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환경과학부 이보롬 박사과정

지난 9월 미국 퍼듀대 연구팀이 환경연구학술지(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기후변화 연구와 관련 없는 과학자들 7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후변화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 중 93.6%가 지구온난화를 믿으며 91.6%가 그 원인이 산업혁명 이후 인간 활동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앞선 연구에서 기후변화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의 97%가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를 지지하는 것으로 드러난 것과 비교하여 낮은 수치지만 과학자들 사이에서 기후변화 회의론은 주류가 아님을 보여주는 결과다. 반면 2010년 미국 대중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47%의 응답자만이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를 지지했다.

대중의 인식은 여론을 형성하고 국가 정책, 나아가 전 지구적 행동을 만들기 때문에 인류의 미래를 위한 중대한 요소다. 과학계의 주류 의견이 대중에의 영향력은 낮은 이유에 대해 심리학적 요소 등 여러 각도에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중 기계적 공정성을 지향하는 언론에 의해, 정치적 이념에 의해, 상업적인 이유로 인해 소수의 회의론자의 의견이 지나치게 크게 소개되고 있음이 여러 번 지적되고 있다.

‘소수의 회의론자’의 의견을 구성하는 과학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들은 훌륭한 과학자였다. 회의론에 힘을 실어주는 권위 있는 과학자로 손꼽히는 3명으로 고(故) 윌리엄 니런버그, 로버트 재스트로, 프레더릭 사이츠가 있다. 각각 맨해튼 프로젝트의 주역이었고 NASA의 창립 멤버였으며 제2차 세계대전에서 큰 역할을 한 물리학자들이다. 70년대에 이들은 미국 정부의 과학적 자문기관 역할을 했던 엘리트 과학자 모임 JASON의 회원이었는데 처음부터 지구온난화에 대하여 회의적 입장은 아니었다. 기후변화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한 것은 1970년대 초반으로 빙하기가 오고 있다는 우려로 시작했다. 70년대 중반에 이르러 빙하기가 아니라 온난화가 진행 중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JASON에서는 70년대 말 온난화를 인정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80년대에 레이건 보수정권이 니런버그에게 과학적 지원을 맡기면서 그는 회의론의 주장을 펼치기 시작한다. 이후로도 부시 대통령들의 정책 지원을 맡으며 IPCC 내부에서 회의론의 입장을 펼치고 교토 의정서에 대항하는 등 적극적 행동을 펼쳤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에 대비하기 위하여 인류는 회의론자들의 영향력을 줄이고 과학계의 결론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강제적인 힘을 발휘해야 할까? 실상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과학은 회의론자들과의 논쟁과 함께 진보할 수 있었다. ‘기후변화는 천천히 일어난다, 자연현상이며 인간의 영향력은 미미하다’와 같은 회의론자들의 주장에 맞서는 놀라운 과학적 발견들이 지구의 복잡한 기후현상에 대한 이해를 증진했다. 회의론의 첨병에 섰던 세 명의 과학자들의 해저물리탐사 기술이나 동위원소 연구는 현재, 수백년 전에서 수백만년 전 지구의 기후변화역사를 탐구하는 훌륭한 도구로 발전됐다. 이 연구들은 지구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기후변화의 현재와 미래를 예측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누군가 만약 지구온난화 긍정론 혹은 회의론 중 한 가지의 주장만을 가르치게 하였다면, 혹은 연구를 방해하거나 과학적 근거 없이 상대방의 주장을 헐뜯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과학의 발전은 없었을 것이다. 21세기 정보화시대 교육의 목적은 국민의 비판적 사고력을 증진하는데 있어야 한다.

 

이보롬 박사과정

지구환경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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