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중심으로 변화하는 대학 장학금, 균등한 교육 기회의 발판 될까
소득 중심으로 변화하는 대학 장학금, 균등한 교육 기회의 발판 될까
  • 대학신문
  • 승인 2015.11.1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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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장학금, 성적 중심에서 소득 중심으로 가나

대학의 장학금은 성적에 기반을 둔 장학금(merit-based)과 필요에 기반을 둔 장학금(need-based)으로 나뉜다. 전자가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주는 성적장학금이라면 후자는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학생을 지원하는 저소득층장학금이다. 최근 대학가에는 성적을 기준으로 지급하던 장학금을 줄이고 저소득층장학금을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장학제도가 대학생의 생활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학생사회는 이러한 대학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성적장학금 줄이고 저소득층장학금 늘리는 대학가

서울에 있는 주요 대학이 장학제도 개편에 나섰다. 대학마다 차이가 있지만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주던 성적장학금을 줄여 소득에 따라 등록금·생활비 지원금을 늘리는 것이 공통적이다. 고려대는 내년을 마지막으로 성적장학금을 전면 폐지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등록금 전액에 매달 생활비 30만원과 기숙사비가, 차상위계층에게는 등록금 전액과 더불어 근로장학생 우선선발권이 지급된다. 이화여대는 2016학년도 입학생부터 성적장학금인 ‘우수2 장학금̓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서강대는 지난해 1학기부터 성적장학금의 비중을 줄여왔으며 가계곤란 학생에게 장학금을 양도할 수 있는 ‘양보제도’를 도입했다. 한양대 또한 지난해 장학금 지급총액 대비 가계곤란 학생에게 지급하는 장학금의 비중을 30%에서 40%로 늘렸다. 서울대도 올해 들어 저소득층 장학금 규모를 늘렸다. 올해 1학기에 선한인재장학금을, 지난 8월에는 총동창회 결연장학금을 신설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지급하는 장학금을 늘렸다. (『대학신문』 2015년 9월 13일 자)

장학제도는 대학생의 피부에 와 닿는 문제인 만큼 이에 대해 학생 사회에선 다양한 의견이 오간다. 일각에서는 장학금이 절실한 저소득층 학생에게 지원을 늘리는 대학의 취지에 공감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고려대와 이화여대에서는 장학금 제도를 바꾸기에 앞서 학생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없었다는 문제가 제기돼 학교 측과 총학생회 사이에 마찰이 빚어졌다. 박희석 씨(고려대 경제학과·13)는 “(저소득층장학금을 늘리는) 취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학생과 직접 관련되는 문제인데 학생 의견을 묻거나 사전 공지 없이 전달하는 방식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학생들이 반발하는 더 큰 이유는 장학제도 개편이 초래할 부작용 때문이다. 성적장학금을 줄이면 전반적으로 학업 성취에 대한 유인이 약해질 뿐 아니라 장학금 수혜 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여전히 장학금이 필요한 중위소득계층 학생이 장학금을 받을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손솔 학생회장(심리학과·13)은 장학제도가 바뀌면서 장학생 비율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성적장학금을 줄이지 않으면서 장학금 총액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희석 씨도 “소득 3·4·5분위 계층이 잘 사는 것이 아닌데 이런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는 것이 어려워졌다”고 우려를 표했다.

 

변화한 한국사회에 적절한 장학금 기준은?

대학에서 저소득층장학금의 비중을 높이는 것은 장학금 분배의 기준이 변하는 시대적 흐름에 기인한다. 과거 대학교육이 팽창하던 시기에는 대부분 학생이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어 성적을 기준으로 장학생을 선발했다. 한편 학비가 오르고 대학교육이 확대된 현재에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지원하는 소득기준 장학금이 더 적절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성적장학금을 유지하는 것이 대학사회에서 빈부격차를 심화시킨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형편이 어려워 아르바이트 부담이 큰 학생보다 경제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상위계층이 학업에 열중해 성적장학금을 받기가 쉽기에 대학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빚어지는 것이다. 반상진 교수(전북대 교육학과)는 “한국에서는 성적 중심으로 장학금을 줘왔지만 이제 소득 대비 비율로 장학금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모든 학생에게 교육의 기회 보장하려면

전문가들은 대학이 성적장학금 축소에 나서게 된 근본 원인은 과도하게 높은 등록금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1989년 등록금 자율화 조치 시행 이후 등록금은 물가상승률보다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4배까지 꾸준히 인상됐다. 그 결과 국내 대학 등록금은 2014년 기준 국립대 연간 평균 418만원, 사립대 평균 734만원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고 수준이다. 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은 “한국 등록금이 저소득층만 부담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일부 고소득 계층을 제외한 대다수 학생에게 부담일 정도로 높다”고 지적했다.

높은 등록금을 두고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하자 정부는 등록금 인하 정책을 시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후보 시절 정부가 직접 재원을 마련해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는 반값등록금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다. 올해 초 교육부는 보도자료에서 정부장학금(3.9조원)과 등록금 인하, 교내외 장학금 등 대학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재정(3.1조원)으로 2011년 14조원이었던 등록금 총액 대비 등록금 부담을 낮춰 반값등록금을 완성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반값등록금 공약의 구체적 내용은 마련되지 않았을 뿐더러 대학이 자체재정을 마련하도록 강제할 수단이 없어 등록금 인하 정책의 전망이 어둡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교육연구소 통계자료에 따르면 ‘7분위까지 반값등록금’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당시 공약 내용은 소득 2분위 이하는 등록금 전액, 3~4분위는 75%, 5~7분위는 50%, 8분위는 25%를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등록금을 사립대 평균 등록금인 734만원보다 낮은 480만원 수준으로 책정한 국가장학금 1유형은 공약의 구체적 내용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더욱이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장학금을 늘리도록 제재·유인할 수단이 없는 것도 문제다. 이수연 연구원은 “등록금 부담 완화를 평가에 반영하는 교육역량강화사업과 재정지원제한대학 사업이 종료되면서 등록금을 낮게 유지할 실질적인 유인책이 없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장학금과 등록금을 둘러싼 논란을 잠재울 근본적 해결책은 명목등록금 인하라고 말한다. 한정된 자원 안에서 저소득층장학금을 늘려 소득 분배 효과를 키우는 것이 일차적으로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고지서에 표시되는 명목등록금을 낮춰 더 많은 학생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수연 연구원은 “장학금 총액은 그대로 두고 성적장학금 일부를 저소득층장학금으로 돌리는 것으로는 실질적인 소득 분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학금 지급 총액을 늘리면서 소득 분배 기능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우선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대학 자체적으로 장학금 재원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송하은 씨(이화여대 관현악과·14)는 “대학이 비공식적으로 갖고 있는 기성회비와 적립금을 학생을 위해 써야 한다”며 학교에서 장학금 재원을 늘려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홍익대는 장학금 지급총액을 늘려 학생들의 호응을 얻은 경우다. 홍익대 장학지원팀 담당자는 “2011년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을 위해 학교에서 추가 재원을 마련해 사실상 반값등록금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자체적인 장학 재원을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교육부가 고등교육 재원을 늘려 대학의 명목등록금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등록금 절반을 교부금 형식으로 지원해 고지서상의 명목등록금을 반감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된다. 조상식 교수(동국대 교육학과)는 “경제 규모는 OECD 평균 이상인데 고등교육 재정은 평균에 못 미친다”며 “대학이 자체적으로 재원을 마련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니 교육부에서 공적 자금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장학제도 개편이 장학금 파이의 분배 조정에 그치지 않고 전체적인 파이를 키워 더 많은 학생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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