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혜비(경제학부·13)

올해 희곡 응모작은 몇 편이었을까?

수상 소식을 듣고 처음 떠오른 생각입니다. 근 몇 년간의 대학문학상 수상작을 살펴보니 희곡이 대상을 받은 건 꽤 오랜만의 일인 것 같습니다. 대상이라 참 좋습니다. 외로운 도전에 대한 응원이 아니고 정말 잘했다는 격려 같아서 그렇습니다.

지난 겨울, 문화자치위원회에서 ‘연극, 직접 쓰고 말하다’라는 기획을 했습니다. 대학문학상 희곡 부문 수상작을 연극으로 올려 대학문학상에 대한 관심도 환기하고 학내 자치문화 활성화에도 기여하려는 의도의 사업이었습니다. 그때 기획안을 설명해주시던 분이 그랬습니다. 사회대연극당도 창작극 많이 하잖아요, 대학문학상에 내셔서 당선되면 지원 받고 연극하세요.

그때 대학문학상을 처음 알고 감히 응모해볼 마음이 들었습니다. 매번 연극할 때마다 하던, 돈은 어떻게 구하나, 그 고민하기 싫어서 그랬습니다. 연극처럼 돈 잡아먹고 시간 잡아먹는 게 또 있을까 싶으면서도, 재밌고 좋으니 계속 하고는 있지만, 그 재밌는 걸 조금만 더 넉넉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세상 살기 팍팍해지는 만큼 비싸지는 건 무대용 합판이 아니고 저희 시간 값입니다. 연극 한 번 올릴 시간의 값이 너무 비쌉니다. 취미 하는 데다 허투루 쓰기엔 너무 비싸서, 귀하게 써야 합니다. 공연팀의 그 귀한 시간을 포스터 가격 걱정에 낭비하기 싫었습니다. 멋진 공연 만들 고민하는 데에나 실컷 쓰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게 제 글을 굳이 문학상에 응모한 솔직한 속내입니다.

저희 시간이 싸구려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싸구려가 돼서 연기하고 연극 관람하고 대학문학상에 낼 만한 글도 좀 쓰고 하는 데에다 펑펑 쓰고 다녀도 되면 좋겠습니다. 대학문학상 응모작이 몇 개 되지 않는 (희)귀한 것이 되는 게 싫습니다. 꼭 연극이 아니더라도, 각자 재밌어 하고 좋아하는 거 하는 데 시간 많이들 써도 괜찮으면 좋겠습니다. 싸구려 시간을 먹고 자란 것들이 널리고 널렸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맛난 것도 계속 먹으면 물린다는데, 물리지도 않아 하며 혹은 않은 척 해주며 제 글을 몇 번이고 기꺼이 읽어준 연우님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보냅니다. 부모님께는 우선 웬 신문사에서 전화가 왔다며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우리 가족 늘 사랑합니다. 마지막으로 제 글을 방금 막 읽으셨을 여러분들 모두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고, 혹시라도 재밌으셨다면 우리 학교에 이것 말고도 좋은 극 좋은 무대 많으니 두레 자주 자주 들려주시면 감사하겠다고, 그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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