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섭(독어교육과·09)

외국에서 당선 소식을 듣습니다. 제겐 다시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쁨이 솟고, 감사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이 석연치 않은 것은 아마도 요즘 들어 더욱 격렬하게 신음하고 있는 세계 때문이겠지요. 세계라고 칭했지만, 이토록 작은 제가 어떻게 그 큰 세계의 결이나 더듬어 볼 수나 있을까요? 다만 정당치 못한 폭압과 본질을 흐리는 부정의와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에 화가 치밀어 오르고, 슬픔과 절망이 그득 가슴에 맺혀 답답증을 겪어내 봅니다.

한껏 절망하면서도, 다시 내부에 고개를 드는 생각은 병들고 미치광이가 되어가는 세계를 포기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내 자신의 힘을 스스로 보잘 것 없다고 여기게 되면, 그때는 정말 아무 것도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눈을 들어 세계를 바라봅니다. 당장은 눈앞에 길이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정직하게 이 소란스러운 시간들을 뚫고 가야겠지요. 이 당선을 계기로 저는 제 야트막한 바탕에, 땅을 일구어 나가기로 합니다. 세계를 조금 더 행복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것들이 자랄 수 있는 환경으로요. 그 일은 시간과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여, 제겐 다시 한 번 굳은 용기와 끈기가 필요합니다.

사람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지요. 보이지 않음에도 늘 변형되고, 비워지고 채워지고, 어디론가 달려가고 멈추고. 늘 그렇게 사랑과 미움의 이름으로 운동하고 있는 것. 현재,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그 마음을 위해서입니다. 마음을 관찰하고, 마음의 생김새를 그려봅니다. 어쩌면 신음하고 있는 세계의 일도 머리가 아닌, 마음이 행하는 것이 아닐는지요. 세상에 그 어떤 것도 아닌 마음, 마음에게 다가갈 수 있다면, 저는 얼마나 큰일을 해낸 것인지요!

글쓰기는 제 안에 나서, 풍파에도 스러지지 않고 우뚝 솟아 저를 지켜준 것입니다. 저의 바탕이자 기둥인 것이지요. 오래 되지 못하고, 금방 휩쓸려 가버린 욕망들에도 유일하게 남아 저를 지켜주었습니다. 다짐컨대, 저의 현재가 지속된다면, 저의 글쓰기도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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