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노조로서 출발선에 선 이주노조를 만나다
합법노조로서 출발선에 선 이주노조를 만나다
  • 대학신문
  • 승인 2015.09.2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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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사는 세상]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이제 100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국내 노동자가 꺼리는 3D업종에 종사하며 중소기업 인력난을 해소하는 데 기여한다. 이들이 한국경제에 불어넣는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겁지만 이들의 인권에 대한 한국사회의 관심은 차갑기만 하다. 『대학신문』은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을 만나 이들의 열악한 삶을 들여다봤다.

1.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동조합에 가다

최근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추진한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을 둘러싸고 ‘국민을 역차별하고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라며 인터넷에서 원색적인 비난이 일었다. 이 일은 한국사회가 아직 이주민에게 열린 사회가 아님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주민에 대한 반감이 거센 가운데 이주노동자는 이주민과 저임금 노동자라는 두 가지 굴레에 동시에 묶여있다.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도 이들 중 하나였다. 봉제 공장, 금속 공장 등 여러 공장을 전전하며 부당한 일을 많이 당했던 그는 지인의 소개로 이주노조를 처음 접했다. 그는 열악한 처우에 항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 2005년에 조합원으로 가입한 후 활발히 활동했다. 그는 2010년부터 서울 지부에서 간부를 지내고 2012년부터는 이주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다.

그러나 그가 이주노조에 들어온 이후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이주노조가 걸어온 길은 순탄치 않았다. 특히 이주노동자를 대표하는 이주노조 위원장직은 정부의 표적이 돼왔다. 2005년 조직된 이래 역대 이주노조 위원장은 전부 추방당했다. 심지어 바로 전 위원장인 미셸 카투이라 씨는 장기간 휴업상태에 접어든 사업장 대신 이주노조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추방을 당해 표적수사라는 논란이 일었다. 현실적인 압박과 신변의 위협이 있었음에도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위원장직을 맡았다.

“서남아시아, 동남아시아 같은 가난한 지역에서 오는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 있어요. 대하는 태도와 말하는 것을 달리하죠. 같은 사람인데 노동자로서 제대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가난한 나라와 부자 나라로 볼 것이 아니라 인간다운 대우를 해 달라는 요구가 하고 싶었어요. 어디 센터에 가서는 이런 것을 못 해요. 노동조합에 오니 말이 통해서 좋았어요. 노동자는 노동조합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노조에 조합원으로 가입했어요.”

2. 인권 찾을 수 없는 이주노동자의 일터

“어제 저녁에도 전화가 왔어요. 밤 9시 48분에 전화 왔어요. 새벽까지 일을 하고 (이주노동자들이) 쉬고 싶다고 했다가 쫓겨났대요. 내일부터 바깥에서 출퇴근하라고 그러면서 사장이 가방도 들고 나가라고 했대요. ‘우리 어디로 가야 하나’라며 전화가 왔어요.”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인터뷰 전날 밤 열 시 경에 찍힌 휴대폰 기록을 보여주며 전날 있었던 일을 전했다. 사업주가 원하는 대로 하지 않는다며 이주노동자더러 기숙사에서 나가라고 한 것이다.

이렇게 사업주가 노동자를 위협할 수 있는 것은 이주노동자가 방을 구하기 어려운 현실과 거처 제공을 의무로 정하지 않는 법 때문이다. 원래 거처 제공은 사업주 부담이었으나 2009년 노동부가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 규칙’을 개정하면서 사업주가 이주노동자에게 숙박비를 부담시킬 근거가 마련됐다. 사업주들은 이 사실을 악용해 ‘갑질’을 하고 있다. 갈 곳 없는 이주노동자에게 방을 제공하고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나가라고 위협하는 것이다. 하지만 법에서 계약서에 방을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고 명시하기 때문에 설령 내쫓는다고 해도 계약 위반은 아니다. 따라서 쫓겨난 뒤에도 계약이 유효해 다음날 곧바로 일터에 나가야 하는 실정이다.

“숙식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계약할 수 있어요. (숙박을 제공하지 않아도 되는데) 사업주가 제공해요. 그러면서 매일 협박해요. 일을 잘 안 하면, 말을 듣지 않으면 기숙사에서 쫓아낸다고 협박해요. ‘내가 너를 봐 주는 것’ ‘여기 있으면서 시키는 대로 안 하면 바깥에서 방을 구하게 할 것’이라고 협박하죠. 나가라고 하고 5일 동안 연락이 안 되고, 출근을 하지 않으면 사업주가 이탈 신고를 할 수 있어요. 이탈 신고라는 것이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되는 거에요. 법을 무기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사건이 엄청 많아요.”

3. 앞으로 넘어야 할 고용허가제라는 산

이주노동자의 노동현장에는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문제가 비일비재하다. 사업장에서 이주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문제의 핵심에는 고용허가제가 있다. 2004년부터 시행한 고용허가제는 외국인을 고용하려는 사업주가 직종과 목적을 제시하면 정부가 고용 조건을 검토해 외국인 고용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고용허가제는 외국인노동자 중에서도 특히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 등지에서 오는 단순노무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다. 민간기관에 모든 재량을 맡기고 사업장 변경은 물론 최저임금, 산업재해, 노동권 등을 보장하지 않던 기존의 산업연수생제도보다는 진일보한 제도로 평가받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여전히 노동자에게 족쇄를 채우고 비인간적인 노동환경을 간과한다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고용허가제는 앞으로 이주노조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앞으로 고용허가제를 대체할 ‘노동허가제’를 위해 투쟁할 결의를 밝혔다. 노동허가제는 노동자가 사업장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는다. 더불어 노동허가제는 노동3권과 한국에서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권리, 가족을 동반할 수 있는 권리도 같이 보장한다.

