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동물보호시민단체들은 축산물가공처리법 개정 시도가 있었던 1990년을 기점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수많은 동물보호 단체들이 생겼지만 이 중 활발하게 활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는 동물자유연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케어 3개 정도다. 대부분의 동물보호단체 활동은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에 집중돼 있으며 특히 해양 동물에 대한 관심은 미약한 편이다.

바다거북은 전 세계적으로 7종이 있으며 태평양과 인도양의 열대 및 아열대·온대 해역 등지에서 발견된다. 종의 다양성 보존 측면에서 모든 생태계의 일원들은 보호받을 가치가 있으며 바다거북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현재 모든 바다거북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의해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지만 환경오염, 사냥 등 여러 위협으로 매년 4만 2,000마리 가량의 바다거북이 죽는다.

그리스는 바다거북의 주요 서식지 중 하나다. 이곳에서 비영리 단체 ARCHELON(이하 아켈론)이 바다거북을 보호하기 위해 활발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켈론은 바다거북의 주요 번식지인 자킨토스, 펠로포네스, 크레타에 지부를 둬 여름마다 바다거북의 둥지 위치를 확인하고 보호하는 작업을 하는 한편 바다거북을 알리기 위해 교실을 운영하는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기자는 여러 지부 중 바다거북의 구조와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글리파다의 바다거북구조센터를 찾아갔다.

◇아켈론의 활동=그리스에서 발견되는 종은 붉은바다거북, 푸른바다거북, 장수거북이며 이 중 붉은바다거북이 그리스에서 번식한다. 1983년에 설립된 아켈론은 바다거북과 그들의 서식지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 아켈론의 대부분의 활동은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이뤄지며 매년 전 세계에서 500명 이상의 봉사자들이 아켈론을 찾아와 바다거북의 보호에 힘쓴다.

바다거북구조센터는 온실, 큰 수조, 작은 수조 3부분으로 구성돼있다. 온실과 작은 수조에는 치료가 필요한 바다거북들이 있으며 큰 수조에는 곧 바다로 풀려날 바다거북들이 있다. 바다거북구조센터 파블로 매니저는 “작년 한 해 동안 센터를 거친 바다거북은 대략 70마리 정도”라고 말했다. 다친 바다거북이 있다는 제보를 받으면 항구 관계자가 바다거북을 항구로 이송해온다. 항구로 이송해온 바다거북을 다시 차에 실어 구조센터로 데려와 치료한다. 필요한 경우 몸속에 박힌 바늘이나 플라스틱 조각을 제거하기 위한 수술을 한다.

▲ 사진① 먹이를 먹지 않는 바다거북은 튜브를 이용해 먹이를 먹인다. 이후 바로 수조에 넣지 않고 5~15분 간 바다거북이 먹이를 소화하길 기다린 뒤 수조에 넣는다. 튜브로 먹이를 먹는 바다거북들은 포도당 주사도 함께 맞는다.

센터의 일과는 바다거북의 치료와 재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봉사자들은 바다거북을 씻기고 상처를 닦아주며 매일 이들을 관찰하고 상태를 검사한다. 머리를 다쳐 먹이를 먹지 않는 바다거북에게 물고기를 갈아 튜브로 먹이를 먹인다. 자원봉사자 테렌 씨는 “머리를 다친 경우 대개는 먹이를 눈앞에 보여줘도 잘 먹지 않아 보통 튜브로 먹이를 준다”며 “먹이를 먹으려 하거나 먹이를 먹으면 상태가 이전보단 좋아진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바다거북을 관찰한 일지는 컴퓨터로 옮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놓는다.

▲ 사진② 수조에서 노니는 바다거북의 모습. 낚시바늘이나 줄과 같은 물건으로 인해 상처 받은 거북들은 이 곳에서 치료를 마친 후에 바다로 돌아갈 수 있다.

보트의 프로펠러나 어선의 그물에 걸리거나 비닐봉지를 오징어나 해파리로 생각해 삼키는 등 바다거북이 상처 입거나 죽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만큼 센터에 머무는 바다거북들의 머리, 등껍질 등 상처가 난 위치와 심한 정도 또한 다양하다. 앞다리를 잃은 경우도 있으며 등껍질이 뜯겨 폐의 움직임이 보일 정도로 다친 바다거북도 있다. 멕시코 등지와같이 사냥이 그리스 바다거북 개체 수 감소의 주요인은 아니지만, 머리의 상처는 대부분 인간에 의한 것이다. 바다거북구조센터 나소스 조교는 “머리에 갈고리로 찍힌 상처는 어부가 의도적으로 찍어 생긴 상처”라며 “바다거북이 그물을 찢어 어획에 방해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파블로 매니저는 “바다거북들의 치료기간은 상처에 따라 다르지만 상처가 회복되기까지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며 “머리에 상처를 입은 경우는 사실 그 자리에서 죽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다른 상처보다 회복하는 데 더 오래 걸려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사진③ 바다거북구조센터의 전경. 왼쪽 뒤편에 있는 것이 온실, 앞에 보이는 큰 수조들이 곧 바다로 돌아갈 바다거북들이 머무는 수조. 그 오른쪽에는 작은 수조들이 모여있다.

어느 정도 상처가 회복되고 먹이를 잘 먹는 정상적인 상태가 되면 바다로 돌려보낼 준비를 한다. 바다거북을 놓아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추적과 관찰을 위해 발에 태그를 부착하고 사이즈를 기록해 다른 곳에서 발견됐을 때 어느 곳에 있던 바다거북인지 알 수 있게끔 한다.

◇국내 멸종위기 해양동물=국내에 멸종위기에 놓인 해양동물로는 큰바다사자, 물개, 물범, 상괭이, 귀신고래 등 여러 동물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아켈론의 바다거북과 같이 지속적으로 관리 및 보호를 받고 있지는 않다. 지난 9월 상괭이 ‘오월이’가 거제도 앞바다, 엄밀히는 바다에 마련된 야생적응훈련장으로 들어갔다. 모든 훈련을 마치면 오는 21일 바다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상괭이가 수산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상괭이는 한국, 중국 양즈장 강 등지에 발견되며 한국 서해안과 남해섬 주변에 최대 서식지가 있다. 상괭이는 바다거북과 마찬가지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의 보호종으로 지정받아 보호받고 있는 토종 돌고래다. 한해 2,000~3,000마리의 상괭이가 그물에 걸려죽지만 상괭이를 위한 시민단체는 따로 없으며 부산아쿠아리움이 상괭이를 보호하고 치료하는 일을 하는 정도에 그친다.

앞서 멸종위기종으로 언급한 귀신고래는 천연기념물 제126호로 지정돼있긴 하지만 1977년 울산 앞바다에서 발견된 이후 사실상 국내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해양동물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음은 상괭이의 차례일지도 모른다. 훗날 한국의 바다에서 여전히 상괭이를 볼 수 있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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