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회 대학문학상 희곡 및 시나리오 부문 가작
제57회 대학문학상 희곡 및 시나리오 부문 가작
  • 대학신문
  • 승인 2015.11.22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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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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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규

 

무대 위에 객석을 향해 거울유리로 된 창이 있고 옆으로 문이 난 취조실이 있다. 무대 뒤에서부터 시끌시끌하더니, 아직 어둑어둑한 무대를 지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두 명이 취조실로 들어간다. ‘이 새끼 저 새끼’ 하는 것을 보니 형사와 범인인 것 같기도 하다. 취조실엔 노란 조명 하나만이 역광으로 켜져 사람들의 형체를 알 수 없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지만 관객석까지는 아무런 소리도 닿지 않는다. 잠시 뒤, 배불러 보이는 형사 둘과 순경 한 명이 대화를 나누면서 들어온다.

 

순경 : ……. 그러니까 임마가 탈옥수라고 도청에서 바로 신고가 들어 와가 잡았거든요?

형사1 : 도청에?

형사2 : 왜 도청에서 신고가 오고 그러냐?

순경 : 아 이기 군수님 댁에 콤퓨타인가 뭔가 설치하러 드간 아였는데, 이기 군수님이 딱 보이까네 테레비에서 많이 봤다 이깁니다. 그래가 원래는 저 짝에 가까운 서로다가 연락이 가야 되는 긴데 도청 내선으로다가 직통연락이 왔뿌니까 좀 더 큰 이 짝으로 연락이 왔다 아임니꺼.

형사1 : 됐고, 잡혀온 녀석이 탈옥한 놈은 맞나? 야 최 형사 수배전단 가져와봐 확인해보게.

형사2 : 그거 제가 버렸던 거 같은데요.

형사1 : 얌마 그걸 왜 버려……. 게시판에 붙어 있는 걸?

순경 : 아! 행님요, 그기 말임다. 이기 이번에 서에 리모델링……. 거 여기저기 문짝도 바꾸고 하믄서 서 대청소를 삭 했다 아입니까? 그 때 중국집 찌라시 같은 거는 다 버맀거든요. 그 통에 수배전단도 최 형사가 모르고 삭 다 버리뿠는 모양이지요.

형사1 : 에라이 씨. 그걸 버리면 어떡해 임마!

순경 : 하이고 최 형사님이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꼬 그란 걸 우짭니꺼.

형사2 : 아 죄송합니다. 그거 다 버리는 건줄 알고……. 어차피 잘 잡히지도 않고…….

형사1 : 으유……. 하긴 생긴 게 비슷하잖아. 짱깨 찌라시나 수배 찌라시나. 별 시덥잖은 것들 이 메뉴로다가 쫙 나와 있고.

순경 : 그래도 마 용의자야 다 안다꼬 잡아 족치다 보면 알아서 쫄아가 다 안 불겠심니꺼?

형사1 : 아 잠 와 죽겠네. 다음부터는 짱깨 말고 딴 거 시켜 먹자. 미원 때문인가 잠이 막…….

형사2 : 그래도 미원이 들어가야 이게 제 맛이 나죠. 없으면 심심해서 못 먹어요. 배달 메뉴도 몇 개나 있다고. 겨울에 냉면 시켜먹을 수도 없고.

순경 : 그러면 여는 형사님들한테 맽기 놓고 지는 순찰 갑니다!

형사1 : 서장님은 어디 갔어?

순경 : 군수님 놀래가 잠깐 기절해서 입원하셨다고 문안드리러 갔심더.

형사2 : 아직 탈옥수 맞는지 아닌지도 모른다며?

순경 : 그래 말이에요……. 그래도 생긴기 무섭게 생겼으니 그라는 갑지요. 지도 아직 금마 못 봤으요. 잠바 덮어쓰고 드가는 것만 봤지. 저 드가 확인해 보이소. 아 맞다, 맞다. 지금 취조실에 누구 드가 있는 거 같지요?

형사2 : 그런 거 같네? 저기 사람 들어간 거 거의 반년 만에 본 거 같네?

형사1 : 불 켜져 있구만. 야 저기 청소는 했냐? 먼지 폴폴 날 걸?

순경 : 이번에 김 노인 형사 은퇴하고 새로 발령받은 신입형사가 아까 행님들 식사하시는 동안에 왔그든예. 아마 먼저 데리고 드가서 취조하고 있을 낍니더.

형사1 : 신입형사? 온단 말 없었잖아.

순경 : 왜 없으요. 저번 주부터 서장님이 경찰대 나온 엘리트가 오시네 머네 머라머라 캤는데.

형사2 : 경찰대는 무슨 씨팔. 생긴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학교가. 나이도 나보다 한참 어리겠네? 누구는 뭐 대학교 못가서 바로 여기 온줄 아나.

형사1 : 못 간 거 맞잖아. 재수까지 했다 때려 친 놈이. 그리고 말조심해. 우리보다 높은 사람일 수도 있어. 경찰대 출신이면 바로 반장으로 뛸지도 몰라.

형사2 : 선배. 거……. 참. 텃세도 모르세요? 나중이야 어찌됐든 일단은 세게 나가야죠.

형사1 : 임마, 세게 나가는 거랑 예의 차리는 건 다른 거야. 우리보다 어리고 후배니까 반말을 하되, 계급은 어찌될지 모르니까 친절하게!

형사2 : 영 마음에 안 드네요.

순경 : 으흠 지는 마 인자 순찰 갑니더.

 

순경 퇴장하고, 두 형사는 소파에 편히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형사2 : 아무튼 그럼 우리 엘리트 아저씨 취조 솜씨 한번 구경해 볼까요?

