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진 신문 규격과 수북이 쌓인 종이신문은 『대학신문』의 위축된 위상을 말해준다. 김성호 교수(2004)는 “한국의 대학개혁과 대학언론의 역할”이라는 제하의 기고문에서 대학 신문이 퇴락한 이유를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탈정치화”로 대학 신문이 의제 설정과 논조의 일관성 유지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정보화혁명에 의한 다양한 의사소통 매체”의 활성화로 대학 신문의 소통의 독점성이 사멸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탈정치화와 다양한 소통매체의 등장으로 대학 신문은 대학과 사회를 밝혀주는 진보적 “이념매체”와 “소통매체”로서의 과거의 인기와 영향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 신문이 교조적인 모습을 띠는 진보적 편향성과 대학생의 탈정치화 경향을 반영하는 재미있는 이야기 중심의 문화코드의 결합 즉, “진보와 감각의 어설픈 결합”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한다. 이 논의는 10년도 더 지난 것이지만 여전히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다.

대학 신문은 진리와 정의의 상아탑이자, 교육, 연구, 사회공헌을 주로 담당하는 대학의 대표적인 언론 매체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 현재『대학신문』의 독자가 상당히 감소하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 『대학신문』의 질과 기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대학신문』 1908호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학생기자를 비롯해 『대학신문』구성원들의 땀방울과 대학의 정론지로서의 정체성을 고수하려는 흔적들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특히 학내외의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담아 낸 기획기사(대학 내 비정규 교수, 관정관 장애학생 접근 및 이동권 문제)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사회적 약자(이주노동자, 서울대 비정규노동자)와 인권문제를 다룬 기사에 나타난 진보적 지향성은 높이 살 만하다. 이 진보적 지향성이 교조적으로 변질되거나 특정단체의 선동 매체가 되지 않도록 주의한다면 바람직한 의제 설정 기능을 잘 수행하리라 본다.

다만 진보적 지향성이 정보 제공과 방향 제시를 통해 독자들을 일방향적으로 계도하기보다는 다양성을 잘 보여주고 이에 대해 공동체 내에서의 진지한 공론화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주도면밀한 보도 전략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약자의 문제가 단순히 그들의 문제이거나 지식인의 자기과시용 정보가 아닌 우리의 현안이 되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대학 신문은 공동체 성원의 다양한 의견 표출과 이에 대한 상호 이해 그리고 소통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갈등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극단적인 대립과 반목을 완화시키고 보다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합의에 이르는 길을 모색하는 채널이 될 필요가 있다. 이는 소외계층을 대변하면서도 교조주의에 빠지지 않는 민주적 공론장의 기능을 수행할 때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대학신문』이 ‘감시자’의 기능, 학교 탐사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감시자란 우리 주변에 문제가 없는지를 감시하고 고발해 개선을 도모하는 기능이다. 1908호 2면의 학내 문제(성추행 교수)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감시자의 역할이 좀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기존 언론들이 조명하지 못한 문제들을 정확하게 보도함으로써 오히려 다른 언론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미국의 조지아 대학의 신문 「레드 앤 블랙」은 학내 시험지 유출 사건을 단독 보도하고 뉴욕타임스와 CNN사가 이를 뒤이어 보도했었다.

또 『대학신문』은 대학공동체의 여러 정보들을 풍부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학생, 교수, 교직원 등 학내 여러 구성원들의 이야기, 특히 교육과 연구와 사회공헌 활동에 관한 빛과 그림자를 제공해주면 어떨까.

마지막으로 「레드 앤 블랙」처럼 대학가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도 우리 『대학신문』을 보급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려해보았으면 한다. 『대학신문』이 지역의 문제를 공론화하거나, 대학과 지역의 연계 활동에 대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지역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대학신문』이 공론장의 역할을 잘 담당하길 기대한다.

박현희

기초교육원 강의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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