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연대하는 대학생 - ③ 환경

지난 2013년 서울에 전기를 공급할 송전탑을 세우기 위해 밀양 주민의 생활 터전을 해치고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을 공권력으로 진압한 현장은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사회의 관심은 오래지 않아 수그러들었고 밀양 송전탑 사업은 계속 추진 중이다. 한편 설악산에서는 과거에 두 차례 반려됐던 케이블카 사업이 별다른 변화 없이 통과됐다. 게다가 정부는 산악관광진흥법을 입법예고해 산악규제를 완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안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이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그런데 많은 사람의 무관심을 뒤로하고 환경문제에 뛰어든 청년들이 있다. 대학생연합동아리 에코로드와 청년시민단체 청년초록네트워크다.

 

“안전을 중요시하는 일본에서 원전이 터졌는데 왜 한국 원전은 안전하다고 할까”

청년과 학생사회에서 환경에 대한 관심은 사실상 불모지나 다름없다. 청년과 대학생의 관심이 적은 것을 차치하더라도 환경은 사회적으로 조명을 덜 받는 분야다. 지금 당장 환경을 보호하지 않아도 돌아오는 피해는 미미하다 보니 환경 보존에 쏟는 관심도 적고 환경 운동을 할 지형도 마땅치 않다. 에코로드 정주원 대표(동국대 융합에너지신소재공학과·13)는 오늘날의 환경 활동에 대해 “환경과 관련된 관심이 늘어도 생활 실천적 수준에 머무르거나 기업체나 정부기관의 서포터즈 등 주어진 활동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청년초록네트워크의 김성일 대표도 “환경 보호를 교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고 실제로 활동하는 사람은 줄었다”고 안타까워했다.

▲ 지난달 23일 숙명여대에서 열린 이번 학기 수요지부 첫 세미나. 정주원 대표를 비롯해 여섯 명의 부원이 이번 학기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런데도 청년들이 에코로드와 청년초록네트워크로 뭉친 계기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였다. 지난 2011년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지역 원자력 발전소 3대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국제사회에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정주원 대표는 “안전을 중요시하는 일본에서도 원전이 터졌는데 왜 한국 원전은 안전하다고 하느냐는 생각에 원전을 공부하고 싶어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청년초록네트워크는 “핵에는 인격이 없다”는 구호를 내걸고 초기 활동을 시작했다. 핵의 이점을 내세워 원자력 발전을 옹호하는 이들에 대항해 좋은 핵과 나쁜 핵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역설하기 위해서다. 또 이 구호는 원자력 발전소가 어느 나라에 있건 간에 핵 산업 자체에 위험성이 있다는 뜻을 내포한다.

 

“환경은 개개인이 체감해야 하는 문제면서도 구조적 접근이 필요해”

에코로드와 청년초록네트워크는 관심 분야에 있어서 맥을 같이 하지만 이들의 활동 무대는 다르다. 에코로드의 주요 강령 중 하나는 환경문제와 동떨어져 있는 대학사회의 구성원에게 생명평화의 가치를 알리는 것이다. 정주원 대표는 반값등록금, 청년일자리 등 이미 청년의 짐이 무거운데 “환경문제를 청년문제로 가져와야 하는 것은 유감”이라면서도 “환경은 우리 미래의 문제인데 아무것도 못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문제의식을 내비쳤다. 최요한 씨(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15)는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환경문제는 후대의 문제로 인식됐으나 이제 바통이 우리에게 넘어왔으니 우리부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채린 씨(숙명여대 생명과학과·14) 역시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구 환경이 인간에 달려있는 지금 우리에게는 앞으로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가 주어졌다”고 덧붙였다.

에코로드는 세미나, 농활, 답사, 캠프 등 활동을 통해 학술적 활동과 현장 활동을 접목한다. 학기 중에 하는 세미나에서는 학술 자료를 공부하면서 환경문제에 접근하는 안목을 기르고 서로의 의견을 교환한다. 지난달 23일 세미나에서는 환경이 개개인의 문제인 동시에 구조적 접근이 필요한 문제라는 것을 주제로 의견이 오갔다. 이원재 씨(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15)는 “호주에서는 어릴 때 생태 여행을 떠나서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는데 어렸을 때부터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몸소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감으로 환경문제를 체감하는 활동을 강조했다. 아울러 정주원 대표는 “개인적 인식과 실천도 중요하지만 한계가 있다”며 구조적 문제인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과 정책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들은 방학 중에는 5~6일 동안 생태환경대장정을 가거나 그린멘토링캠프를 기획한다. 그린멘토링캠프는 겨울에 추진하는 일종의 교육 사업으로 새내기 학생과 함께 환경 멘토링을 하는 사업이다. 여름방학에 생태환경대장정을 다녀온 배성준 씨(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15)는 “글로만 보던 것을 실제로 보고 전문가 조언도 받아 많이 배웠다”며 “환경생태에 대해 잘 몰랐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대학생문화연대에서 활동하던 세 명의 학생이 환경 동아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만든 에코로드는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국대학생환경동아리연합을 구상한다. 동국대, 서울시립대, 숙명여대 등이 참여하는 지금의 연합 동아리를 확대해 전국에 걸친 환경 동아리 네트워크를 만들어 힘을 모으자는 취지다. 지난 2일(금)부터 4일까지 부산에 있는 환경 동아리 ‘더불어숲’과 연합해 청도 농활을 떠난 것도 이러한 네트워킹의 일환이다. 정주원 대표는 “서울대 환경 동아리 ‘씨알’과도 함께 네트워킹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성장에 더 유리하다는 대안을 환경단체가 내놔야 하는 게 함정이에요”