형사1 : 아 쫌만 쉬었다 일어나자. 배불러서 못 일어나겠다.

형사2 : 선배님 늙었네.

형사1 : 뭐 임마.

형사2 : 배 봐요 배. 하 참 운동도 좀 하시고 하지. 그러다 훅 가요. 진짜.

형사1 : 너 지금 나 김 노인 취급 하냐.

형사2 : 에이 김 선배님이랑 선배랑 몇 살이나 차이 난다고 그러시나.

형사1 : 왜 삼년이나 차이나잖아.

형사2 : 세 살 차이밖에 안 나네요.

형사1 : 최 형사, 너 나랑 한 살 차이 아니냐?

형사2 : ……. 저는 국민학교 일찍 들어갔으니까 두 살 차이죠.

형사1 : 두 살 젊어 좋겠다. 짜식아.

형사2 : 좋지요. 형사 인생이야 1년이 10년 같이 지나가는데 2년이면 어마어마하죠. 주름살도 봐요. 내가 선배보다 훨씬 팽팽하지.

형사1 : 아.. 저 미장원 가서 머리 볶고 미스코리아 나가라 새끼야.

형사2 : 이 후진 동네에 제가 진은 못해도 선은 따죠.

형사1 : 지랄하네, 지랄해.

 

형사2 웃으면서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려 라이터를 몇 번 튕긴다. 불이 쉽사리 켜지지 않다가 라이터에 불이 붙는 순간 모든 불이 꺼지고 라이터 불만 외롭게 타고 있다.

 

형사1 : 뭐야 이거. 정전인가?

형사2 : 어허 이거 참.

 

그 때 취조실 쪽에서 우당탕 소리와 주먹다짐 하는 소리, 신음소리, 책상이며 의자가 뒤집어지는 소리 등이 난다.

 

형사2 : 뭐지? 취조실 쪽인가?

형사1 : 에이씨 아까 그 놈이 이 틈에 빠져 나갈려는 모양이네.

형사2 : 개 버리지 같은 새끼.

형사1 : 랜턴 찾아봐 거기 어디 있을 걸?

 

형사2가 랜턴을 찾아 켜는 순간 모든 불이 환하게 켜지고, 취조실 안쪽도 비로소 밝게 보인다. 거울유리 너머로 두 명의 사내가 난장판 속에 일어나는 것이 보인다. 두 사내는 바깥이 보이지 않는다. 사내2는 수갑을 차고 있다.

 

형사1 : 너는 타이밍이 진짜 참.

형사2 : 이쪽에 수갑 찬 양반이 탈옥수신가?! 여기는 신입?

사내1 : 아 그게……. 저 놈을 탈옥수라고 단정 짓기는 아직 좀 그렇구요, 용의자정도로 해두죠.

사내2 : 야 너 나한테 그런 거야? 이거 완전 미친놈이네? 저기요. 이 새끼가 용의자예요. 순 또라이 같은 새끼!

형사1 : 수갑 차고 있는 새끼가 범인이지 무슨 소리하는 거야?

사내2 : 아니 그게……. 저도…….

형사2 : 이 씨발! 책상 누가 부쉈어? 니스 칠 한지 얼마나 됐다고…….

형사1 : 이 쉐끼들, 확 둘 중에 누군지 용의자 쉐끼는 하여튼 기물파손에 공무집행 방해도 추가될 줄 알아.

사내2 : 아까! 아까 정전됐을 때 갑자기 제 손목에 누가 수갑을 채웠어요!

형사2 : 참 나 이 안에 너랑 쟤 말고 누가 있냐?

사내2 : 아 형사님들 그러니까 저 놈이 말입!…….

 

사내1이 입을 능숙하게 틀어막더니 손수건을 입에 넣는다.

 

사내1 : 밖에 계신 선배님들? 이건 뭐 들으실 필요도 없습니다. 반갑습니다. 이번에 신입으로 온 강 형사입니다.

형사2 : 저거 믿어도 되는 거예요?

형사1 : 어……. 그래 반갑네.

형사2 : 아이 형님! 응, 그래……. 얘긴 들었어……. 요. 경찰대 출신이라고 들었습니……?

사내1 : ……. 아 네. 그렇습니다. 졸업한지 2년 됐습니다……. 말 놓으셔도 됩니다. 아직 정식으로 계급장 받은 것도 아닌데요 뭐…….

형사1 : 아무튼 새로 들어오자마자 참 서에 불 나가고 별 희한한 꼴을 다 비이네.

형사2 : …….

사내1 : ……. 아 그리고 이놈은 서 내에 수배전단이 없어 몽타주가 안 나와서 그렇지. 근처 서에서 몽타주만 넘어오면 바로 구속시키려고 했습니다.

형사1 : 뭐……. 사건 정황 같은 거는 파악이 다 됐나?

사내1 : 네……. 뭐 이놈이 신분을 숨기고 컴퓨터 수리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하필이면 군수님 댁에 들어간 거죠. 아직 탈옥해서부터 지금까지 어디서 지냈나 하는 건 밝혀진 게 없구요……. 뭐 어디 호구 같은 친구 집에서 지냈는지…….

형사2 : 그럼 지금 조사하면 되겠네? 나 지금 들어갈게?

 

형사2가 취조실 문을 열어보지만 잘 열리지 않는다.

 

형사2: 어라 이거 왜 안 열려……? 전동 잠금 시스템인가 뭔가 설치한지 얼마 안 됐잖아요?

형사1 : ‘전동’ 시스템이니까……. 정전돼서 고장 났는가보지.

형사2 : 에이씨 참. 취조하는 게 벌써 근 반년만이니 문이 고장인지 뭔지 알 수가 있나.

