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2주년, 미국은 어디로 가는가
9·11 테러 2주년, 미국은 어디로 가는가
  • 주지연 기자
  • 승인 2003.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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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적, 경제적 우위만으로 n‘팍스 아메리카나’ 유지할 수 없어

세계 4위를 자랑하는 프랑스의 경제력은 미국 50개 주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주와 비슷하다. 경제 대국이라 불리는 일본의 GDP도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올해 미국의 국방비는 3천9백억 달러. 군비 규모 2∼20위까지 국가들의 군비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금액이다. 미군이 주둔하는 26개국의 면적은 지구의 절반에 달한다. 현재 미국은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독보적인 ‘슈퍼파워’를 행사하고 있다.


2001년 9월 11일, 그러한 미국의 ‘슈퍼파워’에 중대한 도전이 일어났다. 미국의 부를 상징하던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건물이 테러범들의 공격으로 무너진 것이다. 충격적인 9·11 테러 이후 미국 사회와 미국인의 가치관은 크게 변화했으며, 이는 국제 질서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전 주한미상공회의소 회장 제프리 존스는 코리아소사이어티 주최 경제포럼에서 “미국은 9·11 테러 이후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며 외부의 위협에 대해 ‘불관용’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역사학자들은 “미국의 역사는 9?1 테러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의 변화 가운데 두드러지는 것은 자국의 이익을 수호하는  데 단호하고 강경한 입장을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국제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던 세계 평화와 군비 감축을 위한 각종 협정을 거부했다. 또한 대량학살과 전쟁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국제형사재판소 참여도 미군에 대한 면책 특권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등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국제적 합의를 무시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소위 ‘일방주의’라 불리는 미국의 이러한 정책이 21세기 미국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 상반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우선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새로운 세기와의 대화』의 저자인 에릭 홉스봄의 주장에 따르면 세계정치를 좌우하겠다는 미국의 ‘의욕과잉’은 ‘위험한 도박’이며, 미국의 생산력이 상대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20세기처럼 세계경제를 이끌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세계적 견제가 시작될 경우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가 붕괴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매사추세츠 공대의 폴 크루그먼 교수(경제학)는 지난해 「뉴욕타임즈」 칼럼을 통해 “미국을 제외한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이 시도되고 있다”며 “미국도 결국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최대의 채권 투자 회사인 ‘핌코’의 설립자 빌 그로스 역시 올해 초 핌코의 투자전망을 통해 “달러 약세 등 미국이 더 이상 세계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9·11 테러 이후 미국의 경제정책이 변화하면서 미국의 경제적 헤게모니는 쇠퇴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반면 21세기에도 미국의 시대가 지속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가까운 시일 안에는 미국의 헤게모니를 대체할 경쟁자가 없을 것이라는 이 주장은 21세기에도 미국이 갖고 있는 첨단산업 분야의 월등한 기술력이 군사 및 경제적 우위로 연결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외교 전문가이자 하버드대 행정대학원장인 조지프 나이 박사도 자신의 저서인 『제국의 패러독스』에서 미국이 한 세기 동안 축적해온 미래에 대한 투자에 힘입어 21세기에도 상당기간 초강대국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지프 나이 박사는 이에 덧붙여 미국이 자신이 바라는 것을 남에게도 바라게 해 성취하는 ‘소프트파워’ 대신 오만하고 일방적인 ‘하드파워’를 남용할 경우 미국의 힘을 견제하기 위한 연합세력이 형성될 수도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 '하드파워' 남용 때는 국제적 견제 받을수도"

반면 신욱희 교수(외교학과)는 미국의 패권 유지와 관련해 중요한 문제는 물질적인 변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현재 미국은 자신의 관념을 절대화하고 그를 바탕으로 평화를 도출하려는 자유주의적 평화, 혹은 ‘신 칸트주의적’ 평화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가 다른 지역이나 국가의 관념과 제도를 지나치게 무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때 이에 대한 반발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 교수는 “그러나 미국이 현재의 ‘일방주의적 전략’을 ‘패권적 다자주의 전략’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면 물질적인 토대나 전지구적인 수요에 따라 상대적으로 세계적 패권을 지속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현재의 세계 전략으로 21세기에도 패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팍스아메리카나의 칼자루는 여전히 미국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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