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나의 연결고리, 우리의 소리를 담은 학보
학교와 나의 연결고리, 우리의 소리를 담은 학보
  • 강민정 기자
  • 승인 2015.10.11 2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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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대, 1면 지키지 못해 미안해.” “‘총장비판’ 글 실으려던 카톨릭대학보 발행 중단.” 편집권을 둘러싸고 학교 당국과 마찰을 빚는 학보사의 이야기다. 학보사는 최종 발행권이 학교 당국에 있고 업무를 총괄하는 주간 교수를 둬 학생 기자단과 절충한다는 점에서 학생 기자가 자체적으로 간행물을 내는 자치언론과 구분된다.

우여곡절 끝에 신문이 발행돼도 학보가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독자의 무관심이다. 캠퍼스 내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다 보니 기자 수를 채우는 것도 힘들다. 현재 상당수의 학보는 10명 내외의 기자가 겨우 지면을 채우고 있으며, 주간에서 격주로 발행주기를 늘리거나 지면을 축소해 살길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한때 학보는 학내 구성원의 의사 표출 통로이자 학내 여론을 이끄는 선도자였다. 이번 기획에서는 과거 다른 매체로는 대체할 수 없었던 학보의 정체성을 돌아보고, 그러한 정체성이 더는 유효하지 않은 현실을 짚는다. 또 저마다의 전략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학보를 살피면서 오늘날 학보에 요구되는 역할과 학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자 한다.

 

상지대 내 14곳의 가판대 어디에서도 「상지대신문」 개강호를 찾을 수 없었다. 전날 배포됐던 「상지대신문」 3천부 전량을 학교 당국이 강제로 거둬갔기 때문이다. 문제가 됐던 건 사진 한 장이었다. 김문기 전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의 시위 사진 속 플래카드에 아무런 직함 없이 전 총장의 이름 세 글자만 적혀 있다는 까닭이었다. 학교 당국은 “전반적인 보도 내용이 공정하지 않고 편파적이라 거둘 수밖에 없었다”며 강제 수거의 이유를 밝혔다. 학생 기자단은 곧바로 이러한 처사는 억지라며 주간 교수에게 항의했다. 대화 끝에 주간 교수는 「상지대신문」을 제자리에 갖다놓기로 합의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 약속했다.

편집권 갈등 때문에 학보가 정상적으로 발행되지 못한 건 「상지대신문」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5월 「서울여대학보」는 청소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졸업생의 성명 전문을 실으려 했지만 주간 교수가 “중립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제재해 끝내 1면이 백지로 인쇄됐다. 지난 9월 「한남대신문」에서는 1006호 1면에 청소노동자 파업 관련 기사가 실리자 학교 당국이 “수시 입학 철에 학교를 해한다”며 전량을 회수하기도 했다.
 

1. 학보의 지난 발자국을 더듬다

 

과거 학보는 학내 정보 창구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아 학내 포털 사이트가 없었을 적엔 학보가 학내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1980년대 대학을 다녔던 김성해 교수(대구대 신문방송학과)는 “이번 학기 어떤 교수가 새로 오는지, 어떤 건물이 지어지는지, 어떤 학과 수업이 열리는지 알기 위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학보였다”며 “학내 뉴스를 접할 대체재가 없던 시대여서 고유한 존재 가치를 지녔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대학 울타리 안팎을 향한 비판은 학보의 역할 중 당연 으뜸이었다. 진보 언론이 창간되기 이전 학보는 정치적 사안을 성역 없이 다룰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매체였다. 광고 수익으로부터 재원이 마련돼 권력과 자본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기성 언론과 차별화될 수 있었던 지점이다.