사내1 : 그럼 저 아직 못 나가는 겁니까?

형사2 : 왜? 나와서 빨리 튀고 싶어? 너 자꾸 수상해?

사내1 : 아 그런 건 아니 구요…….

형사1 : 어허 참 왜 그래? 신입이 첫 근무부터 고생하니 답답할 수도 있는 거지.

형사2 : (속삭이며) 선배님. 저 새끼 말 다 믿으면 안돼요……. 우리 아직 신입 얼굴도 모르잖아요.

형사1 : 얼굴이야 계속 보고 있는데 왜 몰라.

형사2 : 아이 참 그 말이 아니고 저 사람이 그 신입인지 아님 용의자인지 어떻게 아냐구요.

형사1 : 아……. 그래 그렇지.

형사2 : 아니 여태 제 말을 뭘로 들으신 거예요?

형사1 : 야 임마 그러는 너는 아까 너는 경찰대 나온 놈 실력 좀 보자니 어쩌니 하더니 그동안에 신입 얼굴도 안 보고 뭐했냐? 후배에 대한 그만한 애정도 없어?

형사2 : 어허 참 선배님?! 아까 전부터 짱깨 먹고 배부르다고 쇼파에 앉아 계시던 게 누군데요? 제가 취조실 한번 들어가 보자니까 좀만좀만 해놓으시고는?

형사1 : 너 이 새끼 선배한테 하는 소리가 참 불손하구나?

형사2 : 제가 틀린 말 했어요?

형사1 : 음……. 너 잠깐 이리로 와봐.

 

두 형사가 급작스럽게 몸싸움을 한다. 그걸 거울유리에 딱 붙어서 소리를 들어보는 사내1, 그 뒤로 사내2가 손수건을 어렵사리 내뱉는다.

 

사내2 : 저기요! (다들 놀라서 쳐다본다) 제가……. 제가 강 형사입니다. 저 놈이 용의자구요. 저 좀 빨리 내보내주세요. 이 피도 눈물도 없는 새끼가 지 살자고 이빨 까는 거라니까요!

사내1 : 하하하……. 선배님들 이 놈이 지금 헛소리하는 거거든요? 가만……. 이 새끼 주둥아리를 다시 막아야…….

형사2 : 가만있어 임마! 입을 왜 막어? 니가 형사면 저 놈이 뭐라고 하든 반박할 수 있을 거 아냐? 내버려둬.

사내2 : 그래! 이 새끼야 반박해봐. 반박! 씨팔 비겁한 놈.

형사1 : 우리가 너희들 얘기를 차근차근 듣고 판단을 할 테니까 둘 다 의자에 좀 앉아봐.

형사2 : 둘 다 의자에 앉아. 그리고 내 눈 똑바로 봐.

사내1 : 죄송한데 이쪽에서는 두 분이 안 보이는 것 같습니다.

형사2 : 아 그렇지. 아무튼 유리쪽을 봐……. 둘 중에 누가 용의자이던지 내 눈은 못 속여. 지금 내 눈에서 불 나가는 거 보이냐?

형사1 : 저 쪽에서는 여기가 안 보인다잖아.

형사2 : 아무튼 불타고 있어 지금. 강 형사!

사내1 : 네!

사내2 : 네!

형사1 : 왜 둘 다 대답해?

사내2 : 네?

형사2 : 어? 너! 왜 방금 움찔했어? 대답하는 척한거야?

사내2 : 아뇨. 절 불러서 대답했는데 뭐라고 하시니까…….

사내1 : 이건 뭐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말에 벌써 자신감이 없잖아요. 제가 강 형사입니다.

사내2 : 뭐?

사내1 : 수갑을 안 채웠다가 정전된 틈에 채운 건 사실입니다. 도망갈까봐서요. 취조실이라 방심하고 있다가 정전이 되기에 재빨리 손을 낚아채서 수갑을 채웠죠. 그걸 가지고 우길 참이면 저 새끼는 한참 모자란 새끼인 겁니다.

사내2 : 와……. 거짓말이 흘러내리네, 아주. 일단 취조실에 들어올 때 수갑을 안 채운다는 게 말이 안 되죠. 이놈이 수갑을 차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아까 점심 때쯤인가 설렁탕 먹을 때 잠깐 풀어주고 얌전하기에 가만히 놔둔 거거든요? 정전되자마자 이때다 싶어서 여기 바지춤에 걸려있던 제 수갑을 뺏어서 제 손에 채운 겁니다. 또 아까 저놈이 몽타주 어쩌구하던데 무슨 자신감으로 저러는지……. 거긴 분명 저 놈 얼굴이 똑똑히 박혀있을 겁니다.

형사1 : 어……. 나는 잘 감이 안 오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형사2 : 음……. 일단 이건 확실히 하자. 아까 니가 취조실 들어갈 때 수갑을 안 채우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했는데……. 사실 그건 자주 있는 일이야.

형사1 : 그렇지.

형사2 : 서 안에서 도망가봤자 별 수 있어? 밖에 순경도 있고 나도 있고.

형사1 : 나도 있어.

사내2 : 저기요……. 제 말의 요지가 그게 아니잖습니까!

형사2 : 아니 그냥 혹시나 둘 중에 누가 신입이던지 간에 이 서에 대해서 너무 빡빡하게 생각하는 오해를 하지 말았으면 해서 짚고 넘어 가는 거야.

사내1 : 아 네, 물론입니다, 선배님. 오해라니요. 통상적으로 있는 일이죠.

형사2 : 넌 이 능글맞은 놈아. 니가 진짜 형사라도 난 니가 싫을 거 같다. 묻는 말에만 대답해라.

형사1 : 난 마음에 드는데.

