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도서관이다. 관정관에 처음 들어선 사람들은 관정관의 웅장한 모습에 연일 감탄을 쏟아낸다. 하지만 이와 정반대의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다. 우리가 관정관의 외양과 시설에 취해 감탄을 쏟아내는 사이 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안타까움과 아쉬움의 감정을 느껴야 했다.

우리는 관정마루를 보며 그저 멋지다고 생각할 뿐 휠체어를 타는 학생들이 어떻게 그곳을 지나갈 수 있는지 고민하지 않는다. 우리는 옥상정원을 보며 예쁘다는 생각만 할 뿐 휠체어를 타는 학생들이 어떻게 그곳에 올라갈 수 있을지는 고민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고민하지 않고 당연히 여기는 수많은 것들을 장애학생들은 수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그들은 우리들과 무엇이 그렇게 다르기에 같은 대상을 보고 정반대의 감정과 생각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우리들’과 ‘그들’의 경계는 ‘그들’ 때문이 아닌 ‘우리들’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그들이 우리와 다른 감정과 생각을 가져야 하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들이 다른 감정과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그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 그런 고민은 애초에 할 생각조차 않는 우리 때문이다. 우리만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기에 그들의 입장은 배제될 수밖에 없다. 학내 장애인권동아리 ‘턴투에이블’은 ‘우리들’과 ‘그들’로 나누는 시선을 바꾸기 위해 외로운 외침을 이어가고 있다. 5516 저상버스의 재도입, 중앙도서관 관정관 개선 등 우리가 신경 쓰지 않는 일들을 그들은 스스로 바꿔가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노력에 동참, 아니 관심의 시선을 보낸 적은 있는가.

학내 장애학생지원센터에 따르면 2015년 3월 기준 64명의 장애학생이 서울대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관정관을 비롯한 학내 여러 시설과 학습 환경은 64명을 배제하고 있다. 기자는 이제껏 존재해온 배제의 시선을 이번 취재를 통해 비로소 깨닫게 됐다. 턴투에이블이 각박한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그들의 뜻을 펼치는 것은 ‘예산이 부족하다’ ‘개선해주겠다’는 영혼 없는 답변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사소하지만 절대 사소하지 않은 공감의 시선이다. 우리들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세상에서 벗어나 한번쯤은 그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우리들과 그들의 차이,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우리는 그들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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