1975년 인혁당 사건을 다룬 「연세춘추」는 눈여겨볼 만하다. 2002년 진상 규명을 하고 나서야 정부에 의한 사법 살인임이 드러난 인혁당 사건에 대해 당시 기성 언론은 유신 반대 투쟁의 배후로 지목된 8명에게 사형을 선고한 상고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맞장구치기에 바빴다. 1975년 2월 3일 자 「연세춘추」는 ‘언론자유는 이념형에 불과’하다며 정치권력에 좌우되는 기성 언론에 비판의 칼날을 들이밀며 정부의 탄압에 대한 투쟁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학술적 콘텐츠는 학보의 독특한 가치를 드높이는 데 한몫했다. 학내 구성원은 학보를 통해 모교뿐 아니라 다른 학교나 해외 대학의 학술적 동향을 살폈다. 조교나 대학원생 등 기자의 출신 배경이 다양했고 대학이 학문공동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2. 줄어드는 독자의 발길을 붙잡기 위한 학보의 변화

 

왜 지금 학보는 과거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지 못할까. 먼저 시대가 변해 독자가 줄어든 것을 들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실이 2013년 수도권 지역 4년제 38개 대학에서 131명의 대학언론인을 대상으로 벌인 ‘대학 학내 언론의 자유’ 설문조사에 따르면 80% 이상의 학보사가 가장 큰 문제로 독자의 무관심을 꼽았다.

이는 학생사회의 변화와 종이 매체의 위기가 겹쳐진 결과다. 학생들의 주요 관심사가 취업이나 장래 문제 등 사적인 영역으로 이동해 정치적 사안을 다루거나 투쟁적인 논조를 띠는 것으로는 독자의 발길을 잡아둘 수 없게 됐다. 김남균 씨(서양사학과·14)는 “『대학신문』에서 다루는 학교 일에는 관심이 없어 눈이 가지 않는다”며 “지금과 같이 학생 담론이 죽은 상황에서 전학대회나 학생회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결과”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이 등장하고 종이 매체가 가진 한계가 드러나면서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종이 매체인데다 주간지인 학보는 포털 사이트나 커뮤니티 사이트보다 신속성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본지의 2012년 구독률 역시 34.7%로 1999년(77%)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종이신문에 대한 호감도 하락은 독자들이 『대학신문』을 보지 않는 결정적 이유로 꼽혔다.( 『대학신문』 2012년 3월 15일 자)

학보도 이러한 한계를 깨닫고 변화를 시도했다. 그 일환으로 많은 학보는 SNS를 도입했다. 2000년 전후로 대부분의 학보사가 웹사이트를 개설해 종이신문에 실린 내용을 인터넷에 올렸고 뒤이어 페이스북 페이지도 열었다. 「전북대신문」 이정진 편집장(전북대 농업경제학과·13)은 “SNS 운영 이후 종이신문의 ‘초성퀴즈’ ‘낱말퀴즈’ 코너 참여자가 증가했다”며 “기존 독자의 ‘좋아요’ 한번이 독자가 아니었던 학생도 기사를 볼 수 있게 해 기사 구독률이 증가한 것”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발 빠르게 소식을 전하는 SNS는 주간으로 발행되는 학보의 한계를 보완했다. 종이신문으로는 다룰 수 없었던 속보가 SNS의 몫이 된 것이다. 「중대신문」은 지난 학기 메르스가 터졌을 때 SNS를 통해 재빨리 정보를 제공했다. 「중대신문」 박성근 편집장(중앙대 정치국제학과·13)은 “시험 기간에 메르스가 터져서 임시 휴교령이 내려졌지만 지면에는 실시간 정보를 담기 어려웠다”며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학생들의 알 권리를 보장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중대신문」은 축제 기간에도 페이스북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부스나 프로그램 진행 상황, 장소, 출연진 등 축제 정보를 시시각각 전달함으로써 학생들의 편의를 도모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웹사이트나 SNS 페이지를 개설해 독자에게 쉽게 노출되는 환경이 마련됐음에도 대다수 독자는 보고 지나칠 뿐 실제로 기사를 읽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에 지난해부터 몇몇 학보에서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주요 이슈를 이미지와 한두 줄의 설명으로 재구성해 보여주는 카드뉴스를 도입했다. 카드뉴스는 꽤 효과를 냈다. 「국민대신문」 임연수 편집장(국민대 언론학전공·13)도 지난 5월 한 기사를 통해 카드뉴스의 힘을 실감했다. 몇 년째 셔틀버스의 수가 늘지 않아 많은 학생이 등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요지의 카드뉴스 기사를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800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10개 내외의 좋아요를 받던 보통의 기사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반응이었다. 『대학신문』 학생 독자 최효재 씨(정치외교학부·13)는 “문자적 요소만 있는 것보다는 시각적 요소가 함께 있으니 눈에 잘 띈다”며 “독자가 어떤 논점의 기사인지 쉽게 파악하게 한 후 원문으로 넘어가고 싶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카드뉴스를 평가했다.