사내2 : 저 놈이 항상 저런 식이에요. 자꾸 누구 비위를 맞춰서 저를 나쁜 놈으로 몰고 간다니까요? 아마 평생을 저러고 살았을 놈입니다.

형사2 : 너! 넌 경찰대 몇 기야?

사내2 : 2기요.

사내1 : 아닙니다. 1기입니다.

형사1 : 야. 경찰대가 생긴 지 얼마나 됐다고 기수로 물어보냐? 그리고 니가 들으면 알아 몇 기인지?

형사2 : 아뇨……. 그냥 기습적으로 물어본 겁니다……. 어 그럼……. 뱃지 받았겠지? 뱃지 보여줘 봐.

사내1, 사내2 : 아직 못 받았는데요.

형사1 : 아이씨 일처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야 이 순경!

형사2 : 이 순경 순찰 갔잖아요. 아 그래 이 순경! 이 순경 어떻게 생겼는지 묘사해봐. 아까 분명 용의자 새끼는 잠바 뒤집어쓰고 들어왔다고 했거든요?

사내1 : 키는 별로 크진 않으시고, 얼굴도 그냥 아주 못생기진 않았고, 사투리 심하시고.

형사1 : 이 순경이 키가 별로 안 크나? 나랑 비슷한데?

형사2 : 그러니까요. 선배님이 별로 큰 편은 아니지요.

형사1 : 그렇게 작은 편은 아닌데…….

사내2 : 아까 순경 제복 입고 있던 분 말씀하시는 거죠? 되게 평범하게 생기셨고, 목소리가 특이하시고, 어……. 그리고……. 아! 별로 잘생긴 편은 아니셨습니다.

형사1 : 이 순경 정도면 잘생겼지.

형사2 : 허허 참 내 이 순경이 뭐가 잘생겨요.

형사1 : 왜? 나는 이 순경 같은 얼굴 참 좋아해. 참 시원시원하게 생기고 좋던데. 사윗감이지 아주.

형사2 : 에이 사윗감인 거랑 잘생긴 거랑은 또 다른 거죠. 게다가 전국 사윗감들 씨가 말랐나? 만날 룸싸롱 들락거리는 속물 같은 놈을 무슨.

사내2 : 이 동네에 룸싸롱이 있어요?

형사2 : 넌 그게 지금 궁금하냐. 이 새끼야?

사내2 : 아니 누가 간댑니까? 그냥 있다고 하니까…….

사내1 : 전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형사1 : 아 회식하고 하면 갈 수도 있지. 저번에 서장님하고 갈 때는 너도 암말도 안 하더만. 왜 이제 와서 그래?

형사2 : 아이 씨 서장님 계실 때는!……. 하……. 이렇게 해서 언제 누가 형사인지 밝혀요.

형사1 : 안 밝혀도 되잖아 실은.

형사2 : 무슨……. 말이에요?

사내2 : 형사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형사1 : 좀만 있으면 이 순경 올 텐데 이 순경이 보면 딱 알겠지. 그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 거잖아.

사내1 : 음……. 그렇게 하시죠.

사내2 : 그렇게 하시죠? 웃기는 새끼네……. 사실 후달리는 건 너잖아? 이 자식아.

사내1 : 아뇨 뭐 별로……. 그 쪽이야 말로 뭐 쫄리는 거 있으신가 봐요? 어떻게든 나가려고 버둥거리시는 거 보니.

사내2 : 흥 두고 보자 너. 버티다가 보면 후회하는 놈이 결국 너라는 걸 너 자신도 알고 있을 거다. 비겁한 새끼.

사내1 : 선배님 이 놈이 자꾸 찔리는 게 있는지 떠드는 데요.

형사2 : 너나 조용히……. 하 네 일단 그럼 기다리죠.

사내2 : 저.. 저기요? 저기요? 형사님?……. 형사님?

형사1 : 커피나 시켜먹자…….

 

두 형사 쇼파에 다시 앉고 느긋하게 기다린다. 수갑을 찬 사내는 다급한 듯이 유리를 자꾸 두드리지만 아무 대답도 없다.

 

형사1 : 이 순경! 커피 둘!

형사2 : 이 순경 순찰 갔잖아요.

형사1 : 뭐야? 아 그렇지……. 네가 시켜!

형사2 : 예……. 다방 전화번호가……. 아나 립스틱 뭐야 이거…….

 

형사2가 점퍼 안주머니에서 촌스러운 명함을 꺼내서는 전화를 건다.

 

형사1 : 설탕 안 갖고 와도 된다 해라. 네 말대로 살 좀 빼야겠다.

형사2 : (잘 못 듣고는) 뭐라고 하셨어……. 여보세요? 안개다방이죠? 류 마담? 네 여기 경찰서인데요. 네? 오빠라니요. 저보다 연세도 많으신 분이.(수화기에서 소리를 지르는 듯 귀를 막는다.) 아 아니에요. 미안합니다. 커피 둘이요……. 네. 미스변이 가져오나요?

형사1 :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설탕 안 갖고 와도 된다하라니까!

형사2 : 설탕 없어도 된대요. 부탁합니다!

 

형사2가 전화를 끊는다.

 

형사1 : 새끼가 쓸데없는 소리하고 있어. 아까 룸싸롱 어쩌구 하니까 표정 찡그리던 놈이 ‘미스변이 가져오나요?’ 같은 소리하고 있네.

형사2 : 아니 뭐 누가 연애한답니까? 그냥 보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형사1 : 아오…….

 

전화가 울린다.

 

형사1 : 야 너 뭐 빠뜨렸나보다. 주소 얘기했나?

형사2 : 경찰서 주소를 모를 리가…….

