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민공동회, 자보 릴레이, 학생 설문조사 … 학내 국정화 교과서 반대 움직임 이어져

지난달 12일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 이후 이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학내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학내에서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서울대 네트워크’(국정화 저지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여러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출범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는 학부와 대학원 총학생회를 비롯한 여러 단위의 학생회, 동아리, 모임 등 총 17개 학내 단체로 구성됐다.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글을 학내 곳곳에 게시하고 있다. 인문대 해방터, 중앙도서관 관정관 앞, 학생회관에 게시판을 추가로 배치하고, 작성한 글을 무료로 인쇄해 글을 자유롭게 게시할 수 있는 학내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의 주최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서울대인 만민공동회’(만민공동회)가 열렸다. 이날 만민공동회는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자유발언과 학내행진, 총학생회장의 시국선언문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주무열 총학생회장(물리천문학부‧04)은 “국정교과서에 반대하지만 목소리를 어디서 어떻게 내야 할지 모르는 학생들에게 국정화에 반대하는 학내 목소리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고 행진의 목적을 밝혔다.

자유발언 시간에는 13명의 학생들이 참여해 의견을 개진했다.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입장과 이유를 밝히고 앞으로 있을 범국민적 행동에도 함께 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나치강령 자보’를 써 이목을 끌었던 정한솔 씨(서양사학과‧15)는 “정부는 ‘왜 내용도 보지 않고 반대하느냐’고 묻고 있다”며 “이미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그들이 이해하기를 바라는 건 무리일까”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학생들은 학생회관에서 출발해 자하연, 경영대, 인문대, 농생대 등 학내 곳곳을 행진했다. 이날 자유발언을 한 이재웅 씨(사회과학계열‧15)는 ”행진하는 동안 호응과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을 보며 국정화에 반대하는 학내 여론이 뜨겁다는 것을 느꼈다”며 “오늘 활동이 앞으로도 힘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후 약 80명의 학생들이 모인 가운데 총학생회장이 시국선언문을 낭독하며 만민공동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서울대인 모임’(국정화 반대모임)은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 발족 전부터 '자보 릴레이'를 통해 학내에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대자보를 연달아 붙이는 사업을 진행해왔다. 국정화 반대모임 조인보 대표(인문계열‧15)는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그 뜻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단체를 결성하게 됐다”며 “자보 릴레이 당시 자보를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업로드해 온‧오프라인을 통해 현 사안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유신체제가 수립된 해인 ‘1972’로 가득 채운 대자보나 ‘수학공식 대자보’ 등이 국정화 반대모임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소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 조인보 대표는 “현재는 보도자료, 교과서 내용 등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학술 활동과 함께 학생들이 국정화에 반대하게 된 계기나 이유를 알리기 위한 ̒릴레이 편지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정부 고시 확정 이후에도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범대 교육사회 동아리 ‘길벗’은 직접 강의실을 방문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정부의 긍정사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국정화 반대 의견을 알리는 활동을 했다. 길벗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병석 씨(지구과학교육과‧14)는 “사범대 학생회에 과‧반별 릴레이 자보와 사범대 학생들의 국정화 반대 서명을 제안해 현재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도 사범대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위주로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학생들이 국정화 저지를 위해 직접 거리로 나와 반대의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학생 단체들은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학생들은 “정부의 국정화 확정 고시가 발표될 경우 오는 14일(토)에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민중총궐기에 참여할 것”이라며 “관심을 갖고 동참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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