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과학부 손상원 석박사통합과정

얼마 전 <식샤를 합시다>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됐다. 매 회 한 씬 이상 식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한식, 중식, 인도음식 등 메뉴도 다양할 뿐더러 주인공들이 밥을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방송을 보는 내내 식욕을 자극해 참기 힘들었다.

요새 텔레비전을 보면 지상파, 종편 구분할 것 없이 요리하고 먹는 방송, 혹은 맛집을 소개하는 방송들이 쏟아져 나온다. 셰프, 푸드 스타일리스트 등 거창한 타이틀의 사람들이 화려한 말솜씨와 손동작으로 자신들의 이력과 요리를 자랑한다. 한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서는 왜 이렇게 먹는 방송이 많은지 진지하게 물어볼 정도였다. 요즘 방송의 트렌드일 뿐이라고 대답하며 넘어갔지만 돌아서서 고민해 봤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식과 웰빙을 외치던 매스컴이 지금은 어쩌다 이렇게 먹방 포화의 시대를 만들었을까.

인간의 3대 생리적 욕구 - 수면욕, 성욕, 식욕 - 중 방송에서 문제없이 재미있게 다룰 수 있는 소재는 식욕밖에 없기에 먹방은 흥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하지 않았던가. 에이브러햄 매슬로가 말한 인간의 5대 욕구 중 가장 하위인 생리적 욕구 외에도 우리는 안전의 욕구, 사회적 욕구, 존중의 욕구, 그리고 자아실현의 욕구를 가진다.

최근의 한국사회를 돌아봤다.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과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북한의 무력도발을 보며, 이 나라에서 우리는 안전의 욕구를 충족하기 힘들다는 것을 느낀다. 또 ‘땅콩회항’ 사건을 비롯해 심심찮게 들려오는 갑질 논란은 우리네 수많은 ‘을’들이 존중의 욕구를 박탈당하며 살고 있음을 증명한다. 어디 그뿐인가. 금리 인하로 인한 전세난과 월세 급등, 열정 페이, 청년 실업, 그리고 빈부 격차의 심화 등으로 인해 ‘삼포’ ‘오포’를 넘어 이제는 ‘칠포세대’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많은 청년이 연애와 사회적 관계의 형성을 포기한 채 꿈과 희망마저 잃어가고 있다. 학문의 전당이 돼야 할 일부 대학교마저 기업 중심의 구조조정을 통해 취업양성소로 변해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자아실현이라는 말은 이제 윤리 교과서에서나 나올 법한, 현실과는 동떨어진 표현 정도로 전락한 지 오래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생리적 욕구 외에 우리가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욕구는 거의 없어 보인다. 이런 시대의 아픔을 희롱하기라도 하듯 텔레비전에서는 오늘도 끊임없이 먹방을 선보이며 우리의 침샘을 자극하고 있다. 어쩌면 이 욕구 불만 사회에서 우리는 생리적 욕구의 해소만으로 만족과 안위를 강요당한 채 배부른 돼지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먹방 포화의 세태는 이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미니스커트 효과의 또 다른 모습일까. 우리의 욕구를 박탈하는 사회에서 먹방은 갈수록 늘어가고 우리는 정말 열심히 눈물겹게 먹는다. 먹는 낙만 남은 사회에서 이제 우리는 눈을 들어 이 사회가 진정으로 해결해줘야 할 우리의 욕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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