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청년 실업 해소 위한 각국의 청년 일자리 정책

정부가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4월 정부는 ‘청년고용대책’을 통해 청년 일자리 정책의 큰 틀을 내놨다. △현장에서 실무 교육 제공 △인턴제 확대 △정규직 전환 시 기업에 보조금 지급 등 단계별 처방이 골자였다. 고용노동부 청년고용기획과 이우영 사무관은 “청년들이 학교에 들어가 졸업하고 취업하는 단계를 자연스럽게 따라간 정책”이라고 소개했다.

7월에는 구체적인 목표치까지 설정한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2017년까지 20만개 일자리를 만드는데, 그중 신규 채용은 7만5천명뿐이고 나머지는 직업훈련과 인턴으로 채워진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일·학습병행제, 중소기업 청년취업인턴제, 임금피크제 등이 제시됐다. 정부는 이 정책들을 필두로 한 내년도 청년 일자리 정책에 올해보다 20% 이상 늘어난 예산을 배정했다. 『대학신문』은 정부가 야심작으로 내놓은 이들 정책이 청년 취업난을 완화할 수 있을지 짚어본다.

일·학습병행제, 취지는 좋지만 임금 낮고 기업 관리 부실

 

먼저 정부는 교육 현실과 산업 현장 간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했다. 일·학습병행제는 청년 취업희망자가 ‘학습근로자’로 채용돼 현장에서 일하면서 실무교육을 받고, 동시에 교육기관에서 이론교육을 받아 해당 산업계가 인정하는 자격증이나 학위를 취득하는 제도다. 예컨대 한국산업기술대와 협력한 기업의 학습근로자는 주중엔 일하고 토요일에는 대학에서 하루 9시간의 이론 교육을 받는다. 교육기간이 6개월에서 최대 4년이고, 신분이 정식 근로자로 인정된다는 점에서 기존의 인턴제와 구분된다. 현재 일·학습병행제에 3,300여개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올해만 833억여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지난달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참여 기업을 올해의 2배 수준인 6,300개로 늘릴 계획이라 밝혔다.

일·학습병행제는 꽤 긍정적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특히 청년 취업희망자가 불필요한 스펙 쌓기 없이 기업에 조기 정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기업 입장에서도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실무에 익숙해진 학습근로자를 핵심 인력으로 양성할 수 있다. 『대학신문』 ‘2015 청년 일자리를 말하다’ 좌담회에서 정치발전소 조성주 공동대표는 “과도하게 높은 대학진학률과 산업 현장과 동떨어진 대학교육을 고려한 상당히 의미 있는 제도”라고 평가했다.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학습근로자의 생산성, 정부지원금 등 총 이익에서 운영비, 선발비 등 총 비용을 제한 학습근로자 1인당 연간 순편익은 평균 891만원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능력평가연구본부 강경종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일·학습병행제는 도입 초기임에도 호주나 스위스 등 주요국의 비용편익구조와 비교할 때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라며 “향후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2~4년 차부터는 정부지원금을 제외한 순편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먼저 학습근로자의 낮은 임금이 지적된다. 지난해 9월 기준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한 전체 1,721개 기업의 학습근로자 평균 임금은 163만원에 불과하다.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 김유빈 부연구위원은 “학습근로자가 정규직보다 숙련도가 낮더라도 엄연히 노동을 제공하기 때문에 적어도 최저임금이나 최저생계비 수준 이상에서 보수가 책정돼야 한다”며 “미국이나 프랑스에서는 인턴이나 견습생의 권리 보호를 위한 법률이 마련돼 있다”고 권익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학습근로자의 현실을 짚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관리가 부실해 참여 기업의 질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실의 조사에 따르면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한 기업 1,735곳 중 545곳(31.4%)이 최근 5년간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법을 어긴 적이 있었다. 근로시간과 휴게, 휴일 규정을 위반한 경우도 170건에 달했다. 이에 정부가 기업 선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실 김동규 비서관은 “노동 관련 법을 위반한 기업을 참여시키면 청년들이 정부가 주관한 사업을 통해 취업해도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권리를 침해당할 수 있다”며 “법 위반 기업들이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할 수 없도록 기업 선정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청년취업인턴제, 정규직 전환율 낮고 정규직 돼도 저임금
 

2009년 청년에게 직무 능력을 쌓게 해주는 동시에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중소기업 청년취업인턴제가 도입됐다. 중소기업이 청년 인턴을 채용하면 정부는 3개월간 1인당 월 6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청년 인턴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해당 기업에 6개월간 65만원씩 추가 지원한다. 중소기업 청년인턴제는 올해 예산만 해도 1천억원을 웃돌 정도로 정부의 핵심 정책이다.