아예 SNS 전문 조직을 신설한 학보도 있다. 경희대 「대학주보」는 이번 학기부터 조직 구성을 개편해 디지털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른 학보사는 취재·사회·문화 등의 부서로 이뤄지지만, 「대학주보」는 기사를 쓰는 뉴스팀과 보도 내용을 영상으로 만드는 영상뉴스팀, SNS에 기사를 유통하고 피드백을 담당하는 소셜미디어팀으로 꾸려진다. 종이신문은 주간에서 격주로 발행주기를 전환한 대신 시의가 중요한 사안은 온라인을 통해 곧바로 보도한다. 「대학주보」 백승철 편집장(정치외교학과·11)은 “기사를 쓰는 기자조차도 핸드폰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현실에서 학생들의 소비 방식에 맞게 유통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한번 특집으로 만들고 끝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영상을 공급하려다 보니 전문성이 필요해 평소에 관심이 있거나 기술이 있는 학생이 모여 영상뉴스팀 12명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독자를 붙잡기 위한 학보의 노력은 기사의 콘텐츠로까지 이어졌다. 학보 기사가 학내 구성원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와 존재감을 부각하기도 했다. 가장 간단하기로는 낡은 시설이 개선된 사례다. 「한림학보」 김현식 편집장 직무대리(한림대 디지털콘텐츠전공·11)는 “2012년 학생생활상담센터 기획 기사를 냈는데 시설의 노후와 홍보 부족으로 학생들이 찾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며 “이후 학교에서 리모델링을 결정하고 예산에 변동이 있었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이용하는 학내 포털의 문제점이나 제도의 허점을 짚어 상황을 호전시키기도 했다. 「국민대신문」은 2013년 학내 구성원이 사용하는 온라인 종합정보시스템(KTIS)에서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노출되는 현실을 고발했다. 취재 결과 일반 학생이라도 특정 URL에 들어가면 학적부 열람이 가능할 정도로 보안시스템은 취약했다. 이 기사로 인해 당시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학교 당국은 열람이 가능했던 페이지를 차단하고 보안을 강화하는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지난해 말 경희대에선 새로 발표된 성적제도가 철폐되는 일이 있었다. 발단은 일방적으로 성적제도를 개편한 학교 당국을 비판하는 「대학주보」의 기획 기사였다. 이 기사는 경희대를 떠들썩하게 했고 학교 당국에 대한 총학생회의 공식적인 항의로 이어져 끝내 새로운 성적제도는 없던 일이 됐다.

「연세춘추」 학생 독자 신희현 씨(연세대 융합인문사회학과·15)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려는 「연세춘추」 기사의 힘으로 학교가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못하도록 영향을 줬다”며 “최근 국제캠퍼스 용역 노동자의 고용승계 문제도 학생들의 지지를 받고 활발하게 논의될 수 있었고 수강신청제도 변경 문제도 간담회가 열려 학생들이 교수님과 상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고 긍정적으로 평했다.
 