“사업장을 자유롭게 변경하지 못 하게 하는 것이 가장 문제에요. 사업장 변경을 못 하게 함으로써 80% 이상의 문제가 생기고 이것만 바꿔도 80% 문제가 해결돼요. 임금체불, 폭행, 강제노동, 장시간노동, 인권침해 모든 것이 사업장 변경을 자유롭게 해주지 않아서 일어나요. 사업주에게 유리한 조건들이 있어요. 한국에 머무는 기한을 연장하려고 해도 사업주가 승인을 해야 해요. 정부는 유엔이 우수한 제도라고 상을 줬다며 아시아에서 제일 우수한 제도라고 자랑해요. 아무리 우리가 바꾸라고 해도 무슨 문제냐고 딱 한마디만 하고 가요. 유엔은 같은 제도를 두고 좋다고 상을 주기도 하고 나쁘다고 권고를 하기도 했어요. 상을 준 후에 이주노동자가 겪는 것을 보고 아니라고 입장을 바꿨어요. (유엔은) 국제적 기구인 만큼 책임 있게 사실을 판단해야 할 거에요.”

4. 이주노조는 유일한 창구

이주노조에는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들어오는 15개국 중 9개국 출신의 이주노동자가 있다.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네팔, 필리핀, 미얀마, 베트남, 태국 등 다양한 국적의 조합원은 1,100명 정도고 이 중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50명가량이다.

이주노조라는 조직이 있지만 이들이 목소리를 모은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일터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는 노동자의 비율은 5%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주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이라고 더 처우가 좋은 것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이주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은 요구를 표출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자 변화를 부를 수 있다는 지푸라기 같은 희망이다. 사업장에 개선을 요구하는 항의 방문이라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임금체불 등 사업장 문제가 있으면 아는 사람을 통해서 (이주노동자들이) 오기도 해요. 하지만 다 알지는 못해요. 우리가 찾아가죠. 이주노조는 여러분의 조직이니 오라고 해요.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설명해도 언어가 안 통해서 믿지 않을 수도 있고 이해도 못 하는 문제도 있어요. 우즈베키스탄 출신인 경우 언어 문제도 있고 그 사람들이 여러 군데로 흩어져 일하고 있어서 찾아가지 못하고 있어요. (문제가) 원하는 만큼 개선이 안 돼도 요구는 충분히 할 수 있어요.(해결이) 안 돼도 차별하지 말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장점이에요.”

5. 첫발 뗀 합법이주노조

최근 이주노조 합법화 판결이 나와 이주노조는 합법노조로 첫발을 뗐다. 2005년 노동부에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한 지 10년 만이다. 합법노조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다사다난했다. 노조설립신고서를 반려당한 후 이주노조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노조불허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2년 뒤 서울고등법원에서 이주노조를 합법노조로 인정했고 상고심을 맡은 대법원이 8년이 지난 올해에야 원심을 확정했다. 법외노조와 합법노조의 가장 큰 차이는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에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한국 정부와 사업장, 그리고 노동자까지 이주노조를 다르게 볼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도 이제 우리를 무시할 수 없어요. 전에는 사업장에 가도 ‘불법 노조 아니냐’고 했는데 앞으로는 무시할 수 없다는 차이가 있어요. 한국사회와 정부의 생각이 바뀔 거에요. (이주노조 합법화의) 가장 큰 이점은 노조활동을 하면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하던 노동자들이 안심할 수 있다는 거에요. 당장 노조에 오는 사람이 많이 느는 것은 아니지만 노동자들이 이주노조가 합법노조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도 성과예요."

6. 한국사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국에 와서 이주노동자가 편하게 일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주노동자가 와서 한국 일자리를 뺏었다는 인식이 많이 있어요. 이주노동자는 열악한 환경에서 한국인이 안 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한국의 수출과 매출에 이주노동자가 필요해요. 인터넷에 이주노동자에 대한 뉴스가 올라오면 댓글이 엄청 달려요. 왜 안 가느냐고. 우리의 요구는 (한국에) 있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에요.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도 있겠다는 사람은 30% 정도에요. 대신 한국에 있는 동안 전체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노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요구에요. 중동에서도 이주노동자가 아프다고 하면 병원에 가고 쉬게 해줘요. 보험도 해주고 기본적인 것은 해줘요. 우리는 인간다운, 노동자다운 대우를 해달라는 거에요. 아프면 병원에 가고 힘들면 쉬게 해달라, 노동3권을 인정해달라는 거에요.”

한국에 온 이유를 물었을 때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일하고 돈 벌러 왔어요.” 그에게 들은 것은 결국 한국에 일하러 왔다는 당연한 이유와 일하는 동안 최소한의 대우를 해달라는 당연한 요구였다. 이주노동자의 기본적인 처우 개선을 위한 외침은 이들의 일터가 얼마나 열악한 환경인지 보여준다. 상식이 없는 곳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노동환경이 이른 시일 안에 개선되기를 기대해본다.

사진: 김여경 기자 kimyk37@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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