 

형사2 급하게 수화기를 든다.

 

형사2 : 어, 류 마담? 네? (깜짝 놀란다.)아 박 검사님! 아 아닙니다. 그냥 아는 이모예요……. 네 네 아 예 예 지금 조사 끝나갑니다. 네? 네 물론이죠. 확실합니다. 이 놈 맞아요……. 아이 아닙니다. 군수님이 잡으신 거죠. 뭐.. 허허……. 네, 네……. 내일 언론사에서……? 아 네 서장님께 전해드리……. 아 네……. 예 알겠습니다. 그럼 들어가십쇼…….

 

형사2 전화를 끊는다.

 

형사1 : 뭐래? 박 검사가 웬일이야?

형사2 : 아 그게 지금 저희가 데리고 있는 용의자 바로 내일 언론 인터뷰 넘기고 구속 절차 밟는거 보도한다고……. 도경으로 데려오라는 데요…….

형사1 : 뭐? 도경찰서? 몇 시까지?

형사2 : 네시까지…….

형사1 : 지금이 몇 신데?

형사2 : 한 세시쯤 되지 않았나…….

형사1 : 빨리 보내야겠네……. 뭐해 나가서 차에 시동 걸지 않고?

형사2 : 선배……. 사실 우리 아직 저 중에 누가 용의자인지, 그리고 그 용의자가 탈옥수가 맞는지 아닌지도 모르잖아요…….

형사1 : 아 그랬지 참……. 야 이 미친 새끼야 그걸 어쩐다고 범인이 확실하다니 뭐니 지껄였어 지껄이기를!?

형사2 : 아 그게 막상 박 검 전화 받으니까……. 뭔가 말은 해야겠고…….

형사1 : 야 임마 만에 하나 둘 중에 잘못 보내면……. 아니 잘못 보낸 건 차라리 낫지. 알고 보니까 탈옥수 아니면 어쩔래? 군수님 어? 당장 오늘 저녁부터 탈옥수 잡았다고 여기저기 언론 떠들어댈 텐데, 그냥 민간인이면?! 에라이 새끼야.

형사2 : 아니 그러시면 선배님이 전화 받아서 잘 처리하지 그러셨어요? 맨날 귀찮다고 남 시키시면서!

형사1 : 뭐야? 너 나랑 또 한 다이 뜨자는 거야?

형사2 : 아뇨, 밝혀내면 되잖아요! 밝혀내면! 일단 저 둘 중에 누가 신입형사인지부터 가려내고, 같이 조사해서 넘겨버리면 되는 거 아녜요?

형사1 : 찾아봐 그럼 가서!

사내2 : 어……. 저기요? 저희도 안에서 다 들었거든요? 그냥 시간 낭비니까 저 빨리 풀어주시고 옆에 얘 좀 빨리 수갑채워주세요. 맹세코 저 놈이 용의자고 탈옥수 맞습니다. 저 나불대는 아가리도 좀 막아버립시다 좀.

사내1 : 선배님들.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이 어두운 데서 수갑을 맘대로 채웠다 풀었다 하는 게 말이 됩니까? 더 지켜볼 필요도 없어요. 빨리 이 놈 데려다 넘깁시다. 이 놈 입도 좀 막고요.

사내2 : 이 새끼가 진짜? 야 너 자꾸 이러기야? 너 이래가지고 나아질 거 하나도 없어!

사내1 : 무슨 말씀하시는 건지 모르겠네요. 형사가 범인 대하는 게 뭐 어때서요.

사내2 : 아니야……. 다 밝히자 그럼. 사실요. 이 새끼가 범인이구요. 저는……!

형사2 : 조용히 해 봐 좀. 다 생각이 있으니까. 그 뭐냐……. 신입이면 이쪽 서로 오면서 공문 같은 거 떼 왔을 거 아녜요? 그거 어디 있지...?

형사1 : 공문? 모르겠는데……. 아까 이 순경이 갖고 있던 거 같기도 하고…….

사내1 :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이 순경님 책상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쪽 책상 한번 가보시죠.

형사1 : 여기 있네. 신상명세서.

형사2 : 주민등록번호 없어요?

형사1 : 팩스가 영 신통치 않으니 잘 안 보인다……. 딴 건 다 보이는데……. 보자. 이름 강어……. 이게 무슨 한자지, 아무튼 너 몇 년생이야?

사내2 : 어디 보자……. 62년생이요!

사내1 : 거기 어떻게 나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61년생입니다.

형사1 : 여기는 62로 돼있는데? 이거 봐!

사내1 :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 안에서는 밖이 안 보입니다……. 그리고 전 61년생이 맞아요.

형사2 : 너 이 새끼 딱 걸렸어!?

사내1 : 제가 말씀 드렸잖습니까! 거기는 어떻게 나왔는지 잘 모르겠다고. 확실히 전 61년생입니다. 출생 신고가 어떻게 돼있는지는 확인해본 적이 없어요.

사내2 : 이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자기 신상명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전 확실하게 알아요. 62년생으로 돼있다고요. 아파서 출생 신고 늦게 하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어디 저게 아팠을 얼굴입니까?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뺀질이가?

사내1 : 이상하게 보이는 거 압니다. 하지만 사실 이건 의미가 없어요. 아까 형사님들과 대화하면서 제가 경찰대 1기……. 저 놈은 2기라고 했지만, 아무튼 얘기했고, 졸업한 지 2년 됐다는 얘기도 제가 하지 않았습니까? 그걸 듣고 역으로 계산한 겁니다 저 놈이.

사내2 : ……. 참 내 말도 안 되는 소리에요. 전 재수를 했습니다. 경찰대 2기 졸업도 맞고요. 그리고 이 어지러운 와중에 그걸 계산할 위인은 못 됩니다.

