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결제의 블루칩 ◯◯페이, 일시적 열풍에 불과한가
온라인 결제의 블루칩 ◯◯페이, 일시적 열풍에 불과한가
  • 김민주 기자
  • 승인 2015.10.03 1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재] 간편결제(◯◯페이), 지갑 없는 세상 올까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많이 이용되는 실시간 계좌이체나 신용카드결제는 전자지급결제대행(Payment Gateway, PG)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PG 시스템을 이용할 때 소비자는 액티브X를 설치하고 공인인증서를 등록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춘추전국시대
 

그간 PG의 공고한 독점시장이었던 온라인 결제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른바 ‘◯◯페이’다. ◯◯페이라고 불리는 간편결제는 복잡한 결제시스템을 간소화한 온라인 결제 서비스다. 처음에 본인인증을 하고 카드정보를 입력해두기만 하면 그 이후에는 비밀번호를 누르는 것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국내에서 간편결제가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4월 규제개혁회의에서 “중국인들이 공인인증서 때문에 천송이 코트를 못 산다”고 지적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곧바로 그해 8월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화가 폐지됐다. 규제 완화의 바람을 타고 기존 PG 업체, 신세계·옥션·11번가와 같은 유통업체, 삼성전자·LG 같은 휴대전화 제조업체, 카카오·네이버 같은 온라인 플랫폼업체 등 다양한 기업이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해외 공룡기업들도 움직였다. 공인인증서라는 장벽이 없어지면서 중국 최대 온라인 결제업체인 알리바바(알리페이)를 비롯해 구글(안드로이드페이)과 이베이(페이팔), 아마존(아마존페이먼트), 애플(애플페이) 등 세계 유수 기업들이 국내 상륙을 준비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뚜렷한 1등이 딱히 없는 춘추전국시대다. 간편결제 시장이 과포화 상태에 이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간편결제가 새로운 수익원이 된다는 것이다. 온라인 결제시장은 그 규모가 나날이 커져 연 10조원에 달한다. 간편결제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 복잡한 결제 절차 때문에 온라인 결제를 포기하는 소비자를 흡수한다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아무리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고 해도 간편결제 업체가 가져갈 수 있는 수수료 수익은 온라인 결제 수익의 0.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업 간에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기엔 지나치게 작은 파이다.

 

간편결제에 뛰어든 업체들의 진짜 속내
 

온라인 플랫폼업체나 일부 유통업체가 간편결제를 통해 겨냥하는 진짜 목적은 O2O(Online to Offline) 시장의 확대다. O2O란 온·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서비스를 일컫는다. 온라인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오프라인으로 받을 수 있는 배달 앱이나, 온라인에서 가격을 비교하고 저렴한 가격에 결제한 후 오프라인에서 이용하는 숙박 앱은 이미 일상화된 O2O 서비스다. 간편결제를 이용하면 쇼핑에까지 O2O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다. SK플래닛(시럽페이)이나 네이버(네이버페이)는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업체다. 예컨대 네이버가 제공하는 ‘쇼윈도’ 서비스에서는 5만3천여개에 달하는 가맹점의 상품을 온라인으로 비교한 후, 네이버페이를 이용해 오프라인보다 저렴한 온라인 판매가에 결제하고 오프라인에서 즉시 받아갈 수 있다.

간편결제는 기존에 온라인 결제시장에 뛰어들지 않았던 기업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앞서 언급한 네이버뿐 아니라 카카오도 간편결제를 이용한 사업 발굴에 동참하고 있다. 카카오는 스마트폰 사용자 95% 이상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과 연계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카카오톡 플랫폼을 이용한 최초의 O2O 서비스 ‘카카오택시’는 올해 3월 출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소비자는 앱에서 콜택시를 요청한 후 오프라인에서 바로 택시를 탈 수 있다. 카카오는 길 안내 서비스, 카카오 고급택시 등을 더 출시해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LG경제연구원은 보고서 ‘온·오프라인 연결하는 O2O 혁신의 가능성 열려있다’를 통해 국내 O2O 잠재 최대 시장 규모를 7조6,000억원으로 전망했다. 또 O2O 시장영역이 식료품, 소매, 인테리어, 수리 등으로 확장된다면 미래의 O2O 플랫폼 비즈니스 시장이 약 21조5,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간편결제를 이용해 스마트 기기 판매를 증가시키려는 기업도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유지하고 기기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8월 20일 삼성이 출시한 삼성페이는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애용자가 늘고 있다. 또 베타서비스에 참여한 참가자 3,500명 중 86.4%가 여전히 삼성페이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페이가 삼성전자의 최신 단말기(갤럭시S6, 갤럭시S6엣지, 갤럭시S6엣지플러스, 갤럭시노트5)에서만 이용할 수 있어 폐쇄적이지만 이것이 오히려 삼성전자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한다. 삼성페이를 자주 사용하는 고객은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재구매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 가방이나 주머니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 더 편하게 삼성페이를 이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신한금융투자 투자상담팀 관계자는 “현재 애플과 삼성전자 같은 휴대전화 제조업체는 판매 둔화라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간편결제 시스템은 기존고객들의 이탈을 막고 스마트밴드나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의 판매를 촉진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인프라”라고 분석했다.