일·학습병행제와 달리 정책의 빈틈을 메우는 정부의 후속 조치가 이뤄지기도 했다. 올해부터 고용노동부가 정부의 지원금을 빼돌린 기업은 다시는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전까지는 지원금을 부정 수급한 기업의 신규 채용을 제재하는 시행지침만 있을 뿐 법적 권한이 없어 속수무책이었다. 이에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가 나서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럼에도 정작 정책의 실효성은 높지 않다. 청년들이 기업에 끝까지 남아 정규직으로 자리 잡는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정규직 전환율은 2009년 56%에서 지난해 69%로 상황이 나아지긴 했지만, 정규직 전환 후 6개월이 지나서까지 남아 있는 비율은 78%, 1년 후에는 57%에 불과했다. 그 원인으로 일자리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 꼽힌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중소기업 청년취업인턴제도 실태조사 및 고용효과 심층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규직으로 전환한 이후 회사를 옮긴 가장 큰 이유로 ‘업무 강도, 작업장 환경 등 근로조건이 열악해서’를 꼽았고 ‘월급이 적어서’가 바로 뒤를 이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김수현 연구원은 “중소기업이 제공하는 일자리 대부분은 금융권 인턴과 달리 제조업 중심으로 질이 매우 낮다”며 “청년들이 견디지 못해 나오는 경우가 많고 더 나은 직장으로 가길 원한다”고 분석했다.

정규직이 된 후에 저임금에 시달리기도 한다. 인턴 때의 낮은 임금이 정규직이 돼서도 이어지는 것이다. 앞의 보고서에서 고용노동부는 정규직으로 전환된 207명의 인턴 때 임금과 정규직 임금을 비교한 결과 임금 변화는 두드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규직이라는 꼬리표는 달았지만 평균 임금은 170만여원에 그쳤고 200만원 이상의 임금을 받은 비중은 16.9%뿐이었다. 지난달 ‘취업취약계층 일자리사업 평가’ 보고서에서 국회예산정책처 사회사업평가과 강세욱 사업평가관은 “중소기업 청년취업인턴제에서 사업주가 정규직 전환 후에도 인턴 당시의 낮은 임금 수준을 기반으로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금이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기보다 기업의 비용 절감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금피크제, 공공기관 밀어붙여도 민간부문 시행은 미지수
 

임금피크제는 고령자의 임금을 깎으면서 아낀 돈으로 청년 고용을 확대하는 제도다.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통해 2017년까지 공공기관에서 8천명, 민간부문에서 3만명의 청년 신규 채용이 생길 것이라 예상했다. 현재 313개의 공공기관 중 91.7%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했다. 내년 예산은 더 늘어 임금피크제로 청년을 새로 뽑는 기업에 1인당 연간 1,080만원을 주는 등 올해보다 200억원을 더 지원한다.

문제는 정부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요하고 있는 공공기관마저도 청년 일자리를 대폭 늘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연말까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내년 임금 인상률을 절반을 깎겠다며 공공기관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8월 국회입법조사처의 ‘공공기관 임금피크제에 따른 채용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규직 신입사원 채용률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이 미도입 기관보다 낮았다. 입법조사처는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와 신입사원 채용률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상황은 민간부문에서 더 심각해진다. 우선 임금피크제 도입이 민간부문에서 청년 고용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부가 강제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청년유니온 정준영 정책국장은 “기업 입장에서도 정년 연장으로 절감되는 재원이 청년의 신규 채용으로 이어질 만큼 충분하지 않다”라며 “청년의 채용을 강제할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기업은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가만히 앉아서 이득을 보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규모가 큰 몇몇 기업에 청년 고용을 부탁할 수밖에 없다. 얼마큼 일자리를 창출하라는 구체적인 지침 없이 기업의 대응만 기다리는 꼴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연구원은 “정부가 재벌기업에 청년을 뽑는 모양을 취해 달라고 당부할 뿐”이라며 “대기업이 계획한 일자리를 살펴봐도 교육 기회를 준다거나 인턴 명목의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라며 불안정한 고용 형태를 비판했다. 이처럼 민간부문에서의 채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공공기관이 목표치를 100% 달성해도 신규 채용은 연간 4천명에 그친다.

 

일자리의 질까지 책임지는 정책 필요해
 

결국 정부가 청년 고용 해법이라고 내놓은 대책들은 질적인 측면에서는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일·학습병행제와 중소기업 청년취업인턴제는 청년들이 원하는 질 높은 일자리와 거리가 멀었다. 언제 정규직으로 채용될지 모르는 새로운 형태의 비정규직을 양산했다는 질타를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정준영 정책국장은 “정부가 일시적으로 재원을 집중 투입하면 인턴 수준의 일자리는 미봉책으로 만들 수 있다”며 “당장에는 취업자로 셈하니까 취업자 수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임금피크제는 일자리 숫자도 채우지 못했다. 복지청년네트워크 문유진 운영위원장은 “기업들이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이후 청년 고용 추이를 보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통계적으로 증명됐다”고 진단했다. 임금피크제가 인건비를 절감하는 정책으로 전락하고 정작 청년들은 고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이에 정부의 사후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기적으로 일자리 숫자만 채워놓고 ‘나 몰라라’ 하지 말고 일자리의 질까지 보장하는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일침이다. 김수현 연구원은 “정부가 민간부문에 청년을 채용해달라고만 하고 관리를 하지 않으니 불안정한 고용 형태만 반복된다”며 “공공기관에서 매년 3% 이상을 청년층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을 한시적이라도 재벌기업에 확대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법적 근거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삽화: 최상희 기자 eehgna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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