형사1 : 야 경찰대 1기 졸업이면 학번이 어떻게 돼?

형사2 : 81 아니……. 80 인가?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저도 고졸인데.

형사1 : 그럼 애초에 왜 물어봤어 그걸?

형사2 : 한 놈 정도는 아예 답이 멀리 갈 줄 알았죠…….

형사1 : 허 참 미치겠네.

형사2 : 아 이 새끼들 진짜 헷갈리게 하네……. 그냥 둘 다 보내버리면 안 돼요?

형사1 : 거 기자들 다 보고 그럴 텐데 폼이 좀 아니지……. 박 검한테 한 소리 들을 거야.

형사2 : 거기 부모 이름 같은 거 없어요?

형사1 : 왜 없어. 있지……. 근데 못 읽겠어. 다 한문이야. 어려운 글자야.

형사2 : 이리 줘 봐요. 아 이 씨 이게 뭐가 어려워요? 강 영수! 아버지 강 팔만 어머니 박 월순!

사내2 : 저기요! 그걸 그렇게 크게 읽으면 어떡합니까? 이제 저희 엄마 아버지 이름으로도 구분 못 하잖아요. 아이고 저 비열한 새끼가 다 들어버렸네 이거!

사내1 : 우리 부모님이거든요? 이 사람이 효도의 기본이 안 돼있는 사람이네. 남의 아버지 어머니 갖다가 자기 맘대로야.

형사1 : 왜 그걸……! 하 가만 있어봐……. 벌써 세시 반이네……. 이거 도경까지 가려면 십분 내로는 출발해야 돼.

형사2 : 아 그럼 어떻게 해요? 물어볼 것도 다 떨어졌고. 서장님도 오늘은 안 오실 거 같고. 이 순경도 다섯시는 돼야 올 텐데…….

 

그 때, 미스변이 커피를 들고 들어온다.

 

미스변 : 오빠야. 내 왔다!

형사2 : 어, 미스변.

형사1 : 늙은 오빠는 오빠로도 안치는 가보지?

미스변 : 얼레, 아이씨도 있었네? 근데 여서 뭐해? 이 얼라들은 뭐고?

형사2 : 아 그게 실은…….

형사1 : 니 확 마 조용히 안 하나?

미스변 : 왜 그래, 우리 서울에서 온 오빠야한테?

형사2 : 여기 온지 벌써 몇 년짼데..

형사1 : 서울에서 온 오빠야가 일 다 망쳤다.

미스변 : 와그라는데? 무슨 일인데?

형사1 : 지금 여기 취조실 안에 둘이 있잖아? 둘 중에 하나는 탈옥수고 하나는 신입형산데……. 둘 다 지가 신입형사라고 지랄들을…….

미스변 : 군수님이 잡았다고 뉴스에 나오던 금마?

형사2 : 미스변 그거 뉴스 봤어? 얼굴 보면 알겠어?

미스변 : 아이 본건 아니고……. 그냥 귀로 들었다……. 다방에서 아자씨들 말고 테레비 보는 사람이 어딨노! 맨 동네 시덥잖은 오빠야들 커피 멕이주고 말 장난 받아주고 하다보면 어느 정신에 테레비 느긋하이 보고앉아 있는다꼬. 그냥 드가서 바른 말 할 때까지 줘 패뿌지? 야! 이 호로새끼들아, 어느 마가 드러븐 놈이고? 얼래? 이기 와 안 열리노?

형사2 : 문 고장 났다.

미스변 : 거 오빠 들고 있는 거 뭔데? 등본 같은 거 아이가?

형사1 : 신상명세. 거기 있는 건 다 물어봤어.

미스변 : 엄마야, 오빠 이거 봐라. 신입 형사 본적지가…….

 

형사2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갑자기 미스변의 입을 틀어막는다.

 

미스변 : 오빠야 니 아직 이것도 안 물어봤나? 하……. 한심타.

형사2 : 니들 어디서 태어났어?

미스변 : 대답 단디해잉. 내는 써비스 종사자라서 잔대가리 어디로 굴러가나 귀신같이 잡아내. 저 수갑 찬 아부터!

형사1 : 이봐. 거기 수갑. 니가 강 형사라면 똑바로 답해봐. 고향이 어디지?

사내2 : 아……. 그게요, 그 경상남도 쪽에……. 그…….

미스변 : 왜 대답이 늦어?

사내2 : 아 지금 말씀 드리잖아요! 경상남도……. 산골에…….

미스변 : 하이고! 임마네!

형사1 : 야, 강 형사. 저 놈 연행할 준비해.

사내2 : 저기요! 저 범인 아닙니다! 이 놈이에요! 아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야! 너는 뭐 알어? 으……. 너 나한테?! 제가 실은…….

 

사내1 손수건으로 다시 사내2의 입을 틀어막는다.

 

미스변 : 캬 몸 놀림 봐라. 점마가 힘 좀 쓰는 거 보이 형사가 맞기는 맞네!

사내1 : 감사합니다. 미스변이라고 하셨나요?

미스변 : 맞아예. 안개다방 막내 미스변입니더. 아까 보니까 여서 나고 자란 동향이던데 인자는 오다가다 자주 뵙겠네예.

사내1 : 네 맞습니다. 그래서 이 동네로 발령 받고자 했던 거구요. 늦게나마 밝혀져서 다행입니다.

미스변 : 커피 같이 드시믄 좋은데 문이 고장나가 우짜노.

사내1 : 한번 이리저리 고쳐보죠 뭐.

형사1 : 그래 반갑네. 강 형사. 문 고치고하면 바로 그 놈 넘기러 가자구.