3. 학보의 뿌리를 흔드는 편집권 갈등

 

몇몇 학보에서 드러난 편집권 갈등은 그나마 있던 독자도 떠나게 한다. 학보가 비판 기능을 다 하지 못하게 돼 독자의 신뢰를 떨어트리고 갈등의 결말이 발행 중단에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학보가 정치적 사안이나 이념 문제를 주로 다뤘던 1970, 80년대에는 학교 당국과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면 2000년대 이후에는 학내 사안이나 대학 정책을 다루는 기사가 주를 이뤄 학교 당국의 개입이 노골화됐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편집권 갈등은 알려진 것만 해도 지난 10년간 한 해도 빠짐 없이 20곳 이상의 학보사에서 일어날 정도로 해묵은 과제다.

지난 학기 총장 선출 문제로 시끄러웠던 동국대의 「동대신문」이 대표적이다. 총장 선출을 앞두고 「동대신문」은 ‘조계종 고위 스님들의 총장 선출 외압 의혹’ ‘후보 교수의 논문표절 판정 조사과정에 대한 절차적 공정성’과 관련해 여론 조사를 시행했고 그 결과를 기사로 썼다. 그러나 전 주간 교수가 여론조사의 비과학성을 근거로 발행 중지를 선언했다. 다음날 기자단은 교내에 대자보를 붙여 발간 중지 사태를 공론화했고 학교 당국에 항의하기 위해 총장 대행인 경영 부총장과의 면담을 했다. 신문을 예정보다 이틀 늦은 수요일에 발행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됐다. 당시 면담에 참여했던 「동대신문」 이승현 전 편집장(동국대 국문과·08)은 “학생 기자단과의 충분한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발행 정지한 상황이 부당함을 설명했다”며 “12월 총장 선출 논란 이후부터 언제고 이런 사태가 터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었다”고 회상했다.

편집권 문제는 학생 기자단의 기자 정신과도 맞닿아 있어 당장 갈등이 없는 학보사라도 먼 산 보듯 할 수 없다. 실제로 ‘대학 학내 언론의 자유’ 설문조사에서 재단에 대한 비판보도가 자유롭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45.8%, 대학언론인 스스로 자기검열을 한 경험도 32.8%나 됐다. 「경상대신문」 이지훈 편집장(경상대 사회학과·10)은 “대학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기사 때문에 신문을 발행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간의 기사들은 대학의 입맛에 맞는 것들만 생산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학보가 자기 검열을 발동해 대학이 원하는 정체성을 꾸려오지는 않았는지 의문이 든다”고 역설했다. 편집권 갈등을 직접 겪지 않더라도 학생 기자들이 알아서 움츠리고 수위를 조절할지도 모른다는 일침이다.

편집권 갈등의 원인은 신문을 제작하는 주체 간의 견해 차이에 있다. 그러나 이는 기성언론의 사주와 기자단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학보사에서 일어나는 편집권 갈등이 더욱 심각한 이유는 학교 당국과 학생 기자단의 관계에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지위가 덧입혀지는 데 있다. 교육을 받고, 교육을 하는 강의실 내의 지위가 학보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동등한 지위를 유지하는 데 방해물로 작용하는 것이다. 학술지 「대학교육」 91호에서 곽동원 전 「연세춘추」 편집장은 “편집권 문제는 학생들이 언론매체를 만드는 것도 교육과정으로 여겨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학교 당국과 이를 언론탄압이라 규정하는 학생 기자와의 대립”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구도는 학보사 사칙에서도 드러난다. 현재 여러 학보사 사칙에서 ‘학생 기자단은 주간 교수의 지도나 감독 아래 학보를 제작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도라는 명목으로 편집권을 침해할 수 있는 여지가 남겨진 셈이다. 「고대신문」 이예원 편집장(고려대 영문과·12)은 “주간 교수 혹은 학교 당국이 편집권을 박탈하는 것은 결국 학보사가 학교에서 갖는 위상과 역할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에 신문사 사칙에 학생 기자단의 자율적인 편집을 보장하기 위한 조항을 마련하는 것이 편집권 갈등을 막는 첫걸음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은 “학보사가 대학의 부속기관으로 체계가 잡혀있더라도 비판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선 편집권이 학생 편집장에게 주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학칙이나 신문사 규정에서 편집권 독립을 보장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지훈 편집장은 “신문사 사칙에 학생 편집장에게 편집권이 있다고 밝히고 있으면 갈등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4. 학보, 대학의 눈과 귀를 열다
 

