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드득, 와지직’

말린 벌레를 먹을 땐 특이한 소리가 난다. 맛은 건새우를 닮아 짭조름하다. 식전 수프 위엔 작은 벌레가, 메인으로 나온 파스타엔 귀뚜라미 가루가 섞여 있다. 식후엔 즐거운 기분을 내기 위해 단맛이 나는 캡슐 하나를 삼킨다. 혼자 밥을 먹고 있지만 식탁 앞 컴퓨터 화면 너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이런 미래의 한 끼 식사가 당신의 상상 속에도 그려지는가?

‘먹는다’는 행동은 인류의 등장과 동시에 나타났지만 꾸준히 변화해왔다. 요리 방법은 불의 발견 이래 전기오븐까지 꾸준히 발전했고, 재료 또한 단순한 채집물부터 유전자 조작 식품까지 다채로워졌다. 이젠 음식이 각종 매체와 온·오프라인을 통해 당당히 대중 앞으로 나와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더 많이, 더 맛있게 먹는다는 일차적 접근에 머무르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6일(금)부터 오는 29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전시 ‘Curiosity Cabinet: 음식으로 바꾸는 세상’은 음식과 관련된 창의적 실험과 예술가들의 질문을 보여준다. 전시는 음식을 그 이상의 경험으로 풀어내는 프로젝트 ‘A Delicious Life’의 일환으로 디자이너, 사진작가, 도예가 등 9명의 다양한 예술가들이 함께한다.

▲ 크리에이터 그룹 Verythings의 'Research Shelf: Today organic'. 관객들은 캔 위에 쓰인 문구를 읽고 진정한 유기농이란 무엇일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작가들은 파격적인 시도를 통해 음식이라는 일상적인 주제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려 한다. 유지연 작가는 그릇과 차탁(茶托)을 비롯한 부엌 공간 전체를 뜨개질로 구현했다. 털실이 주는 따스한 질감 때문에 관객들은 부엌의 이미지가 주는 향수에 젖을 수 있다. 크리에이터 그룹 ‘Verythings’는 찬장 가득히 쌓여있는 흰색 통조림 캔에 ‘소울메이트’ ‘5분간의 휴식’ 등의 문구를 적어놓았다. 이 문구들은 작가가 생각하는 유기농의 속성을 이름으로 붙인 것이다. 이찬오 셰프는 여러 맛이 나는 캡슐들을 ‘불타는 금요일’ ‘와이프 생일’이라 칭하며 캡슐의 맛과 특별한 날 느끼는 감정을 연관지었다. 작품들은 모두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과 재료들을 비일상적으로 구성해 새로운 의미를 전달한다.

▲ 스튜디오 Zerolab의 '먹방을 위한 테이블'. 먹방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 테이블에 앉아 과자를 마음껏 먹어보자. 사방에 설치된 카메라가 당신의 행동을 다양한 각도로 찍는다.

사람과 음식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도 보인다. 장성은 작가는 고개 숙인 사람의 머리카락을 수프로, 쿠킹포일로 감싼 손을 치킨으로 표현해 사람이 음식의 일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림막이 없는 작가 ‘UZU’의 프로젝트에선 관객들이 직접 밀가루 산을 움직이고 식용벌레들을 만지며 특이한 음식을 만드는 주체가 되는 경험을 한다. 한편 스튜디오 ‘Zerolab’은 지금이 먹방의 시대임을 증명하듯 카메라를 사방에 설치하고 개인방송에 최적화된 식탁을 만들었다. 관객들은 직접 카메라에 등장해 먹방의 주인공이 되고 음식을 이용해 방송의 생산자가 되는 색다른 체험을 한다.

관람객 송윤정 씨는 “음식은 그냥 먹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음식으로도 하나의 작품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사람들한테 (음식의) 편견을 없애주고 시각적으로 다르게 표현하려고 이번 전시를 연 것 같다”고 감상을 밝혔다.

음식의 역사는 곧 인간의 역사다. 그러나 음식이 우리에게 너무나 가까이 있기에 역설적으로 그 의미는 깊이 생각하지 못하게 됐다. 다양한 상상력으로 눈과 혀를 사로잡는 이번 전시로 나의 음식관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보자.

 

사진: 장유진 기자 jinyoojang03@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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