형사2 : 그래……. 반가워.

미스변 : 자, 이제 커피 맹글어줄게.

형사1 : 너는 다 밝혀졌는데 왜 그렇게 인상을 찌푸리고 그래?

형사2 : 아니 좀 피곤해서 그래요.

미스변 : 오빠 니 피부 억수로 상했다.

 

두 형사 피곤한 듯이 쇼파에 앉고, 사내1이 사내2를 묶어 놓고는 문을 이리저리 열어본다.

갑자기 잠겼던 문이 열린다.

 

사내1 : 어라? 이거 제가 고친 거 같네요?

형사1 : 어? 잘했어.

미스변 : 자는 마 솜씨도 좋네! 이리 와서 같이 커피 잡사요.

형사2 : 최신 전동 시스템 어쩌구 하더니 제 멋대로 되다가 안 되다가! 참 내.

사내1 : 아 이제야 얼굴 보고 인사드리네요. 반갑습니다. 선배님들. 아깐 제가 좀 흥분해서 무례했습니다.

형사1 : 아냐 괜찮아. 고향 서에 내려오자마자 다짜고짜 범인이니 뭐니 해대니 그럴 수도 있지. 고생했어.

형사2 : 아무튼 고생 많았어. 아까 말 심하게 한건 미안하네.

형사1 : 오늘은 원래 전입신고만 하고 퇴근해야 맞는 건데 지금까지 참.

형사2 : 첫 출근이 좀 스펙타클했지? 아 맞다. 오늘은 어디 저 쪽 호수 여관에서 자나?

사내1 : 아……. 네, 아직 집을 못 구해서요.

미스변 : 거기 여관 좋아예. 우리 삼촌이 하는 데라 미스변이 추천하드라 카면 서비스로 짜장면이나 커피도 시켜주고 할기라예.

형사2 : 아무튼 오늘은 먼저 퇴근하는 걸로 하자구.

형사1 : 그래 너 저 놈 데리고 도청 가는 길에 여관에 강 형사 내려주고 가지.

형사2 :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어요. 가자 강 형사. 쟤 데려갑시다.

사내1 : 네 감사합니다.

형사1 : 아니면 이따가 회식이라도 할까 간단하게? 계급장 받기 전에 선배 대 후배로.

사내1 : 회식이요? 좋죠.

미스변 : 회식은 그럼 우리 이모부 곱창집에서 해라. 형사님들 잘 해주라고 전화 해놓을께.

형사2 : 그래 그럼……. 저 도청 갔다가 바로 다시 올 테니까 선배님은 이 순경이랑 교대하고 바로 나오세요. 그럼 자넨 좀 쉬다가 나오면 되겠네.

형사1 : 어 그래.

사내1 : 네.. 그럼 전 여관에서 좀 씻고 기다리겠습니다.

형사2 : 선배님 저희 먼저 가요?

형사1 : 어 그래.

사내1 : 이따 뵙겠습니다.

 

형사2가 사내2를 데리고 나가고, 그 뒤를 사내1이 쭈뼛쭈뼛 쫒아간다.

 

미스변 : 커피 다 드셨지예?

형사1 : 어 그래.

미스변 : 치워뿌도 되지예?

형사1 : 어……. 그래.

미스변 : 뭐고……. 대답이……. 아이씨 내 간다!

형사1 : 어 그래.

미스변 : 하! 끝까지!

 

미스변 퇴장. 형사1은 피곤한 듯이 소파에 거의 누운 듯 앉아있다. 한참 코를 파고 담배를 뒤적거리며 혼자 시간을 보낸다.

 

형사1 하……. 피곤하네……. 근데 아까 저 문은 고쳐진 거 맞나…….(일어나서 문 쪽으로 가는 형사1, 문을 열어보니 허무하게 열리는 것 같다.) 어? 뭐야, 이거 전동도 아니잖아…….

 

이 순경이 돌아온다.

 

순경 : 형사님 순찰 돌고 왔심더. 오는데 우리 미스변이 스쿠터를 몰고 훽 지나가네?

형사1 : 야, 이거 저번에 전동으로 바꾼 거 아닌가?

순경 : 아 전동으로 바꾼 건 저 쪽 민원실 쪽이지요. 이 짝은 아님니더. 와예?

형사1 : 아까 정전 잠깐 되더니 저게 한동안 안 열렸거든?

순경 : 안에서 누가 잠갔는 갑지요.

형사1 : 어……. 그건 그렇고 어째 이리 일찍 오나?

순경 : 동네가 코딱가리 만 하이끼니 금방 돌지요. 서장님도 없는 서에 형사님들끼리 심심할까 싶어서 일찍 왔지예. 근데 어째 형님만 계심니꺼.

형사1 : 아 박 검이 탈옥수 빨리 도경으로 넘기라고 해서 데려갔어 강 형사랑.

순경 : 아 강 형사 만났으예? 사람 참 듬직해 보이던데……. 아 그라믄 임마가 자백을 했는갑네요? 아까 오는 길에 슈퍼에 수배 전단 붙어 있길래 금마 몽타주 뜯어왔는데.

형사1 : 몽타주? 어디 보자……. 엥? 이거 강 형사 아니야?

순경 : 강 형사요? 강 형사는 이리 뺀질뺀질하이 생기지는 않았지요……. 와예? 무슨 문제 있습니꺼?

 

그때 취조실 쪽에서 한 남자가 뒷머리를 메만지며 문을 열고 나온다. 형사1 계속해서 당황해 몽타주를 한 손에 쥔 채 말문이 막혀있다.

 

형사3 : 아 쓰바……. 불 다시 들어왔는 갑네요.

