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격은 어떻게 발달하는가

칼 구스타프 융 저|

김세영, 정명진 옮김|

부글북스|280쪽|1만 3천5백원

지난 7월 21일 ‘인성교육 진흥법’이 시행됐다. 이는 개인화된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인성교육을 의무로 규정한 세계 최초의 법이다. 하지만 민간 자격증과 사교육으로 인한 인성교육의 상업화와 겉으로만 포장된 인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인성’의 제도적 교육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의 강연과 짧은 논문을 모은 책 『인격은 어떻게 발달하는가』는 이 문제에 대해 색다른 시각을 제공한다. 책에서는 어린이의 정신적 갈등에 대한 이해로 시작해 분석 심리학과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특히 아이들에 대한 정신분석에서 가족과 환경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이를 통해 융은 무의식과 의식, 그리고 인격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아이들의 인격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책은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된다. “오늘날 인격 정진이 교육의 이상이 됐는데, 이는 시대가 요구하는 평균적 인간을 불신하는 것이다.” 여기서 융은 ‘기계의 시대’라는 표현을 사용해 인간의 삶마저 표준화된 시대를 꼬집고 평균적 인간을 벗어나기 위한 개인의 ‘인격’ 가치를 강조한다. 또한 “인격에 대한 갈망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지배하는 문제가 됐다”며 인격에 대한 고민을 역설하는데 이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우리에게 ‘올바른 인격 형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융은 올바른 인격에 앞서 아이들의 인격 자체가 형성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분리해 설명한다. 유아기에 우리는 무의식으로부터 조금씩 의식을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교육자의 영향이 커지는데 그 역할을 유아기에는 부모가, 학교 입학 후에는 선생이 맡는다. 이때 태아가 신체를 어머니에게 의존하듯 유아는 의식을 교육자에게 의존한다. 이는 사춘기가 끝날 때까지 진행되고 교육자로 인한 의식 형성을 통해 인격이 만들어진다. 즉, 위에서 언급한 ‘평균 이상의 인간’이 가지는 올바른 인격은 올바른 교육자에게서 온다고 할 수 있다.

책은 이어서 교육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인격을 훈련하는 교육자가 ‘올바른 인격자’라고 기대할 수 있겠는가?” 앞서 언급된 내용에서 주목할 것은 올바른 인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 ‘교육’ 이전에 ‘교육자’라는 것이다. 융은 “교육자는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것을 삶을 통해서 스스로 직접 실천하고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는 말을 통해 아이들에 대한 편향적 접근을 피하고 교육자의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교육자가 먼저 올바른 인격을 갖추기 위해 교육을 받아야 하고 그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줘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인성교육의 제도화로 학생 인성을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생각은 19세기부터 이어져 온 ‘인격에 대한 갈망’에 부응한다. 하지만 학생이 배울 내용에 핵심을 두는 현 교과 제도에 대해 다음 문장을 주목해보자. “대체로 젊은 선생들은 인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자신이 가르쳐야 할 아이들과 똑같이 힘들어하고 있다” 교육자의 자질이 배제된 교육과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사교육으로 상업화된 ‘인성’을 우리가 바라는 올바른 인성이라 할 수 있을까?

“‘인격’이라는 것은 성인의 이상이므로, 이를 어린이에게 강요하는 현상은 성인이 자기 삶의 문제들을 자각하지 못하고, 심지어 의식적으로 그런 문제들을 회피하는 시대에 나타난다.” 학생과 교사를 고려하지 않는 인성 교육을 우려하는 지금 책이 던지는 한마디는 우리에게 무겁게 다가올 것이며 앞으로 ‘올바른 인격’을 가르치는 문제에 대해 모두가 고민해야 함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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