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청년 실업 해소 위한 각국의 청년 일자리 정책

대한민국 청춘의 일터는 복지 없고 임금 낮은 비정규직과 심각한 실업문제로 점철돼 있다. 청년노동의 해결책은 없는 걸까. 서울도서관과 비영리 대중교육사업 단체 ‘독서대학 르네21’은 노동 관련 도서의 저자들과 함께 오늘날의 청년노동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5일(목)부터 오는 26일까지 매주 목요일마다 대한민국 청년들의 노동 현실을 분석하는 대중강좌가 서울도서관에서 열린다. 첫 강좌가 열린 5일에는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의 저자 최장집 명예교수(고려대 정치학과)가 ‘노동 없는 민주주의, 노동 없는 경제의 문제점들’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교육제도·노사관계를 개선하고 청년 노동문제를 정치화해야=최 교수는 지금의 교육기관이 전문적인 직업교육을 제공하도록 교육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교육제도가 대학 중심의 일반교육에 치중해있어서 다수 대졸자의 인력을 낭비하게 된다”고 비판하며 “훌륭한 노동 기술 인력의 양성을 위한 직업교육이 제도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직업교육과 대학교육이 양분된 독일에서는 취업 경쟁이 한국처럼 극심하지 않고, 산업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훈련도 효과적으로 이뤄진다.

최 교수는 현 정부의 노동개혁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날렸다. 그는 노동시장을 지나치게 유연화하는 지금의 노동개혁이 오히려 노동환경과 조건을 악화시켜 고용문제를 유발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보다 노사관계의 회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사는 억압적 관계가 아니라 평등한 관계를 맺어야 하며 동반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의 경우 공동체적 가치가 유지돼 자유경쟁을 기치로 하는 신자유주의의 타격을 비교적 약하게 받았고, 그에 따라 실업률도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교수는 청년 노동문제가 정치화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청년노동 문제는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관료적 결정만으로는 대안을 만들기 힘들다고 말했다. 외국의 사례를 무분별하게 적용해 만든 대안은 한국의 특수한 상황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성장 유일주의를 통한 고용 확대는 이제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정치인들 사이에 청년 노동문제를 진지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노동 있는 민주주의’를 향해=이번 강연에서 최 교수는 청년노동 문제뿐만 아니라 한국의 ‘노동 없는 민주주의’와 그로 인한 부정적 결과들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사회 전반에서 노동문제를 다루는 정당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고, 이를 바탕으로 노동을 억압하는 구조가 세워져 경제는 급속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노동문제의 해결에 있어 민주적 절차를 전혀 밟지 않았고, 그로 인해 노동력을 쥐어짜 내는 산업구조가 정착됐다. 그는 “한국사회가 정치적으로 노동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한 것은 한국 민주주의 자체가 실패한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현장 인터뷰를 통해 직접 살펴본 열악한 노동자들의 삶을 공유하기도 했다. 그는 건설 일용직 노동자, 현대차 생산직, 취업 자활센터 노인 등을 인터뷰하면서 노동자들의 열악한 경제적 조건과 노동자들이 정치인들을 신뢰하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언론 매체마저 노동자들의 처참한 사정을 보도하지 않아 그들은 사회에서 아예 고립됐다. 최장집 교수는 표심을 얻기 위해 선거철에만 노동현장에 기웃거리는 정치인들을 비판했다. 그는 추상적인 담론으로 반대정당을 비판하는 정당 대신 노동자들의 실제 삶을 개선하는 정당이 출현하기를 기대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번 대중강좌 시리즈는 앞으로 세 번 더 남았다. 12일에는 ‘야, 너로 불리는 수상한 노동세계’를 주제로 『십대 밑바닥 노동』의 공동 저자 림보 씨가 강연하고, 19일에는 ‘불안정한 우리의 삶과 노동을 넘어’라는 주제로 『비정규사회』의 저자 김혜진 씨가 강연한다. 26일에는 『대한민국 취업 전쟁 보고서』의 공동저자 정은주, 나해리 씨가 ‘취업 준비생이라는 새로운 계급의 탄생’을 주제로 강연한다.

 

 

 

 

 

권우용 기자

cardiacsmile@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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