순경 : 아 강 형사님! 아까 어디 갔다 안 캤습니꺼? 취조실서 혼자 머했능교? 주무싰나?……. 얼레 근데 머리가 왜 그래요?

형사3 : 아 모르겠심더. 취조를 하다가 이기 결정적으로 제가 뭘 밝혀낼라카는데 갑자기 불이 나가더니 머리가 띵하대요…….

순경 와따 이 피봐라! 이거 우짜노. 정신은 말짱하나?

형사3 정신은 괘않심더. 안그래도 머리가 짱군데 뒤통수를 쌔리 막…….

순경 : 마 쪼매만 기다리봐요. 수건 가 올게.

형사3 : 아 참네.. 금마들이 의자로 후리 갈깄는지…….

형사1 : 잠깐, 들? 왜 금마들이야?

형사3 : 누구세요?

순경 : 아 저분으로 말할 거 같으면…….

형사1 : 너 태어나기 전부터 형사하던 선배야 이 새끼야! 빨리 말해 왜 들이냐고?

형사3 : 아 예 안녕하심꺼……. 아 그게 제가 용의자 취조를 좀 카리스마 있게 딱 마 내는 여서 나고 자란 강 형사라고 한다. 강씨 깡다구에 너는 바른 말을 하게 돼있다 쉐끼야 카면서 겁을 줘도 반응이 없더라고예. 그라다가 임마가 변호사를 선임한다꼬 머라머라하더니 중간에 쉬면서 전화를 해가 변호사를 불러 왔거든요.

순경 : 하모. 아까 모범택시 타고 급하게 왔재.

형사3 : 예……. 그 사람이요. 근데 이게 보니까 제대로 된 변호사가 아이고 머시 횡설수설하는 기 이상하더라고예.

형사1 : 그래서?

형사3 : 그래서 제가 쫌 쎄게 나가볼까 싶어가 이 쉐끼 바른대로 불지 몬 할까! 했더니 임마가 어이고 죄송합니다. 실은 제가 임마 친군데 호구맨키로 탈옥했다는 거 받아주고 멕이고 재우고 하다가 여까지 왔어요 카더라고예.

형사1 : 그럼 공범이라는 거야?

형사3 : 머 그런거 비슷한 거죠. 그래가 인자 느그는 좆이 됐다, 둘 다 자수하고 광명을 찾거라, 하는 순간에 갑자기 불이 확 나갔뿌드만. 꽝!

형사1 : 하……. 씨발…….

 

미스변 입장.

 

미스변 : 늙은 오빠! 내 모르고 설탕을 안 가갔는 갑다.

형사1 : 설탕? 내가 가져 오지 말라그랬는데?

미스변 : 아 맞다 맞다 그랬지 참! 그라믄 내 다시 갈게! 어? 근데 이 아이씨는 와 피를 흘맀노?

형사3 : 신입, 강 형사입니다…….

미스변 : 강 형사? 아까 최 형사 오빠야 하고 나간 기 강 형사 아니가?

형사1 : 야, 너희 다 똑똑히 들어.

순경 : 예.

형사3 : 예.

미스변 : 예.

형사1 : 다 잊어버려.

형사3 : 예?

순경 : 예.

미스변 : 하……. 예.

 

순경과 미스변이 익숙하다는 듯이 대답하자 강 형사가 당황한다.

 

형사1 : 강 형사야. 니 머리 맞은 거 첫 출근 망친 거 이런 거는 애석하고 안타깝지만은 삭 다 잊어 버려라 이 말이다. 네가 우리 위에 반장이 될지 어쩔지 모르지만 일단은 내 말 따라.

형사3 : 예…….

형사1 : 이따가 최 형사가 와도 너희 이 순경 강 형사 둘이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뒷정리 해. 최 형사한테는 내가 잘 말할 거니까.

순경 : 예.

형사3 : 예…….

형사1 : 미스변, 저기 라이타 좀 가져와봐.

미스변 : 응……. 늙은 오빠……. 괜찮나?

형사1 : 강 형사랑 이 순경 너는 취조실이랑 거기 좀 정리하고.

순경 : 예.

형사3 : 예…….

미스변 : 그러게 오빠야. 조심 쫌 하지……. 그래도 최 형사랑 우리 이모부네 회식하러는 올끼재?

형사1 : 야……. 니 조용히 안 하나?

미스변 : 오빠……. 와그라는데…….

형사1 : 확 주디를 꼬매뿔라. 니 분위기 파악 안 되나?

미스변 : 내는 형사 오빠야들 걱정 되니까 그러는 기재……. 남자들은 하루 마시고 놀고 하믄 좋다 카드라…….

형사1 : 몬된 기……. 돈만 밝히가……. 다방으로 가뿌라, 얼른.

미스변 : 시팔. 내 잘못이가? 늙어가 사고만치는 기.

 

형사1, 씁쓸하다는 듯이 무시하고는 객석과 난장판을 번갈아 본다. 이 순경과 강 형사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형사2 입장. 미스변은 형사2를 밀치면서 퇴장한다.

 

형사2 : 미스변? 선배 무슨 일이에요?

 

한참 말없이 정리하는 걸 지켜보던 형사1이 객석 쪽으로 와 포장된 그림을 뒤적거리다 다시 덮어 놓는다. 다시 쇼파 쪽으로 걸어와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튕긴다. 한 번, 두 번, 세 번째 튕길 때 불이 붙는데 갑자기 또 정전이 되고, 라이터만 홀로 타고 있다.

 

형사2 : 어 이거 또 왜이래?

형사1 : 하……. 씨팔, 진짜 지랄하네, 지랄해.

 

 

삽화: 최상희 기자 eehgna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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