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꿈,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을 향해
인형의 꿈,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을 향해
  • 장유진 기자
  • 승인 2015.11.02 0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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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등신 날씬한 몸매에 반짝이는 금발, 화려하고 예쁜 옷을 입은 인형들. 언제나 안아주고 싶을 만큼 완벽하고 귀여운 모습이 인형의 전형적인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장애, 이주민, 환경이나 동물 등 우리 주변의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개선과 지역의 어려운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한 인형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리코엄마’의 장애를 가진 ‘애착인형’, 서로 다른 피부색을 지닌 ‘모니카’인형, 멸종위기 동물인 마운틴고릴라를 본 떠 만든 ‘릴라씨’인형을 만나봤다. 이들은 외형은 조금 부족해 보일 수 있지만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인형은 지위나 신분, 국적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쯤 갖고 놀았던, 그래서 추억을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존재일 것이다. 의미 있고 따뜻한 목표를 가진 이 인형 친구들은 각박한 세상 속에서 우리가 포근하고 친근하게 느끼는 대상으로서 사람들에게 보다 거부감 없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이가 세상을 편견없이 배우는 첫걸음

‘리코엄마’는 아이의 육아일기와 일상을 올리는 블로거다. ‘리코엄마’ 이수희 씨는 부모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들이 아이에게는 세상이자 전부라고 생각해 아이가 처음으로 갖는 인형부터 직접 만들어서 교육을 시작했다. 그는 아이가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장애를 가진 ‘애착인형’을 만들었다.

장애를 가진 인형은 그가 어린 시절 사고로 손가락을 잃은 아버지를 한때 부끄럽게 여겼던 일을 떠올리며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더 커보니 손가락 다섯 개가 ‘정상’이라는 것이 잘못된 생각이었던거죠. ‘정상, 비정상’은 ‘옳고, 그름’의 문제잖아요. 비장애는 옳은 것, 장애는 그른 것이 아니니까요.” 이수희 씨의 아이는 앞이 보이지 않는 펭귄 인형과 놀 때는 손을 꼭 잡고, 한쪽 귀가 없는 인형과 놀 때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들리는 쪽으로 말을 한다. 장애를 가진 인형은 단순히 귀엽고 촉감이 좋은 인형이 아니라, 아이가 가지고 놀면서 자연스럽게 장애에 대한 편견 없이 배려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인형이다.

멀리서 다가온 모니카인형

모니카인형은 ‘머니까’라는 어감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 인형은 이름대로 먼 곳에서 온 이주 여성 단체 ‘톡투미’에서 만들어지며 다양한 표정과 피부색을 가지고 있다. ‘톡투미’는 다문화 가정이 외부인으로서 사회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한 일원으로서 환경이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고, 사회와 소통하는 모습을 모니카인형을 통해 보여준다. “다문화 가족들은 ‘도와주세요’를 원하지 않아요. 단지 ‘우리와 함께 어울려주세요’ ‘이웃으로 받아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이레샤 씨는 현재까지 5,000여개의 모니카인형이 만들어졌다며 뿌듯해 했다.

모니카인형은 재료가 준비된 형태로 판매돼 소비자가 직접 만드는 방식이다. 개인의 취향과 특징이 고스란히 담긴 모니카인형은 만드는 사람으로 하여금 인형에 대한 동질감을 느끼게 하고, 다문화에 대한 편견을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한다. 또 수익금은 스리랑카나 태국 등 다문화가족의 아이들을 돕는 데 쓰인다. 피부색이나 국적을 넘어 이주민에 대한 편견 없이 선주민과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을 꿈꾼다.

의식의 변화를 넘어 일자리까지

성동구의 ‘아름다운가게’지하 한 구석에서는 크기가 다양한 색색의 고릴라 인형들이 완성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름다운 가게의 릴라씨 인형은 멸종 위기종인 마운틴고릴라를 모티브로 한 인형이다. 소비자가 소비를 통해 직접 기부에 참여하며 멸종위기 종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한다. 하지만 릴라씨의 역할은 환경과 동물문제에 대해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릴라씨는 친환경제품으로 모두 헌 옷으로 만들어졌다. 주로 화려하지만 금방 버려지는 아이들의 옷으로 만들어진다. 버려진 옷은 자활단체로 보내져 세탁과 제봉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버려지는 옷들도 재활용되고, 어려운 이웃들은 일자리를 제공받게 된다. 릴라씨 판매 수익금은 아름다운 가게의 수익금과 같이 세계 각 지역으로 보내져 네팔에 도서관을 짓고 방글라데시의 공장 붕괴 사건 생존자를 위한 공장을 세우는 등 우리나라를 넘어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릴라씨는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소비까지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을 넘어 실질적으로 많은 분야, 다양한 지역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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