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자원과 미국의 군사전략


셸 전진기지, 엑손 전진기지. 이라크 전쟁 당시, 이라크 중부를 지나던 미군 101사단의 군사기지 이름은 로열더치셸, 엑손모빌 등 세계의 거대 석유회사명을 따서 지은 것이었다. 9·11 테러의 경악 속에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의 전리품은 단지 ‘테러세력 타도’만은 아니다. 이라크전의 종전이 선언된 직후인 지난 5월,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이 이미 이라크 국영 석유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9·11 테러에 대한 경악과 제2, 3의 테러에 대한 공포 속에 급히 치러진 아프간 전쟁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국이 분노로 인해 성급한 도발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정책 연구소들이 테러 이전에 내놓은 보고서들에 따르면 미국은 이미 치밀한 에너지 안보 정책과 지정학적 안목을 갖고 아프간과 중앙아시아를 주목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공화당의 정책브레인 역할을 해온 헤리티지 재단의 아리엘 코헨박사는 97년 발표된 「코카서스 및 중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방침」이라는 보고서에서 이미 아프간과 중앙아시아 지역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아프간은 천연가스 등의 매장량이 풍부한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통하는 수송 길목으로서 큰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다. 그는 이 보고서에서 미국이 중앙아시아지역의 패권을 장악할 경우 건설할 에너지 수송 루트까지 설정해 놓고 있다.(위의 지도 참조). 클린턴 정부도 투르크메니스탄과 아프간, 파키스탄을 잇는 총40억 달러의 규모의 에너지 수송로 건설 계획을 추진했으나 98년 8월 아프간의 탈레반 정권과의 관계악화로 중단된 바 있으며, 2000년 7월 헤리티지 재단은 탈레반 정권을 ‘테러세력’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제재를 촉구하는 보고서를 냈다.

미국은 아프간 침공을 계기로 우즈베키스탄 등 아프간 주변 국가들로부터 군사 기지를 제공받아 중앙아시아 전역에  군대를 주둔시켰다. 현재에도 아프간에 주둔한 7천여 명의 미군과 주변 각국의 육·해·공군 기지는 철수하지 않고 있어 미국은 현지의 에너지 정책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군사적 거점도 갖게 됐다.

「포린팔러시」와 함께 미국의 양대 외교전문지중 하나인 「포린어피어즈」의 2003년 3, 4월호에, 「포린팔러시」의 전 편 집장이자 미국의 외교전문가인 찰스 매인스는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이 끝나면 곧 철수하겠다는) 공식적 수사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중앙아시아에 군사적으로 간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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