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이 돼버린 서울 축제, 이대로 괜찮은가?
계륵이 돼버린 서울 축제, 이대로 괜찮은가?
  • 대학신문
  • 승인 2015.10.10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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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서울적록포럼 - 서울과 축제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다. 서울세계불꽃축제부터 부산국제영화제까지 다양한 축제가 10월의 달력을 빽빽하게 수놓는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우리나라 축제는 지방자치제의 출발과 함께 2000년대 들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자체가 시간과 돈을 덜 들이면서 지역을 홍보하고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지난해 행사·축제 예산으로 205억 4100만원을 지출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서울시가 벌인 행사·축제 사업은 62개에 달했으나 대부분 흥행에는 실패했다. 서울 통계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 서울에서 열린 축제에 대한 서울시민의 관심 정도는 10점 만점에서 5점을 웃도는 수준으로 예산 규모와 비교하면 정작 사람들의 관심은 미약하다. 이에 노동당과 녹색당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서울의 축제를 파헤쳐보고자 ‘서울+축제’를 주제로 10차 적록포럼을 열었다. 적록포럼은 노동당과 녹색당이 거대 양당과 차별화된 시각으로 청년, 여성, 관광 등과 관련된 정책을 조명하는 자리다.

 

◇축제에 서울의 색깔을 담아내려면?=참석자들은 지역을 불문하고 축제의 내용이 관광 사업으로 좁혀진 것을 축제의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지역 특색을 살리거나 지역민의 참여를 촉구하기보다 관광수익을 올리는 것이 목표가 된 축제사업의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김예찬 씨(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석사과정)는 “축제를 지역 커뮤니티를 위한 것이나 도시재생 이벤트가 아닌 전시성 사업으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며 2007년부터 매해 코엑스 일대 영동대로에서 열린 강남 페스티벌을 언급했다. 그는 “강남 페스티벌도 축제의 개성은 하나도 없고 유일한 가치는 아이돌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축제를 관광 사업으로 보는 인식에 전환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서울의 지역적 특색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지역 사람과 타지 사람이 모이는 계기를 제공하는 축제는 지역의 색깔을 알리는 행사이기도 하다. 이에 참석자들은 서울 축제의 지역적 정체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비온뒤무지개재단 리인 모금팀장은 “서울은 여유를 즐기는 축제(의 도시)보다 교육, 일자리, 행정의 도시”라며 서울의 이미지는 축제보다 박람회와 어울린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도 마을 사람들이 주도해 지역색을 반영한 축제를 열 수 있다는 반박도 있었다. 김은희 녹색당 정책위원장은 “지역 아동센터 아이들이 공연하고, 물품과 먹을거리를 사고팔면서 동네 한 골목이 웃고 즐기는 축제도 있다”며 양천구 목2동(목동)에서 이름을 따온 ‘모기동 축제’를 소개했다.

‘한국은 다 서울에 있다’는 말처럼 서울이기 때문에 문화축제가 가능하다는 견해도 잇따랐다. 강현주 노동당원은 지난 6월 열린 퀴어문화축제를 예로 들며 “성소수자 문화도 서울에 집중돼 있기에 서울에서 축제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웃과 교류하지 않는 서울 대중의 익명성이 서울의 지역적 특징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관점도 제기됐다. 이태영 서울녹색당 정책위원장은 “동네에서 사적 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아 하는 원룸 거주민이 오히려 다른 동네 원룸 축제에 가기도 한다”며 “서울에서는 구민의식이 없는 사람에게서 장소의 의미를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축제 공간 설정에 형평성 고려해야=나아가 참석자들은 축제를 진행할 수 있는 도시 공간에 대한 접근성이 모두에게 균등하지 않다는 현실도 지적했다. 노동당 서울시당 김상철 위원장은 관이 주도한 행사에 비해 시민이 주최하는 행사가 더 열악한 상황을 꼬집으며 “관 주도 행사에서는 도로를 통제할 수 있는데 (시민이 주도하는 행사는) 도로를 쓸 수 있다는 상상조차 어려운 것이 문제”라고 힘줘 말했다. 실제로 10월 중 강동구와 송파구가 각각 주최한 강동선사문화축제와 한성백제문화제는 모두 도로를 3차선 이상 차지해서 축제를 진행했다.

퀴어 문화축제 역시 축제를 열 공간을 구하는 데 난항을 겪었다. 퀴어 문화축제 기획단은 7년 동안 서울광장을 빌리려고 노력했으나 광장 대여를 요청할 때마다 번번이 관 주도 행사가 계획돼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처럼 장소 마련부터 어렵다보니 성소수자가 광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소수자를 인정하라는 저항의 의미를 갖게 됐다. 노동당원 강현주 씨는 “서울시가 배제당한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축제의 공공성을 담보하는 것”이라며 “이들을 사회적 구성원으로 포섭하고 사회적 소수자 당사자가 준비하는 행사에 최선을 다해 협조”할 것을 당부했다.

 

◇새로운 질적 평가 지표 마련해야=참석자들은 통계 수치 같은 수적 평가에 치중한 기존의 평가 지표에 질적 평가를 보완하는 방안을 개선책으로 제시했다. 축제에 모인 사람 수나 경제적 효과를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지금의 평가 기준이 기획 단계부터 축제 방향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녹색당원 루카 씨는 “축제를 통한 지역 공동체의 변화, 축제 소재에 대한 참가자들의 인식 등의 평가에서 구체적인 지표가 나와야 단순한 숫자 놀음으로 축제를 평가하지 않게 될 것”이라며 축제의 질적 평가 지표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철 위원장도 “기존과 다른 평가 방식을 개발해서 축제의 공공성을 평가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마무리했다.

 

삽화: 이종건 기자

jonggu@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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