 

누구나 간편결제 하기엔 여전한 한계
 

각 업체는 ◯◯페이가 난립하는 간편결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각각의 간편결제 서비스가 별 차이가 없는데도 가맹점마다 제휴한 서비스가 달라 소비자들은 쇼핑몰별로 다른 페이앱을 내려받아야 한다. 220만개의 신용카드 가맹점 중 90% 이상의 업체와 제휴해 가장 많은 가맹점을 확보했다는 삼성페이조차 신세계 그룹 계열사와 주유소 등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신세계백화점이나 이마트 몰 등 신세계 그룹 계열사에선 자체 간편결제 시스템인 SSG페이를 이용해야 하고 SK계열사인 11번가에서 간편결제를 하기 위해선 시럽페이에 새로 가입해야 한다.

네이버페이 역시 대다수 가맹점이 중소 규모의 온라인 보세 쇼핑몰에 국한되고 카카오페이도 가맹점 수가 270여개에 불과하다는 점이 치명적인 한계로 꼽힌다. 대학생 박하영 씨(자유전공학부·13)는 쇼핑 사이트에서 ◯◯페이를 쓰면 할인해준다는 이벤트를 보고 카카오페이나 시럽페이, 페이코, 페이나우 등 여러 간편결제 시스템에 카드를 등록했다. 하지만 박하영 씨는 “간편결제 업체들이 다 비슷하고 큰 차이가 없어 굳이 하나의 페이를 정해 지속적으로 거래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보안에 대한 우려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대부분의 간편결제 시스템은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필요 없이 비밀번호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그러나 공인인증서와 몇 겹의 보안장치가 있어도 해킹이나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일어나는데 고작 비밀번호만으로 돈이 오가는 거래를 한다는 데 불신을 보내는 소비자가 많다. 실제로 디지털 광고 전문기업인 DMC미디어가 발행한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를 써보지 않은 응답자의 65.7%는 개인정보보호 및 보안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꼽았다.

 

◯◯페이, 우리나라에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간편결제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지나 주도적인 사업자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이상섭 연구원은 “편리함으로 인해 젊은 층의 높은 지지를 받는 간편결제 시스템이 결국 시장에 정착할 것”이라며 “초기에는 경쟁이 과열될 수 있어도 결국 시장이 안정화되면 과점사업자가 등장하고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점사업자가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독점사업자가 자리 잡으면 가맹점 확보는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가 아니겠냐”고 예측했다.

보안문제에 대해서도 정작 업계는 큰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 창조경제연구회 황혜진 연구원은 “국민의 우려와 달리 보안 측면에서 간편결제 시장은 상당히 기술적인 진보를 이뤘다”고 장담했다. 실제로 해킹을 통한 재사용이 불가능하도록 결제 즉시 정보가 사라지는 일회용 토큰이나 지문인식·홍채인식과 같은 생체인식 기술이 간편결제 시스템에 도입돼 공인인증서보다 보안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간편결제가 수수료 수익을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일시적 열풍으로 끝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LG 경영개발원 안대선 경제연구원은 “단순히 결제 수수료로 수익을 얻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간편결제 시스템을 이용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찾고 이를 통해 가맹점과 소비자들에게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마존은 아마존페이먼트로 결제한 후 가맹점에서 직접 물건을 찾아가는 사업모델을 정착시켜 온라인 유통시장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3월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에서 열린 ‘가트너 로컬 브리핑: 컨슈머 테크놀로지 마켓 시나리오’ 심포지엄에서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샌디 쉔 가트너 책임연구원도 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현금과 신용카드가 유용하게 쓰이는 상황에서 간편결제가 절차가 간단하다는 장점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중요한 것은 이를 이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차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업계가 귀 기울여야 할 조언이다.

 

삽화: 이철행 기자

will502@snu.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