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낯익은 항해>외 2편
시 <낯익은 항해>외 2편
  • 대학신문
  • 승인 2015.10.31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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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지구환경과학부·10) 총문학연구회

 

<낯익은 항해>

 

침을 뱉는다 소금기가 입가에 감긴다

 

 

해안가에서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한 사람을 줄곧 바라보았다

 

 

작은 그림을 그렸다

머리 위로 비행기를 탄 사람들이 지나간다

 

 

하루해가 저물고 새들도 부드러운 발음으로 사라지면

나는 어디에든 얽매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생각 속 그곳은 그대로 있다

나는 아직 떠나지 않았다

 

 

<데드라인>

 

햇빛을 받으며 나는 죽은 선로 위를 걸어갔다

여기부터는 겨울의 영역

 

 

녹지 않는 눈 사이로 물이 흐른다

 

 

바깥으로 잎사귀를 잃어버린 나무들이 펄럭이고

목재 더미 속에서 짐승들이 웅크린다, 녹물이

굳은 선로에서는 아침이 기차처럼 온다

 

 

돌을 던지며 이름을 부르며

뒤를 돌아보면 돌림노래가 울리는 곳

 

 

눈이 닿아도 물은 멈춰주지 않는다

새 지저귀는 소리가 숲속을 헤매듯이

그림자는 선로 위를 비틀거리고

서랍의 시간을 펼쳐 나무를 오려냈던 적이 있어

당신이 잠을 잃어버린 나무처럼 지내던 시간

 

 

종일 눈금자를 대고 겨울의 선을 긋는다

나무를 태우고 재를 담았을 때

 

 

멀리 터널 속에

얼굴이 얼어있는 누군가

그렇게 감각이 없어서 어떡해요

쟁반이 비틀거리며 커피가 쏟아졌다

책상 위에는 책이 많았다

 

 

쏟아질 비난을 담아둘 제방을 떠올렸고

한 사람이 시작하면 다른 사람이 말을 이을 것이다

 

 

<그렇게 감각이 없어서 어떡해요>

 

선생님은 아이들이 평균대 위를 걸을 때 박자를 맞추고 계셨지

엄마는 지금쯤 뉴스를 틀어놓고 빨래를 개고 있겠지

 

 

멍하니 서 있으면 어쩌자는 거예요

 

 

어떤 표정으로 어떤 대답을 돌려줘야 하는지

어떤 결례를 어디서 꺼내 와야 하는지

 

 

자신은 웃고 있었다

자신은 자신에 대한 말을 멈추지 않았다

웃는 모습이 꼭 벌을 서는 아이 같았다

 

 

더 이상 자신을 안다고 말하지 마세요

 

 

날선 소리가 모서리에 부딪히자

선생님은 교실로 먼저 들어가셨고

엄마는 현관문을 열고 이름을 불러주었지

 

 

얼룩을 지우다가 울컥

감각이 쟁반 위에서 한 번 더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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