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지나 보내니 어느새 10월이라 하고 정말 가을이구나 싶다. 그리고 10월 첫 주 『대학신문』은 어릴 적 명절마다 동네 슈퍼에 나타나 탐심을 자극하던 과자선물세트 같았다. 다소 무겁고 집요한 취재부터 소소한 캠퍼스의 일상까지 담겨있는 구색 좋은 보도선물세트랄까.

『대학신문』에 기대했던 바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학생들과 학교의 소식, 둘째는 학생들의 시선 혹은 우리 모두가 바라봐야 할 가치가 있는 그 어떤 지점의 이야기. 첫 번째 기대는 ̒학교 생활=연구실 생활’인 대학원생으로서 지극히 개인적인 욕심을 부린 건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 기대는 말 그대로 요즘 우리가 (혹은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그리고 마땅히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었던 욕심이었다.

나름 꼼꼼하게 신문을 살펴 본 후에 떠올랐던 이미지가 ‘구색 좋은 선물세트’였다는 것은 이 두 가지 기대가 나름 충족되었다는 의미라 할 수 있겠다.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다.

그런데, 기대하고 기다리던 과자선물세트의 포장을 뜯을 때면 그 기대와 기다림의 농도만큼이나 실망하기 마련이었다. 과한 크기의 포장 박스에 실망한 적도 있었지만 보통은 낱개로는 사먹지 않을 과자들이 뭉텅이로 들어 있거나, 구색을 맞추려는 의도였는지 막상 맛있고 비싼 과자는 ‘애걔’ 할 만큼 조금만 들어있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대학신문』1909호는 과대포장과는 거리가 멀지만, 구색을 맞추려는 노력이 조금은 과했던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언급하였던 두 가지 기대 중 두 번째에 더 치열함을 보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분명 캠퍼스의 소식과 학교 구성원들의 소소한 일상을 담는 것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그것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특별히 필자와 같이 약간은 무료한 연구실 생활을 반복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그런 소식들에 눈이 먼저 가기도 한다. 다만, ‘굳이 이렇게까지 다양한 주제들을 감당해야 하는가’하는 질문을 갖게 됐다. 이는 어쩌면 주제의 다양성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다소 불명확한 핵심의 탓일 수도 있겠다. 초코파이도 빼빼로도 좋은데, 막상 기대했던 허니버터칩이 반 봉지만 들어있는 느낌이랄까.

‘예비군 훈련 참가와 출석 인정’의 주제를 다룰 때 비춰졌던 집요하고 치열한 취재와 고민이 좋았다. 이런 고집스럽고 진득한 보도가 한두 개 정도는 더 눈에 띄어야 하지 않을까. 특별히 1면 상단을 차지한 ‘하반기 전학대회 무산’ 보도가 아쉬웠다. 고질적인 문제라고는 하지만 보다 깊은 고민 없이 그저 흘려 보내기에는 많이 아쉬운 문제가 아니겠는가. 게다가 신문의 전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띠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기사였기에, 이 문제가 지금 어떠한 모습인지 어떠한 해결방안이 가능할지에 대해 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포함하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사설 코너의 몇몇 이슈들, 예컨대 장애학생 이동권 문제에 조금의 취재가 더해진다면 앞으로 발간될 『대학신문』의 전면에서 존재감을 발휘할 만한, 우리가 마땅히 바라봐야 할 이야기들이라고 판단된다.

요컨대 구색 맞추기보다 주력상품을 늘려 포장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었다. 그러나 몇몇 지점에서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과자선물세트는 여전히 많은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포장을 뜯고 이것저것 맛보는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대학신문』 다음 호는 또 어떤 구성과 맛들로 채워질지 기대해본다.


박지은

정치외교학부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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