◇캠퍼스의 돋보기가 되기 위해=학보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날카롭게 바라봄으로써 학내 권력을 견제하는 감시자다. 「성대신문」 학생 독자 이나라 씨(성균관대 사회과학계열·15)는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알아야 할 정보를 알려주는 게 학보의 최우선 과제”라며 “학생회비나 등록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교육을 소비하는 주체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학생들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는지 감시할 수 있는 주체가 학보”라고 강조했다.

또 학보는 학내 사안에 관련된 다양한 주체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확한 돋보기가 될 수 있다. 학보는 학내 구성원 모두를 포괄함으로써 모든 학내 구성원이 동등한 대화의 주체로 설 수 있게 한다. 「숭대시보」 김세정 전 기자(숭실대 회계학과·13)는 “기사를 통해 이미 문제점을 알고 있던 학생들도 ‘학교가 이런 사정이 있었구나’를 깨닫게 되고, 학교나 교수들도 평소 몰랐던 부분을 인지하게 돼 더 좋은 방향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을까”라며 “학보는 일방적으로 학교를 비판하기보다는 학생과 학교의 원활한 소통을 가능케 해준다”고 밝혔다.

◇대학생, 젊은 지성인의 시각을 펼쳐라=학생 기자의 젊은 시각은 기성언론과 구분되는 학보의 강점이다. 학외 사안을 다룰 때 소재 자체는 기성언론과 겹칠지라도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차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학보는 시간이 지나 잊히기 마련인 이슈에 대해 독자의 의식을 환기할 수 있고 진영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자유로운 시각을 펼칠 수도 있다. 동시에 학교 밖의 이야기를 학교 안으로 끌고 들어와 학내 구성원의 여론을 형성하는 것도 학보의 역할로 꼽힌다.

이는 세월호 문제를 조명한 여러 학보에서도 드러났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여러 학보는 세월호 참사가 정치적으로 변질하는 것을 경계하되 조속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기사를 꾸준히 냈다. 『대학신문』 학생 독자 최효재 씨는 “학보가 다른 언론과 달리 전문성이 떨어지는데도 비슷한 이슈를 다룰 수 있는 것은 대학생의 의견이나 문제 제기 노력, 연대 활동을 현장감 있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대학신문』의 세월호 연재 기사처럼 세월호를 아직 잊어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상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고대신문」 학생 독자 곽영주 씨(고려대 미디어학부·14)는 “학보는 정치색을 따르지 않고 대립하는 양 진영 모두를 ‘깔’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매체”라고 말했다.

또 세월호 참사 이후 학내 안전관리 실태를 꼬집은 여러 학보의 기사는 학교 밖 사회에서 제기된 문제의식을 학교 울타리 내에 적용함으로써 학내 구성원 모두가 반성의 주체로 서게끔 했다. 학교 밖 사회에서 안전 불감증이 화두가 된 것을 거울삼아 ‘우리 대학은 얼마나 안전한가’를 되돌아보겠다는 기획이었다. 중앙대 자치언론 「잠망경」 강남규 편집장(중앙대 정치외교학과·09)은 “학생 기자가 특정 문제를 그 대학의 맥락에서 바라보면서 내부자로서 명확한 관점을 제시할 때 어떤 기성 기자보다도 잘 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교내 가판대 위의 학보는 수북하다. 쓰고 싶은 기사를 쓰겠다는 학생 기자와 내보내고 싶지 않은 기사는 발행하지 않겠다는 학교 당국은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학보가 학내 구성원 모두에 의한, 모두를 위한 신문이라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학보가 대학 공동체를 향해 날카로운 물음표를 던져 공론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학내 구성원이 다시 학보를 손에 쥐고 치열한 토론을 펼치는 그 날까지 학보의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삽화: 이종건 기자 jonggu@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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