에코로드가 주로 대학사회에서 활동한다면 청년초록네트워크의 주 무대는 캠퍼스 밖 사회다. 2013년 일본의 ‘히로시마 피폭 2세회’와 함께 한일 양국에서 ‘푸른하늘 공동행동’을 연 것이 청년초록네트워크의 출발점이 됐다. 푸른하늘 공동행동은 히로시마 원폭투하일을 기리며 매년 8월 6일 일본에서 여는 행사를 한국에서 공동 주최한 것이다. 이날 참가자들은 다양한 핵 피해자들이 모이는 핵 피해 증언대회를 연 뒤 이들과 함께 광화문에서 서울역까지 행진했다.

이후 이들은 밀양 송전탑 투쟁을 하다 구속된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자리에서 다시 모였다. 이 자리에서 ‘밀양 송전탑 전국대책회의 청년모임’을 만들었던 청년들은 더 뻗어 나가자며 2014년 1월 청년초록네트워크를 발족했다. 청년초록네트워크는 일본에 이어 대만과도 국제연대를 계속하고 있으며 피폭자를 초청해서 포럼을 열거나 한국인 피해자를 인터뷰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원폭 70주년을 맞아 한국인 원폭 피해자 7만명을 비롯한 핵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외에도 국회에서 다루지 않아 자동 폐기된 원폭 특별법 관련 캠페인과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를 기리며 지난 8월 청년초록네트워크가 탈핵사회를 위한 행진을 했다. 이날 행진은 광화문에서 출발해 서울역까지 이어졌다.

환경에 대한 청년의 외침을 사회에 전하고 있는 청년초록네트워크는 앞으로 교육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1월에 주최한 푸른하늘캠프가 새로운 출발점으로 작용했다. 청년초록네트워크는 120여명의 학생과 월성, 우포늪, 밀양을 다녀왔다. 또 후쿠시마와 대만에서 온 활동가를 만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김성일 대표는 “공교육은 환경문제에 대해 지속가능성보다 산업적·경제적 측면을 강조한다”며 두 관점의 비중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에서 교육 사업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대안교육기관 하자작업장학교의 중등부 학생들과는 후쿠시마 피폭자를 초청한 시 낭독회를 열었다. 이와 함께 숭문고 학생들에게 매달 강의를 하는 ‘따뜻한 봉사’도 꾸준히 하고 있다.

청년초록네트워크는 내년부터 대안 교과서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청년초록네트워크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한국인 피폭 피해자를 다루지 않는 현 역사 교과서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를 중·고등학생이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서사적인 내용으로 다루려 한다. 김성일 대표는 “강의 자료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후의 계획을 전했다.

청년초록네트워크는 자본주의의 비정상적인 성장주의에 일침을 가한다. 전기 수요가 있어서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대량전기가 오히려 대량생산을 불러오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이런 풍조 속에서는 환경도 경제의 논리에 휘둘린다. 김성일 대표는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환경단체가 핵발전보다 태양력 발전이 싸다며 효율을 따져야 하는 것은 함정”이라며 “결국 방점을 환경에 놓느냐 경제 성장에 놓느냐인데 효율 논리에 따르는 순간 경제성장 논리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나도 못 한 세계여행을 음료수가 하는 것은 이상한 일”

에코로드와 청년초록네트워크는 환경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한국 정부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한국은 12월에 파리에서 열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제출한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2009년보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량을 줄였다. 정주원 대표는 “세계는 변하고 있는데 한국은 이에 역행하는 공약을 했다”고 지적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사안을 재생에너지를 개발해 장기적으로 환경을 보호하는 프레임 대신 단기적·경제적 관점으로만 보는 것도 문제다. 김성일 대표는 “저탄소로 전환할 의지가 없고 (지금의 목표도) 핵발전을 늘려서 탄소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것도 환경문제 때문이 아니라 산업 동력이나 신성장 동력으로 보는 것”이라며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이들은 대학생들이 환경에 무관심한 것을 두고 주변에 있는 비정상적인 현상을 의심하는 데서 출발하라고 촉구했다. 김성일 대표는 “내가 못 한 세계여행을 음료수가 하고 있다”며 “과일이 매일 비행기를 통해 날아 들어오는 것이나 편의점이 24시간 동안 열려있는 것은 정상적인 생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70년 전에 원폭으로 죽은 사람 때문에 가슴 아파하고 차에 치여 죽은 사슴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게 전환사회의 시작”이라며 문제가 발생한 곳에 대한 마음으로부터의 공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주원 대표도 “언론과 정부의 말만 들을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이 있는지 실제로 문제가 있는 곳에 가보면 좋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우리가 처한 환경의 실상을 마주한 순간 평소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았던 문제에 공감할 수 있다는 이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위): 신윤승 기자 ysshin331@snu.kr

사진(아래) 출처: 청년초록네트워크

삽화: 최상희 기자 eehgna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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