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야구선수들과 연예인들 중 일부가 병역회피로 적발되어 이들을 바라보는 많은 서울대생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한 공동체의 붕괴는, 흔히 주장되듯, 급진적 정치적 이념의 확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협동과정에서 모든 구성원들이 마땅히 져야 할 위험과 의무는 사회적 약자에게만, 그 수익은 사회적 강자에게로만 집중이 되는 정도가 심해질 때 공동체가 붕괴된다는 점을 우리는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병역비리관련 브로커들의 조직과 치밀한 기법도 문제이지만, 우리 법체계에서 병역비리를 처벌하는 법령들 또한 병역비리관련자들에게 관대하며 또한 허술하다. 차제에 국가당국은 병역관련 법제도를 정비하여 공정하고 엄정하게 집행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편 병역비리에 대한 대책을 엄정하고 공정하게 세우자는 입장에는 찬성하나, 그 논의의 방향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차별하는 쪽으로 나가서는 안 될 것이다. 병역비리자의 문제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문제는 별개의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방의 의무를 넓게 해석하여 군복무 뿐 아니라 공동체의 방위와 안전에 기여하는 활동들까지 포함시킨다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활동 역시 공동체를 지키는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게다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서 실정법을 공개적으로 위반함을 선언하면서도, 군복무보다 더 긴 기간동안 대체복무활동도 마다치 않고 공동체에 대한 의무를 다하고자 노력한다. 따라서 공동체에 대한 의무는 회피하고 자신의 영달만을 꾀하는, 일종의 ‘무임승차자’들인 병역회피자와는 달리 봐야 한다.

 

병역회피 및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조치 중 하나로서 최근 정부는 ‘병역이행 명문가(名門家)’를 선정해 시상하는 등, 병역수행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군복무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여, 병역을 이행하는 젊은이들이 그 기간동안 자신의 전문지식이나 기술을 더 향상시킬 수 있도록 병역환경을 바꾸어가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치는 병역비리의 근원을 제거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1999년 헌법재판소가, 공무원채용시험에서 인정되었던 제대군인 가산점제도를 위헌으로 판정했던 것은 제대한 남성들이 그 당시의 상황에서 볼 때 여성이나 장애자들과 비교하여 헌법상 정당화되기 어려운 특별대우를 받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비록 여러 가지 점에서 불충분하지만 이제 「여성발전기본법」 등의 양성평등관련법제를 통하여 여성들에게 잠정적인 우대조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동체의 안전을 위하여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는 남성들에게 그 기여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는 것도 진지하게 고려해볼 때이다.

 

병역이 우리사회의 모든 젊은 남성들에게 회피되어야 할 의무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나 공동체에 유익한 제도라는 인식이 정착되도록 합리적인 병역제도가 확립될 때까지는 그 기여도에 상응하며 헌법상 평등권에 부합하는 보상책이 마련되어야 하고, 동시에 엄정하고 공정한 병무행정이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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