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벤처기업, 스타트업*.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의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해방구와 같은 단어들이다. 그러나 막상 발을 들여 놓기에는 두렵고 막연해 많은 이들이 도전을 주저한다. 이들이 이론 학습과 실전 경험을 통해 열정적인 창업가로 성장하는 것을 돕기 위해 연합전공 벤처경영학이 개설됐다. 대기업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이론을 공부하는 기존 경영학과 달리 벤처경영학은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에 주목해 학생들에게 실전 창업을 경험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박진세씨가 팀원과 함께 어니스트 아보카도 스무디 시음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창업론 실습: 실제로(實) 익히며(習) 배우는 창업=실제 창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수업인 ‘창업론 실습’은 경험을 중시하는 벤처경영학의 특성을 보여준다. 학생들은 창업 아이템에 따라 팀을 구성해 150만원의 지원금과 학생들이 직접 출자 가능한 최대 50만원의 자본금을 바탕으로 창업을 수행한다. 이영민 전담 교수(경영학과)는 “기업 경영의 흐름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것이 창업론 실습의 목적”이라며 “학생들이 고민한 사업을 자유롭게 추진하는 수업이라 학생들의 참여 열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지난 학기 창업론 실습을 수강한 박진세 씨(농경제사회학부・09)는 싱가포르에서 처음 접한 아보카도 스무디를 개량한 음료 ‘어니스트 아보카도 스무디’를 창업 아이템으로 선택했다. 그는 서울대 생활협동조합과 제휴를 맺어 지난 여름 계절학기 기간 동안 학내 카페 느티나무 동원관점에 제조법을 제공했고 시범 판매에서 어니스트 아보카도 스무디는 하루 70잔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학내 시음 행사와 시범 판매를 거친 그는 “학생으로서 쉽게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창업론 실습에서 만난 팀원들과 지원금이 있었기에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사업자 등록을 거쳐 어니스트 아보카도의 판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 학기에는 드론을 직접 제작해 네팔 지진 피해 지역에 기부한 ‘엔젤스윙’과 부동산 임대 플랫폼을 개발중인 ‘집토스’등 8팀이 구성됐으며 그 중 6개 팀은 이번 학기에도 팀원을 보강해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마음껏 활용하는 풍부한 배움의 기회=벤처경영학은 다른 재학생들로부터, 실제 창업을 경험한 기업가들로부터, 그리고 해외의 성공 사례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벤처경영학 유병준 학과장(경영학과)은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있어야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과 활동을 추진하고 지원공간을 제공함은 물론, 학생들의 자치 모임도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연합전공으로서 벤처경영학이 가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창업 경험자를 초청해 경험담을 듣는 수업인 ‘창업론 특강’과 동문 기업가의 멘토링과 같이 실제적 조언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학생대표 송준혁 씨(건설환경공학부・08)는 “맺어진 인연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연락해 조언을 구하는 방식으로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며 “강의에서와는 다른 가르침을 받을 수 있어 학생들의 호응도 좋다”고 전했다.

해외의 성공적 창업 사례를 접할 수 있는 해외 스타트업 연수 프로그램도 마련돼있다. 지난 2월에는 32명의 학생이 1주일 동안 실리콘밸리를 방문했다. 현지의 스타트업을 방문하고 기업가의 강연을 듣는 등 모든 프로그램 구성은 학생의 주도로 이뤄졌다. 연수 프로그램 기획 TF팀 팀장이었던 강미나 씨(경영학과・13)는 “관심사에 따라 팀을 구성해 직접 강연을 의뢰하고 일정을 준비했다”며 “글로벌이라는 개념이 결코 멀지 않다는 것을 느꼈고 미래에 국제적 규모로 사업을 펼칠 수 있다는 포부를 다졌다”며 소감을 전했다. 핀란드에서 열린 한-핀란드 6주간의 기업가 정신 국제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송준혁 씨는 “한국과는 다른 환경에 있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새로운 자극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본부의 체계적 ‘선로’ 없이 나가는 ‘서울대 창업 열차’=소수 대기업에 의존하는 구조로 성장한 한국 경제에 창업이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벤처경영학의 교수진과 학생들은 창업에 대한 서울대의 관심이 부족함을 지적했다. 유병준 학과장은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 동력을 제공하는 것이 한국 경제의 미래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민 교수는 그러나 “서울대가 벤처기업 창업자를 가장 많이 배출했고 학생들의 관심도 높은데도 불구하고 타 대학에 비해 창업에 대한 교육이나 지원이 약한 편”이라고 전했다. 그는 “창업은 열정과 아이디어로만 이뤄지지 않는다”며 인간과 조직에 대한 이해와 사업에 대한 기술적 지식이 필요하다”고 창업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재 벤처경영학과는 중소기업청이 국내 6개 대학에서 시범적으로 설치한 벤처경영기업가센터(기업가센터)의 지원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6년간의 중소기업청 지원 외에 본부에 의한 지원방안은 마련돼있지 않다. 또 전공 강의가 교수의 초과 강의 형태로만 이뤄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기업가센터에서는 “기존 교수진으로 경영학 전공생을 감당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보니 벤처경영학 강의는 교수의 초과강의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강의에 대한 본부의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어 기업가센터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무원이 되거나 대기업에 취직하는 안정적인 진로에 비해 창업은 막대한 위험 부담을 각오해야 한다. 그러나 유병준 교수는 창업 교육이 “지금 당장 창업을 하지 않더라도 아이디어와 기회가 있을 때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른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고 전했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며 한 번쯤 새로운 미래를 그려본 사람이라면 도전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벤처경영학과 함께 그 미래를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스타트업: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신생 벤처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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